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기업이 인공지능(AI)을 직원 지원보다 업무 자동화, 즉 직원 대체에 집중해 활용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일자리에 대한 우려를 높이는 동시에, AI 혜택이 특정 국가와 산업에 편중되며 글로벌 경제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앤트로픽이 15일(현지시간) 공개한 최신 '경제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은 ‘클로드’를 인간 능력을 증강하는 데 투입하기보다 인간을 배제한 완전 자동화에 주로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8개월 동안 클로드 API 사용량을 분석한 결과다.
앤트로픽은 기업 77%가 자동화 패턴, 특히 ‘업무 전면 위임’ 방식으로 클로드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클로드에게 지시 한번으로 전체 작업을 위임하는 에이전트형 대화는 기존 27%에서 39%로 급증했다. 이는 업무에서 인간 역할을 최대한 배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클로드를 코딩에 사용하는 비중은 전체 샘플에서 36%로 여전히 가장 높다. 이중 프로그램 생성은 4.5% 증가했고, 디버깅은 2.9% 감소했다.
피터 매크로리 앤트로픽 경제학 연구 책임자는 “자동화 증가가 모델 기능의 발전 때문인지, 아니면 기업들이 대형언어모델(LLM)에 익숙해져 더 많은 업무를 위임하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라며 "이 차이를 규명하는 것이 앞으로 중요한 연구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 AI 확산 속도는 과거 다른 기술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AI를 업무에 활용하는 직원 비율은 2023년 20%에서 2년 만에 40%로 증가했다. 전기 보급이나 PC, 인터넷 확산이 수십년에 걸쳐 진행됐던 것과 달리, AI는 불과 2년 만에 인터넷 초기 보급 속도를 뛰어넘는 채택률을 기록했다.
앤트로픽은 이를 두고 “AI가 기존 디지털 인프라에서 즉시 활용 가능하며, 단순한 입력만으로 사용할 수 있어 전문 교육이 필요 없는 점이 빠른 확산을 가능하게 했다”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AI 활용 현황을 측정하기 위해 AI 사용 지수(AUI)를 도입해 전 세계 150여 개국과 미국 전역에서의 클로드 사용 패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싱가포르(4.6배)와 캐나다(2.9배)가 인구 대비 사용량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인도네시아(0.36배), 인도(0.27배), 나이지리아(0.2배) 등 신흥국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사용률을 보였다.
특히 고소득 국가에서는 교육·과학 등 다양한 분야로 AI 활용이 확장했지만, 저소득 국가에서는 코딩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활용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즉, AI로 인한 국가 간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번 결과는 올해 들어 인도 등을 중심으로 성장한 오픈AI의 '챗GPT'의 분석과는 대조적이다. 챗GPT는 저소득 국가의 활용 증가가 압도적이었다.
이는 앤트로픽이 소비자 시장보다 B2B에 집중한 결과이기도 하다.
한편,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는 지난주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많은 기업 CEO가 비공개적으로 AI를 근로자 강화 도구가 아닌, 비용 절감의 수단으로 보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솔직히 말해서 그들 중 상당수는 AI를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고용 인원을 줄이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반복적인 업무는 1~5년 안에 사라질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먼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라, 이미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는 말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