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 안내 서비스에 AI(인공지능) 기술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화려한 AR(증강현실) 콘텐츠, 실시간 길 안내, 다국어 음성 해설 등은 분명 관광객의 편의를 높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술이 곧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운영 안정성부터 개인정보 보호까지 다양한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첫째, 운영 안정성, 도입보다 유지가 더 중요. 많은 관광지가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 뒤 초기에는 호평을 받지만, 시간이 지나면 서버 장애나 유지보수 비용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AI 모델의 업데이트, AR 콘텐츠 오류 대응, 갑작스러운 접속 폭주 대비책은 사전에 마련돼야 한다.
"장애가 났을 때 어떻게 복구할 것인지까지 공개해야 시민이 안심할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둘째, 개인정보 보호, 투명성이 신뢰의 출발점. AI 기반 서비스는 관광객의 위치, 이동 경로, 체류 시간 등 민감한 데이터를 활용한다.
따라서 데이터 익명화, 보관 기간 단축, 철저한 보안 정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관광객이 알기 쉽게 개인정보 처리 방침을 안내하는 것이 신뢰 확보의 핵심이다.
셋째,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접근성 보장. AI 안내는 젊은 세대에겐 익숙할 수 있으나, 고령층이나 디지털 기기 사용이 서툰 관광객에겐 장벽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오프라인 안내판, 현장 안내 인력, 문자 기반 서비스 등 ‘대체 수단’이 반드시 함께 제공돼야 한다.
넷째, 콘텐츠는 다양하게, 접근은 쉽게. AR 콘텐츠가 특정 지점에만 몰리면 체험의 몰입감이 떨어진다.
동선 전반에서 AR 경험이 이어져야 만족도가 높다. 또한 앱을 설치해야만 이용할 수 있는 방식보다는 QR 코드나 웹 브라우저 기반 즉시 접속 방식이 접근성을 높인다.
결국 관광객은 화려한 기술보다 '얼마나 쉽게,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가'를 더 중시한다.
다섯째, 성과는 수치로 보여줘야. 새로운 시스템이 진짜 효과를 냈는지는 수치로 증명해야 한다.
관광객 만족도, 체류 시간 증가, 재방문율 변화, 운영비 절감 효과 등 구체적인 지표를 사전에 설정하고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AI 관광안내가 시민 세금의 가치를 높였다"는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
결국 AI 관광안내의 성패는 기술력 그 자체가 아니라 운영 안정성·데이터 신뢰·모두를 위한 접근성·콘텐츠 다양성·성과의 투명성이라는 다섯 축 위에서 갈린다.
시민과 관광객이 진정으로 만족하는 서비스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사람의 관점에서 어떻게 설계했는가에 달려 있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