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의 ‘인공지능(AI) 차르’인 데이비드 색스가 앤트로픽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앤트로픽과의 갈등이 공식화됐다는 평이다.
색스는 15일(현지시간) X(트위터)를 통해 앤트로픽이 주정부의 AI 규제를 지지한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잭 클라크 앤트로픽 공동 창립자가 올린 글을 리트윗했다.
클라크 창립자의 글은 AI가 별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기술적 낙관주의'에 대한 경고로, AI의 위협을 인정하고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AI의 위험이 "어렸을 때 불을 끄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어둠 속 존재들과는 다른, 실제 존재하고 불가사의한 생명체"에 비유했다.
그러자 색스는 이를 "공포 조장을 통한 정교한 규제 전략"이라며 "스타트업 생태계를 훼손하는 주정부 규제 광풍의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앤트로픽이 백악관의 눈 밖에 났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특히, 블룸버그는 앤트로픽과 클라크 창립자가 백악관의 타깃이 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앤트로픽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보조를 맞추려는 대부분 기술 기업과 달리, 독자적이고 독특한 입장을 보여 왔다. AI 칩 수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AI 규제안에 지지 의사를 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다른 기술 기업과 입장이 다를뿐더러, 엔비디아 칩 중국 수출을 일부 허락하고 주정부 AI 규제를 반대하는 트럼프 행정부와도 정면충돌하는 논리였다. 이 때문에 앤트로픽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로부터 공개적인 비난을 받았으며, 지난 9월 백악관의 기술 리더 파티에도 초청받지 못했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자 색스는 17일 블룸버그의 기사를 언급하며, 앤트로픽을 '백악관의 표적'으로 묘사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자신은 단순히 정책적 견해의 차이를 드러냈을 뿐이며, 앤트로픽이 이를 ‘표적 공격’으로 포장해 언론에 호소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몇달 동안 백악관이 앤트로픽의 ‘클로드’를 미국 총무청(GSA) 앱 스토어를 통해 모든 연방 기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즉, 백악관이 정치적 견해 차이로 불이익을 준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앤트로픽이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에 적대적인 입장을 지속적으로 드러낸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대선 기간 중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봉건적 군벌'이라고 비난한 사실과 트럼프 행정부의 법안에 반대한 것, 칩 수출 정책을 비난한 내용 등을 예로 들었다.
심지어 앤트로픽이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인사를 영입하고, 트럼프 행정부와 가깝다는 이유로 로펌 두곳을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미국은 자유 국가이고, 얼마든지 반대해도 좋다”라며 “하지만 정책적 이견을 분명히 했을 뿐인데, 언론에 '타깃팅' 당하고 있다고 징징거리지는 말라”라고 경고했다.
또 “자신이 가한 비판의 일부가 되돌아왔다고 해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은 전형적인 진보주의자의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A new Bloomberg story describes Anthropic as a “White House target” after my tweet the other day.
— David Sacks (@DavidSacks) October 16, 2025
Nothing could be further from the truth. Just a couple of months ago, the White House approved Anthropic’s Claude app to be offered to all branches of government through the GSA… pic.twitter.com/UbeSQ7TvUc
클라크 창립자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당혹스럽다"라며 “많은 사안에서 행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일부 다른 견해도 사실과 근거를 기반으로 명확하게 전달할 뿐”이라고 밝혔다.
또 앤트로픽은 주정부의 법안보다 연방 차원의 규제를 선호하고 전했다. 하지만, 의회와 행정부의 대응이 너무 느리다는 것이다. “연방 차원의 해결책이 최적이지만, 정부는 대규모 정책 패키지를 신속히 처리한 전례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앤트로픽이 그동안 백악관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을 본격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드러난 셈이다.
전문가들은 백악관과의 갈등이 지속되면, 앤트로픽에 ‘진보 AI 기업’이라는 정치적 딱지가 붙을 위험이 있다고 봤다. 이는 외부에서 투자를 주저할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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