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다음은 진도다. 전라남도가 해상풍력 집적화단지 제도 종료를 앞두고 진도 해역을 두 번째 전략 거점으로 낙점했다.
도는 16일 민관협의회를 열고 총 3.6 G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1단계(1.47 GW)와 2단계(2.13 GW)로 나뉘지만, 실질적으로는 동시 추진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이번 추진은 단순한 전력사업이 아니다. 전남도가 말하는 핵심 키워드는 "주민이 주도하는 해상풍력", 그리고 "에너지 기본소득"이다.
전남도는 사업이 지정되면 연간 약 2,800억 원의 REC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수익을 통해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하거나, 에너지 소득 형태로 환원받는 구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바다를 빌려주는 주민들'의 입장은 복잡하다. 진도는 어업 비중이 높은 지역으로, 해상풍력 단지 조성이 어획량 감소, 조류 변화, 항로 제한 등 어민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대규모 송전선로 설치로 인한 육상 구간 갈등도 불가피하다.
전남도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6차례 주민설명회를 예정하고 있으며, "지역 목소리를 사업계획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진도 해상풍력 추진의 또 다른 배경에는 '정책 종료 시한'이 있다. 2026년 3월 시행 예정인 해상풍력법으로 현행 집적화단지 제도는 폐지된다.
따라서 올해 10월까지가 지정 신청의 마지막 기회다. 전남도 입장에서는 신안 성공 이후 '후속 프로젝트'를 확보하지 못하면 성장 모멘텀이 끊길 위험이 있다.
이에 진도 사업은 정책적·시간적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분석된다.
국내 해상풍력 시장은 현재 인천, 울산, 전북, 경북 등으로 확대되고 있으나, 전남이 여전히 입지·풍황·규모 면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전남 앞바다는 평균 풍속이 8m/s 이상으로, 안정적인 발전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대규모 단지 조성 시 송전·접속 설비 공유에 따른 경제성 향상 효과도 크다.
다만 전문가들은 "진도 해상풍력의 성패는 기술이 아니라 수용성과 신뢰"라고 지적한다. 사업이 주민참여형 모델로 발전하지 못하면, 과거 일부 지역에서 나타난 '풍력 갈등'이 되풀이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 A씨는 "진도는 전남 해상풍력의 마지막 퍼즐이지만, 동시에 주민 신뢰를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진도 해상풍력은 정책의 마지막 타이밍과 지역의 미래를 동시에 건 승부수다.
바람을 전기로 바꾸는 기술보다 중요한 건, '그 바람으로 지역의 삶을 바꾸는 일'이라는 점을 전남도가 어떻게 증명하느냐에 달려 있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