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부터 전국의 공영주차장은 성격이 완전히 바뀐다. 단순한 차량 보관 공간에서 벗어나, 도시 한복판에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공공 발전기지로 기능하도록 법적 의무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지붕형 태양광 발전소는 별도의 부지 조성이 필요 없어 도시형 재생에너지 확산에 적합한 방식으로 평가된다. 사진은 공장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전경. (사진=파루솔라)
지붕형 태양광 발전소는 별도의 부지 조성이 필요 없어 도시형 재생에너지 확산에 적합한 방식으로 평가된다. 사진은 공장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전경. (사진=파루솔라)

지난 5월 개정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이 28일 시행되면서, 일정 규모 이상의 공영주차장은 태양광 설비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그러나 의무화가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시민사회와 지역 에너지 단체들은 "주차장 공간과 태양광 설비 모두 공적 자산인데, 이를 민간 사업자의 수익 창구로만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누가 발전소를 운영할 것인가', '에너지 생산 이익은 누구에게 돌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정책 중심부에 떠오르고 있다.

공영주차장도, 태양광도 '공공 자산'…운영주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핵심

환경·기후 단체들은 공영주차장 태양광을 단순한 설비 의무화가 아닌 제도적 전환의 출발점으로 본다. 주차장은 공유지, 태양광은 공공재적 성격을 갖기 때문에, 민간 기업이 운영을 독점하는 구조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시민사회는 특히 두 가지 원칙을 강조한다. 첫째, 생산된 전력 또는 수익은 지역사회로 환원되어야 한다. 둘째, 운영 구조는 공공·주민이 참여하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공영주차장 태양광 발전을 주민이 직접 출자하는 에너지협동조합, 혹은 지방 공기업이 운영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현행 기준은 지나치게 협소…"50면 이상으로 조정하고 민영주차장까지 확대해야"

이번 법은 '80면 이상 또는 1000㎡ 이상의 공영주차장'에만 태양광 설치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지방 소도시는 이 기준에 해당하는 주차장이 많지 않아 정작 재생에너지 전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환경단체들은 "적용 대상을 80면에서 50면으로 하향"과 "공영에 그치지 않고 민간 주차장까지 단계적 확대"를 요구하면서 "지자체가 지역 여건에 따라 자율적으로 대상 기준을 강화할 수 있는 권한 부여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경단체들은 “이 같은 조정이 이루어져야 실질적인 설치 확대와 도시형 태양광 전환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주민협동조합 중심의 '공적 운영 모델'…조례 제정 논의 본격화

최근 시민단체들은 공영주차장 태양광 사업의 공공성을 제도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지방조례 초안을 공개했다. 초안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첫째, 주민주도 에너지협동조합의 법적 지위 명시다. 지역 주민이 일정 비율 이상 출자해 설립하는 협동조합을 사업자로 우선 고려하고, 공영주차장 부지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협동조합에 임대할 수 있도록 지자체 권한을 넓혔다.

둘째, 공공기관 또는 협동조합이 전체의 절반 이상 운영이다. 공영주차장 태양광 발전시설 중 과반수 이상을 공공 또는 주민주도협동조합 소유로 운영하도록 지자체장의 책무를 규정했다.

셋째, 수익의 공공기금 환원이다. 협동조합이 발전사업으로 창출한 수익 일부는 기후위기대응기금 등에 기부하도록 명문화했다.

이 모델은 재생에너지 이익이 지역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둔 구조다.

충남 태안에 조성된 4.5MW급 태양광 발전시설. 지역 기반의 재생에너지 공급망 확충이 공영주차장 태양광 의무화와 함께 전국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사진=파루솔라)
충남 태안에 조성된 4.5MW급 태양광 발전시설. 지역 기반의 재생에너지 공급망 확충이 공영주차장 태양광 의무화와 함께 전국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사진=파루솔라)

주민 수용성은 필수 조건…협의 없는 사업은 실패한다

재생에너지 사업은 기술력이 아니라 참여 방식과 절차의 투명성에서 성패가 갈린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과거 일부 지자체에서 추진된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가 주민 반발로 무산된 사례는, "수익과 의사결정에서 주민이 배제될 경우 재생에너지 사업은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따라서 공영주차장 태양광 정책 역시 초기 단계부터 주민과의 협의, 정보 공개, 지분 참여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제도 복잡성·부처 간 분절 문제…조례가 해결해야 할 구조적 난관

현장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단순한 예산 문제가 아니라 ▲재생에너지 관련 법령과 조례가 40건 이상 분산 ▲지자체 내부에서도 기후부서·재산관리부서·건축부서 간 협업 체계 미비 ▲공공자본이 취약해 공영 기반 시설 확충이 더딘 현실 등 제도 간 충돌과 행정 절차의 복잡성이라고 지적된다.

지방의회 관계자들은 "태양광 의무화 조례가 이 복잡한 제도를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기준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해외는 이미 '공공-시민 공동 소유' 모델로 전환…국내도 제도화 시급

유럽 여러 국가에서는 공공기관과 시민협동조합이 발전소의 소유권을 절반씩 나누는 모델이 보편화돼 있다. 

덴마크의 해상풍력 단지처럼 공기업과 시민이 공동투자·공동운영하는 구조는 재생에너지 확산과 주민 신뢰 확보에 효과적인 사례로 언급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영주차장 태양광 의무화를 계기로 한국도 공공성과 시민참여 기반의 재생에너지 표준 모델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태양광 의무화는 시작일 뿐…'누가 소유하고 누가 혜택을 누리는가'가 진짜 쟁점

공영주차장 태양광 의무화는 도시형 재생에너지 전환의 중요한 첫 단계이지만, 단순히 패널을 설치하는 조치로 끝나서는 안 된다. 

운영주체의 공공성, 주민참여 확대, 제도 정비, 기금 환원 구조가 뒤따를 때 비로소 정책 목표가 실현된다.

이번 조례 논의는 공영 기반시설을 활용한 에너지 전환이 어떤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정책 시험대다.

태양광 설비 의무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에너지가 누구를 위해 생산되는가라는 질문에 사회적 답을 마련하는 일이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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