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보성군이 조선의 마지막 희망이자 결의의 상징인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되살렸다. 지난 24일부터 사흘간 열린 '2025 제1회 보성 열선루 이순신 역사문화축제'가 약 6만9천 명의 방문객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제1회 보성 열선루 역사문화축제 (사진=보성군)
제1회 보성 열선루 역사문화축제 (사진=보성군)

이번 행사는 단순한 역사 기념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인가"를 묻는 공공 담론의 장이었다. 

428년 전, 칠천량 해전 패배 뒤 "신에게는 아직 전선이 열두 척 남았습니다(今臣戰船 尙有十二)"라며 국가 재건의 의지를 밝힌 이순신 장군의 결의가 깃든 공간 열선루가 그 무대가 됐다.

보성군은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21년 열선루를 중건하고, 올해 3만㎡ 규모의 열선루공원을 완성했다.

그 완공을 기념하며 열린 이번 축제는 보성국가유산야행·세계차박람회·대한민국 차나무분재대전 등과 연계해 치러진 '통합형 문화축제'였다.

개막 공연 「이순신의 결의, 기적을 이루다」는 LED·레이저·불꽃·미디어아트·판옥선 퍼포먼스가 결합한 장엄한 무대였다. 

칠천량 패전 이후 절망 속에서도 다시 일어섰던 이순신 장군의 결의를 생생히 그려 관람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해군 제3함대 군악대와 의장대 공연, 열선루 입성식 '장군님 오신다'도 펼쳐져 조선 수군의 기개를 되살렸다.

이번 축제는 단순 관람이 아닌 참여형 축제로 기획됐다. '전국 장계쓰기대회'에는 학생과 일반 시민 200여 명이 참가해, "이순신과 열선루, 그리고 보성"을 주제로 자신만의 결의와 책임의 메시지를 써 내려갔다.

또한 병영체험존에서는 조선 수군 복식 체험, 활쏘기, 판옥선·신호연 만들기 등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체험이 인기를 끌었다. 다문화가족존과 먹거리존도 함께 운영돼, 세대와 문화를 아우르는 열린 축제로 거듭났다.

이순신 장군의 '상유십이' 정신은 단순히 전쟁의 승리담이 아니라 위기 속에서 재건의 길을 설계한 리더십의 표본으로 평가된다. 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도 장군은 핵심 자원을 보존하고 사기를 되살리며, 분산된 역량을 결집시켰다.

오늘날 보성군이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후 위기, 지역 소멸, 기술 대전환 등 복합 위기 시대의 리더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한된 자원 속에서도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실행력, 공동체적 결의가 바로 '열두 척의 정신'이다.

2025년 역사와 빛이 어우러진 국가유산 야행 (사진=보성군)
2025년 역사와 빛이 어우러진 국가유산 야행 (사진=보성군)

AI 시대, 인간의 기억과 책임을 되짚다

AI가 정보를 생성하고 기억을 재구성하는 시대,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는 인간 사회의 과제가 됐다. 열선루 축제는 이순신의 정신을 데이터나 텍스트가 아닌 '현장의 기억'으로 복원한 시도다.

디지털 기술과 결합한 공연·미디어아트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 AI 시대의 윤리와 책임을 학습하는 장으로 기능했다. 인간의 판단, 공공의 책임, 윤리적 결단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우며, 기술 중심 사회에 필요한 '이순신형 리더십'을 제시한 셈이다.

보성군은 이번 축제를 계기로 열선루공원 일대를 남도의 대표 역사문화 관광지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앞으로 '호국의 문', 이순신 장군의 장인 방진을 기리는 '방진관' 등을 완공하고, 야간 관광·상설 공연 프로그램을 확대해 연중 방문이 가능한 역사문화 플랫폼으로 조성한다.

김철우 보성군수는 "열선루는 조선의 운명을 바꾼 결의의 공간이며, 이번 축제는 그 정신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역사문화의 장이었다"며 "열선루를 광한루, 촉석루와 함께 대한민국의 대표 역사문화 랜드마크로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축제의 진정한 의미는 '영웅의 숭배'가 아니라 '재건의 학습'이다. 열두 척의 배로 나라를 다시 일으킨 결의처럼, 보성은 한정된 자원 속에서도 가능성을 만드는 지역 재건의 모델을 제시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인간의 결의와 책임이다. 보성 열선루에서 되살아난 '상유십이'의 정신은, 오늘의 대한민국이 다시 한 번 미래를 향해 일어서는 힘이 되고 있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저작권자 © AI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