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컨설팅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최근 발표한 에너지 전환의 새로운 장(The Energy Transition’s Next Chapter) 보고서에서 "탄소중립 목표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며 에너지 안보와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놨다.

BCG는 에너지 전환이 더 이상 이론적 담론이 아닌 인프라 구축과 투자 집행의 현실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송전망과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비용이 이전 대규모 확충기 대비 약 6배 증가했다. 인허가 지연, 공급망 병목, 숙련 인력 부족, 기술 복잡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로 인해 전환 속도가 늦춰질 뿐 아니라 소비자 전기요금 부담으로 직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24~2030년, 투자 규모 7조→10조 달러 확대

보고서는 앞으로 6년간 글로벌 에너지 자본 지출이 7조 달러에서 10조 달러로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세계 GDP의 약 1.5% 수준에 해당하는 규모다. 투자금의 대부분은 송전망과 재생에너지 확충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전환은 자본집약적 단계에 진입하면서, ‘자본비용(WACC)’이 전력 시스템의 경제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7대 변화, "가스·원전의 복귀, 소비자 부담, 기술 양극화"

BCG는 향후 에너지 전환을 재편할 7대 구조적 변화를 제시했다.

첫째, 에너지 안보가 최우선 과제로 부상. 둘째,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대중 지지 약화. 셋째, 전력 수요 '구조적 슈퍼사이클' 진입(데이터센터, 냉방 수요, 전기화 확산). 넷째, 가스·원전 등 '유연한 전원'의 역할 확대.

다섯째, 기존 자산을 활용하는 시대에서 대규모 신규 자산을 건설하는 시대로. 여섯째, 석유·가스 수요 궤적 상향 조정(다만 불확실성 지속). 일곱째, 태양광·배터리 비용은 급락하지만, 장주기저장·그린수소·CCUS 등은 여전히 비싼 기술비용 양극화 등이다. 

한국형 전환 해법, "민관 협력·유연한 전원 믹스"

BCG는 한국의 경우 재생에너지 확대와 더불어 원전, 가스 발전,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유연성 자원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진영 BCG 코리아 파트너는 "한국의 에너지 전환은 단순한 탈탄소를 넘어 제조업과 첨단산업의 경쟁력 확보가 걸린 문제"라며 "공급 안정성, 합리적 비용, 탄소중립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면 정부·시장·기업 간 긴밀한 협력이 필수"라고 말했다.

특히 수도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규모 전력 수요처의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송전망 확충과 계통 접속 지연 해소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업이 안정적으로 청정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력구매계약(PPA) 확대와 함께 유연한 전원 믹스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번 보고서는 "에너지 전환의 성공은 안보와 경제성 확보에 달려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단순히 탄소중립 목표에 매달리기보다는 그리드·유연성 자원·자본비용 관리라는 현실적 과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BCG는 "국가별로 자원·산업 구조·정치 상황이 다른 만큼, 획일적 해법이 아니라 각국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며 "이제 에너지 전환은 실용주의적 접근 없이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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