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 호프먼 (사진=WEF)
리드 호프먼 (사진=WEF)

‘페이팔 마피아(PayPal Mafia)’로 불리는 실리콘 밸리의 유명인들이 앤트로픽 문제로 맞붙었다. 이는 인공지능(AI) 안전 문제를 넘어, 챗봇의 정치 성향 문제로 번지고 있다.

리드 호프먼 링크드인 공동 창업자는 20일(현지시간) X(트위터)를 통해 “앤트로픽은 좋은 방향으로 AI를 개발하는 기업 중 하나”라고 공개적으로 옹호했다.

그의 발언은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AI 차르인 데이비드 색스가 앤트로픽을 비판한 직후 나왔다. 색스는 앤트로픽을 “공포 조장을 기반으로 한 정교한 규제 포획 전략을 운영하는 기업”이라고 공격하며 “스타트업 생태계를 해치는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호프먼은 “앤트로픽은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오픈AI 등과 함께 사려 깊고 안전하며 사회에 이로운 방식으로 AI를 배포하려는 기업”이라며 “이들의 성공을 진심으로 응원한다”라고 맞받았다.

여기에 “다른 회사는 안전과 사회적 영향을 명백히 무시하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라며, 그 예로 “때때로 완전히 파시스트적인 모습을 보이는 봇”을 들었다. 이는 일론 모스크 CEO의 '그록'을 말하는 것이다.


호프먼은 2017년부터 MS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고 있으며, 오픈AI의 초기 투자자이자 주주이기도 하다. 그는 이날 자신이 속한 벤처캐피털 그레이록이 앤트로픽에도 투자했다고 밝혔다.

“나는 평소 오픈AI나 앤트로픽 같은 기업들에 대한 직접적인 발언을 자제해왔다”라며 호프먼은 “하지만 AI 산업에서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기업들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호프먼과 색스는 1999년부터 페이팔의 핵심을 맡았던 멤버로, 일론 머스크와 피터 틸, 맥스 레브친 등과 페이팔 마피아로 불린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두 사람은 정치적 견해 차이로 대립각을 세워왔다. 호프먼은 민주당의 주요 후원자로, 2024년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후보에게 거액을 기부했다.

반면, 색스는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로, 트럼프 캠프를 위한 후원 행사를 직접 주최했으며 현재는 트럼프 행정부의 AI 정책 수석보좌관을 맡고 있다.

색스도 반격에 나섰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법적 공격을 자행한 주요 자금원이 ‘앤트로픽은 좋은 회사’라고 말한다. 그 말로 충분하다”라고 공격했다. 여기에 머스크 CEO도 “그렇다(Indeed)”라는 글을 달았다.

이에 호프먼은 “내 글을 읽지도 않았다. 놀랍지 않다”라며 “AI가 미국 사회에 미칠 영향을 진지하게 논의할 준비가 되면 대화하자”라고 응수했다.

이번 논란의 중심인 앤트로픽은 2021년부터 안전과 투명성 중심의 AI 개발을 표방해왔다. 최근 잭 클라크 공동 창립자 겸 정책 책임자가 ‘기술 낙관주의와 적절한 두려움’이라는 에세이를 발표하며, AI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 논쟁의 불씨가 됐다.

앤트로픽은 연방 정부가 추진 중인 ‘주 단위 AI 규제 10년간 금지 조항’에도 반대 입장을 밝히며, 트럼프 행정부와 직접 충돌한 바 있다.

특히, 이 문제는 기술 문제를 넘어 이념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색스는 “문제의 본질은 연구가 아니라, 앤트로픽이 캘리포니아 등 민주당 성향 지역을 통해 ‘깨어난(Woke) AI’와 기타 규제를 간접적으로 추진하려는 데 있다”라고 비판했다.

깨어난 AI란 진보 성향을 뜻하는 말이다. 백악관은 이런 모델을 정부에서 사용하면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앤트로픽은 정부에 '클로드'를 서비스 중이다.  

호프먼은 논쟁을 마무리하며 “AI는 산업 전체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기술”이라며 “경쟁이 아닌 협력을 통해 미국 사회가 AI를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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