전남에만 2만 채가 넘는 빈집이 방치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주거 공실을 넘어 지역 소멸의 경고음이자 공동체 붕괴의 징후입니다. 이번 기획 시리즈 〈빈집 2만 채, 전남의 경고와 해법〉는 현장의 목소리와 정책의 한계, 그리고 새로운 활용 방안까지 함께 모색하고자 합니다. 문제를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해결의 길을 독자와 함께 찾아 나가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전남 빈집의 현황과 심각성
② 철거 중심 정책의 한계
③ AI·데이터 기반 새 해법
④ 주민·민간이 주도하는 활용 모델
⑤ "전남형 모델" 제안
"붕괴 위험이 큰 집은 빨간색, 활용 가능한 집은 파란색으로 표시됩니다." AI가 구상하는 '빈집 AI 지도'의 모습이다.
드론이 촬영한 영상과 행정 데이터, 인구·교통 정보를 AI가 분석해 빈집을 철거·보수·활용 세 가지로 자동 분류한다.
전남 농촌에는 소유자 행방이 묘연하거나 구조가 심각하게 훼손된 빈집이 적지 않다. 지금까지는 담당 공무원이 현장 답사에 의존했지만, 이제는 AI가 위험도를 점수화한다.
▲분석 요소: 지붕 함몰 여부, 외벽 균열, 주변 화재 위험물, 거리 내 아동·노인 통행량, 과거 화재·치안 기록
▲기술 적용: 드론 촬영 이미지와 위성사진을 컴퓨터비전(CV) 알고리즘이 판독 → 붕괴 위험 빈집을 자동 분류
▲효과: 공무원 현장 점검을 30~50% 줄이고, 고위험 빈집을 신속히 철거할 수 있음
한 건축안전 전문가는 "AI(인공지능) 판정이 들어가면 '위험도 순위'가 명확해져 예산을 어디에 먼저 투입할지 쉽게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든 빈집이 철거 대상은 아니다. 교통 접근성이 좋거나 구조가 양호한 집은 귀농·청년 임대주택, 창작공간, 노인 돌봄주택으로 전환할 수 있다.
AI는 수요와 공급 매칭에도 쓰인다. 첫째, 읍내·관광지·산업단지 주변의 임대수요 데이터를 예측한다.
둘째, 청년·귀농 희망자, 사회적 기업의 공간 수요와 빈집 위치를 자동 매칭, 셋째, '빈집 은행' 플랫폼에서 활용도가 높은 빈집을 추천한다.
이를 통해 "활용할 수 있는 빈집"과 "당장 철거해야 하는 빈집"을 선별적으로 구분할 수 있다.
행정 절차도 AI가 돕는다. 소유자가 불분명한 빈집은 행정 절차가 복잡하다. AI 문서 자동화 기술이 이 과정을 돕는다.
먼저, 소유자 '통지문·동의서 초안 자동 생성'을 한 후 '민원 상담 챗봇 운영'으로 빈집 철거·활용 절차 안내도 가능하다.
또한 '빈집 정비 현황 대시보드 구축'을 통해 주민도 온라인 확인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철거까지 수년 걸린다"는 기존의 행정 병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전남형 AI 파일럿, 어떻게 시작하나
전문가들은 전남이 우선 여수·목포·순천·고흥 등 빈집 다발 지역에서 1년간 AI 파일럿을 운영해 볼 것을 제안한다.
첫째, 0~3개월: 데이터 통합(빈집 현황, 건축물대장, 인구·교통, 드론 촬영), 둘째, 3~6개월: 위험도 분류 AI 모델과 빈집 활용 매칭 플랫폼 시범 가동, 셋째, 6~12개월: 고위험 빈집 70% 철거 착수, 활용 200동 전환 목표 등이다.
성과가 확인되면 전남 전역으로 확산하고, 나아가 전국 농촌 지역에 모델을 전파할 수 있다.
"빈집은 흉물이 아니라 자산"이 될 수 있다. 빈집 문제는 더 이상 단순한 주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데이터와 AI를 접목하면, 빈집은 '위험'에서 '기회'로 바뀔 수 있다.
지역재생 전문가 A씨는 이렇게 강조한다. "빈집은 버려야 할 짐이 아니라, 지역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자산입니다. AI는 그 전환을 앞당길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입니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