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추진 중인 추자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총 사업비만 약 24조 원, 발전 용량 2.7GW급으로 완공되면 단일 해상풍력단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가 된다.
그러나 전남과의 해상 경계 분쟁, 환경 이슈, 그리고 참여 기업 부재 등 난제가 산적한 가운데 사업은 예정대로 속도를 내고 있다.
제주에너지공사(JEC)는 지난 13일 '추자 해상풍력단지 조성사업'의 1단계 공모(PQ) 접수를 마감했다. 이번 재공모에도 한국중부발전이 단독으로 응찰하면서 사실상 유일 후보로 남았다.
앞서 지난 7월 실시된 1차 공모에서도 중부발전만 단독으로 참여해 재공모로 전환된 바 있다.
제주에너지공사는 이번에도 단독 참여가 이어졌지만, 지방계약법에 따라 1단계 평가 후 수의계약 체결이 가능하다는 점을 근거로 공모를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다음 절차는 2단계 제안서 접수(내년 2월 9일 마감)와 3월 11일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로 이어진다. 상업운전은 2035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풍황 실측까지 마쳤던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 에퀴노르는 이번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제도적 불확실성과 낮은 수익성, 복잡한 행정 절차가 원인으로 꼽힌다.
사업 조건은 '제주 본섬으로 전력 연계'와 '도민 이익공유 연 1,300억 원 이상' 등으로, 지역 수용성을 높이는 대신 민간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성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전남 "해상 경계 불명확"…헌재 판단 전 공모 중단 요구
가장 큰 변수는 전라남도와의 해상 관할권 분쟁이다. 사업 예정지는 추자도 서북쪽 사수도 인근 해역으로, 전남 완도군과 진도군이 "우리 해역"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008년 헌법재판소는 사수도의 육상 관할권은 제주도로 인정했지만, 해상 경계선은 불명확하다는 점을 남겼다.
이에 제주도는 지난해(2023년)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으며, 전남은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공모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완도 어민들이 어선 40여 척을 동원해 사수도 인근에서 해상 시위를 벌이며 표지석과 부표를 설치하기도 했다.
제주도는 "헌재 결정 이후 필요시 사업 해역을 일부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공모 절차는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추자 해역은 생태적으로 민감한 구역이어서 멸종위기종 서식 가능성 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사업 규모가 줄고, 도민 이익공유액도 조정될 수 있다.
또한 전력은 반드시 제주 본섬 계통에 연계해야 하며, 향후 대규모 출력 제한(커테일먼트)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기술적·경제적 리스크가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주도의 입장 "계획대로 진행…결과 따라 조정 가능"
제주에너지공사는 전남과의 분쟁 대응을 위한 전담팀을 구성했으며, 헌재의 판결 결과에 따라 사업 계획을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헌재 결정에 따라 사업 해역 일부를 변경해야 할 수도 있지만, 공모 절차는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이번 사업을 '2035 탄소중립 제주' 달성의 핵심 프로젝트로 보고 있다. 추자 해상풍력은 완공 시 제주 전체 전력 수요의 2배 이상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로, 지역 재생에너지 전환의 상징으로 평가된다.
추자 해상풍력은 단일 사업으로는 세계 최대급이지만, 법적·행정적·환경적 난제가 얽힌 복합 프로젝트다.
전남과의 경계 분쟁, 낮은 사업성, 기술적 부담 등으로 참여 기업이 줄줄이 빠져나가고 있는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중부발전이 실제로 사업을 끌고 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제주가 계획대로 사업을 밀어붙인다면, 내년 상반기쯤 우선협상대상자 확정으로 첫 분수령을 맞게 된다.
그러나 헌재의 결정과 정부의 중재, 그리고 지역 갈등 해소 없이는 세계 최대급 해상풍력의 꿈이 현실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