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개봉한 영화 '슈퍼맨'에서는 '크립토'라는 강아지가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는 인공지능(AI)이 생성한 결과로, 할리우드에서 동물들이 AI에 일자리를 빼앗긴 사례로 꼽혔다.
할리우드 리포트는 24일(현지시간) AI의 발전에 따라 제작사들이 실제 동물을 영화로 촬영하는 대신, 후반 작업에서 동물 연기를 생성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동물 트레이너와 목동, 동물 코디네이터들이 불안해한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소개된 동물은 세인트버나드와 복서 믹스견인 로코(Roco)다. 많은 영화와 TV 쇼에 출연했던 로코는 몇년째 캐스팅을 받지 못했다. 가끔 광고를 찍는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린 맥엘하튼 스튜디오 애니멀 서비스 CEO는 "이미 AI는 스튜디오 동물 조련사와 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라고 밝혔다. 고스트버스터즈, LA 컨피덴셜 , CSI: 마이애미 등에 동물을 공급한 이 업체는 코로나 팬데믹과 2023년 파업 등으로 이미 큰 타격을 입었으며, AI가 최후의 일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개와 인간의 우정을 그린 2020년 영화 '콜 오브 더 와일드'에서 해리슨 포드의 상대를 맡았던 벅은 실제 개를 기반으로 컴퓨터로 생성된 개였다. 올해 슈퍼맨에 등장한 크립토도 제임스 건 감독의 반려견의 디지털 스캔 버전을 활용한 AI 생성물이다.
하지만, 실제 동물 대신 AI를 사용하는 것을 찬성하는 곳도 있다. 할리우드는 동물 복지 단체의 압력으로 사자나 곰, 늑대 등을 영화에 등장하는 것이 줄어들고 있다.
'동물을 윤리적으로 대하는 사람들'이라는 단체는 오랫동안 영화와 TV 세트에서 실제 동물을 없애자고 주장해 왔으며, 인간의 오락을 위해 동물을 이용하는 것은 잔인하고 착취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 단체의 로렌 토머슨 영화 및 TV 책임자는 "이 경우, AI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동물들의 고통을 종식하는 정말 좋은 일에 사용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AI로 생성한 동물은 본능적이고 진실한 감정을 전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보니 저드라는 동물 코디네이터는 "2019년 영화 '안녕 베일리'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강아지 벨에게 마지막으로 눈을 감으라고 지시한 순간, 스튜디오 전체가 울음을 터뜨렸다"라며 "AI에서는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