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일자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말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번에는 AI나 기술 기업이 아니라, 210만명을 고용한 세계 최대의 소매업체 월마트의 CEO가 이를 경고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는 25일(현지시간) 월마트 벤턴빌 본사에서 열린 인력 컨퍼런스에서 소매업계의 일부 일자리와 업무는 사라지고, 다른 일자리와 업무는 새로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상에는 AI가 바꾸지 못할 직업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직 생각해 보지 못했다"라며 "AI가 말 그대로 모든 직업을 바꾸리라는 것은 매우 분명하다"라고 강조했다.
월마트 경영진은 이미 AI가 직원에게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어떤 직무 유형이 감소하고 증가하고 유지되는지를 분석, 직원들에게 도움이 될 직무 교육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매출이 증가하더라도 전 세계 직원 수는 거의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나 모리스 월마트 최고 인사책임자(CPO)는 앞으로 3년간 210만명에 달하는 직원 수를 유지할 계획이지만, 직무 구성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직원 구성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월마트는 이미 고객과 공급업체, 근로자들을 위해 AI 에이전트를 구축했다. 또 AI를 활용해 공급망을 추적하고 제품 트렌드를 파악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관련 전문가를 영입하기도 했다.
또 일부 변화는 이미 직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몇년 동안 월마트는 AI 관련 기술을 활용해 많은 창고를 자동화했으며, 이에 따라 일부 인력 감축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 재고 관리나 배송 처리 등 일부 업무의 자동화를 모색하고 있다.
새로운 직무도 신설됐다. 지난달에는 상인을 지원하는 AI 도구 개발자인 '에이전트 빌더'를 신설했다. 또 최근 몇년 동안 매장 내 유지보수 기술자와 트럭 운전사도 더 많이 채용했다.
맥밀런 CEO는 업계 전반에 걸쳐 변화의 속도가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콜센터와 온라인을 통한 고객 서비스 업무는 곧 AI에 더 의존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여기에 일부 기업들이 최근 월마트에 로봇 근로자 도입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휴머노이드 로봇에 돈을 쓸 만큼 성능이 정교해지기 전까지는 사람이 서비스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주요 기업들은 AI를 빠르고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직원을 압박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이미 AI로 자동화될 수 있는 역할이나 업무를 파악하기 위해 리스트 구축에 나섰고, 일부는 직원들에게 AI로 대체할 수 없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농업 회사 신젠타(Syngenta)는 AI 도입이 시급한 연구 개발과 공급망 분야를 위한 '등대(lighthouse)'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각 팀은 정기적으로 CEO에게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여기에서 아이디어가 채택된 직원은 AI 시대의 새로운 리더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다.
또 이날 컨퍼런스에서 뱅크 오브 아메리카와 블랙스톤 등의 임원들은 적절한 교육 기회를 통해 직원들이 AI 폭풍을 헤쳐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AI가 인간 업무를 대신함에 따라, 사람들과 소통하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 인간적인 자질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로니 채터지 오픈AI 수석 경제학자는 이날 월마트 행사 무대에 올라 "AI가 이제 막 일자리 시장에 파급력을 미치기 시작했다"라며 "18개월에서 36개월 사이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오픈AI는 지난 4일 월마트의 미국 직원 160만명에게 무료로 AI 활용 능력을 교육하는 ‘오픈AI 아카데미’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또 줄리 스윗 액센추어 CEO는 투자자들에게 AI 시대에 맞춰 재교육이 어려운 직원들을 해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신, 이 회사는 AI에 능통한 인재를 채용하고, 기존 직원들을 재교육할 계획이다.
물론, 미국의 노동 시장은 아직 건강하며 AI로 인해 당장 대규모 실업이 일어날 것으로는 예측되지 않는다. 조 바라타 블랙스톤 글로벌 사업 책임자는 "기술 혁신의 역사를 보면 사람들이 재교육을 받고 경제의 다른 측면에서 수익성 있는 일자리를 찾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115명의 직원을 보유한 헬스케어 AI 기업 뷔(Vi)의 옴리 요페 CEO는 현재 상황을 다윈처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화하지 못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지 못하고 더 가치 있는 역할을 창출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도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평소 직원들에게 이런 점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당분간 여기 남겠지만 변화의 주도자가 돼야 한다. 스스로 발전해야 한다"라는 말이다.
또 "2년 뒤 지금과 똑같은 일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제까지 AI로 인한 일자리 문제는 끊임없이 거론됐다. 그러나 기술 기업이 아닌, 미국에서 가장 큰 민간 고용주가 이를 미화 없이 직설적으로 선언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또, 최근에는 포드와 JP모건 체이스, 아마존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AI와 관련된 일자리 감소를 발표했다. 이처럼 미국의 분위기는 점점 노골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