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T-5'의 출시가 대형언어모델(LLM)의 성능이 또 벽에 막혔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며,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인공지능(AI)이 LLM을 넘어 에이전트로 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최초의 AI 에이전트 프로토타입을 만든 것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루안 아마존 부사장이 한 말이다.
루안 부사장은 21일(현지시간) 더 버지 인터뷰에 출연, 에이전트가 AI의 미래인 이유에 대해 밝혔다.
그는 AI 업계에서 손꼽는 베테랑이다. 2017년부터 2020년 중반까지 오픈AI 연구 팀을 이끌며 'GPT-2'와 'GPT-3', 'CLIP'과 '달리'를 개발했다. 이후 구글에서 '제미나이'의 전신인 '팜(PaLM)' 을 개발하는 등 초창기 프론티어 모델 개발을 주도했다.
2022년에는 어뎁트라는 스타트업을 설립, 당시에는 개념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에이전트의 프로토타입을 선보였다. 지난해 아마존에 영입, 현재 '아마존 AGI SF 랩'을 이끌며 AI 에이전트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브라우저 에이전트인 '노바 액트'를 개발한 바 있다.
우선, 그는 현재 AI 업계가 "높은 수준의 성숙도를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즉, 첨단 모델을 만드는 기업들이 혁신적인 모델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점점 나은 모델을 반복적으로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GPT-5 출시로 가장 흥미롭게 생각하는 점은 요즘 많은 프런티어 모델이 역량 면에서 수렴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든 모델의 성능이 최고점으로 모이고 있을뿐, 새로운 도약을 보이지는 못한다는 말이다.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플라톤의 동굴' 우화를 예로 들었다. 플라톤이 지적한 것처럼 인간은 동굴 벽에 비친 그림자를 현실이라고 믿는데, 이는 LLM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훈련 데이터를 통해 제공되는 현실의 단면만을 본다는 것이다.
따라서 LLM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프론티어 기업들이 내놓는 모델을 보면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단적으로 "이것이 AI 발전의 둔화를 예고하는 거냐는 질문에 100% 그렇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더 많은 데이터와 컴퓨팅을 공급하면 성능이 향상되던 시대를 지나, 멀티모달과 추론 모델도 이전보다 성과를 내기 더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앞으로는 모델 성능은 물론, 인공일반지능(AGI)을 정의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8년 오픈AI가 정의한 AGI는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작업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시스템이었으며, 당시에는 흥미롭고 거의 절망적인 목표로 보였다"라며 "하지만 지금은 그 단계를 넘어섰다고 본다. 이제 AGI는 다루기 쉬우며 인간이 컴퓨터에서 원하는 모든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기준"이라고 말했다.
현재 등장한 에이전트는 내용과 수준 면에서 아직 에이전트로 볼 수 없으며, LLM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에이전트가 성공적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려면 인과 관계를 진정으로 이해해야 하는데,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자기회귀 구조로는 결코 이 단계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챗봇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형태이지만, 에이전트가 될 수는 없을 것으로 봤다.
따라서 아마존의 에이전트 전략은 '노멀코어(normcore) 에이전트'라고 밝혔다. 세번 중 한번만 작동하는 엄청나게 멋진 기능이 아니라, 99% 이상 작동하는 매우 안정적이고 저수준 워크플로우를 사용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최근 메타의 인재 영입에 관련된 이야기도 등장했다.
"프론티어 모델을 전체적으로 구축하고 개념화할 수 있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라는 질문에 대해 그는 "내가 엄청난 금액의 컴퓨팅 자원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은 150명도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체 시장에서는 훨씬 많은 500명에서 1000명까지를 꼽을 수도 있지만, 귀중한 기여를 할 수 있고 자신이 하는 일을 진정으로 알고 있는 사람은 150명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물리학이나 퀀트 투자 등 다른 분야 출신이거나 연구를 막 시작한 사람들이 빠르고 큰 변화를 만들어 낼 것으로 봤다. 단, 이들은 AI 베테랑들과 함께 일할 경우에만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현재 AI 업계가 챗봇과 코딩에 집중하고 있지만, 5년 뒤에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핵심 제품 폼 팩터가 6~7개 더 등장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정말 예상치 못한 큰 성공을 거두고 싶다면, 이 점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조언이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