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노을이 호수 위로 번지던 시간, 봉화언덕 아래 호수정원에는 고요한 숨결만이 흘렀다. 

사운드테라피 (사진=순천시)
사운드테라피 (사진=순천시)

요가 매트를 편 사람들은 해가 물들어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천천히 호흡을 맞췄다. 몸을 푸는 시간, 동시에 마음을 비우는 순간이었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순천만국가정원이 제안하는 새로운 형태의 'K-웰니스 정원'이 탄생하는 무대다.

순천만국가정원이 10월 16일부터 11월 1일까지 3주간 진행한 가을 아웃도어 웰니스 프로그램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매주 목·금·토요일에 펼쳐진 프로그램에는 약 2,0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사람들은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경험"이라며 만족감을 표현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정원이 곧 치유가 되는 공간'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실내 중심의 기존 테라피를 야외로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선라이즈·선셋 요가, 싱잉볼 명상, 필라테싱(필라테스+요가), 컬러테라피, 그리고 공사운드배스·핸드팬·색소폰 사운드테라피 등 오감으로 느끼는 치유 콘텐츠가 이어졌다.

소리와 호흡, 움직임이 결합된 세션은 도시의 긴장을 녹이고 정서적 안정을 찾아주는 '자연의 심리치료실'이 되었다. 참가자 중 한 명은 "노을과 함께하는 요가 시간은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평화였다"고 전했다.

사운드테라피 (사진=순천시)
사운드테라피 (사진=순천시)

수요자 입장에서 본 매력…"도심을 떠나, 나를 회복하다"

이 프로그램이 관광객들에게 특히 매력적으로 다가온 이유는 '비일상적인 쉼'의 체험이다.

첫째, 시간의 치유력이다. 도심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자연의 리듬'에 맞춘 호흡과 움직임이 그것이다. 둘째, 감각의 회복이다. 바람, 햇살, 향기, 소리 등 인간의 오감이 자연 속에서 되살아나는 순간이다.

셋째, 참여의 확장성이다. SNS 인증과 함께 입소문이 퍼지며 현장 참여자 수가 점점 늘어났다. 

특히 해외 관광객들에게는 '한국식 힐링'의 감성을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콘텐츠로, 관광형 웰니스 프로그램의 새 모델을 제시했다. 단순히 '보는 정원'을 넘어, '몸으로 머무는 정원'으로 진화한 것이다.

공급자의 전략…"정원을 무대로 한 치유 콘텐츠의 확장"

순천시와 국가정원 측은 이번 프로그램을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치유 콘텐츠의 실험장으로 기획했다.

첫째, 도시 치유관광 전략이다. 순천을 '대한민국 대표 힐링 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콘텐츠 다변화로 접근했다. 

둘째, 감성 마케팅 강화다. 국화 엽서, 금목서 향 등 '감성적 터치'를 더해 체험의 기억을 깊게 남기는데 주력했다. 

셋째, 사계절 웰니스 로드맵이다. 봄의 꽃요가, 여름의 워터명상, 가을의 사운드테라피, 겨울의 라이트명상 등 계절별 테마 확장 계획도 가시화됐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정원이 곧 치유의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일상 속에서도 회복과 쉼을 누릴 수 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힐링'이란 단지 피로를 푸는 휴식이 아니다. 그것은 자연과 다시 연결되는 회복의 과정이다. 이번 순천만국가정원의 웰니스 프로그램은 바로 그 본질에 다가섰다. 

사람들은 정원 속에서 몸의 이완, 마음의 정화,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재회를 경험했다.

도심의 속도에서 벗어나, 자연의 속도로 살아보는 시간. 그곳에서 비로소 사람들은 깨닫는다. 정원이 사람을 치유한다는 말은, 결국 '자연이 사람을 품는다'는 뜻임을.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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