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인공지능(AI)과 로봇 사업 확장을 위해 ‘테라팹(TeraFab)’이라는 초대형 반도체 생산공장 건설 계획을 공식화했다.
CNBC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6일(현지시간) 열린 테슬라 연례 주주총회에서 “AI와 로봇공학의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우리가 필요로 하는 만큼의 칩을 만들 방법이 없다”라며 “결국 테슬라는 자체 반도체 공장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공장을 “TSMC의 기가팹(Gigafab)보다 훨씬 큰 규모의 테라팹(TeraFab)”이라고 설명했다.
TSMC는 월 3만~10만개의 웨이퍼 생산 능력을 갖춘 공장을 메가팹(Megafab)이라고 부르고, 월 10만개 이상의 생산 능력을 갖춘 팹 단지는 기가팹이라고 부른다. 테라팹은 월 10만개 훌쩍 넘는 생산 능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테슬라는 업계 최대 규모의 칩 제조업체 중 하나로 도약할 수 있다.
현재 테슬라는 자율주행용 AI 칩을 TSMC와 삼성전자에 위탁생산하고 있다. 머스크 CEO는 인텔과의 협력 가능성도 언급했지만, “공급업체들이 최선의 시나리오를 달성하더라도 여전히 칩이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초기 생산 능력은 월 10만 웨이퍼에서 시작해 장기적으로 100만 웨이퍼 수준까지 확대할 것”이라며 “이 정도 규모가 되어야 테슬라가 필요로 하는 AI 칩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로, TSMC의 월간 생산 능력은 약 142만 웨이퍼 수준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이런 구상에 대해 “반도체 제조는 단순히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TSMC가 하는 일은 과학, 공학, 예술이 결합한 극도로 복잡한 과정”이라고 경고했다.
테슬라는 최근 자체 개발한 차세대 AI 칩 ‘AI5’의 제조를 TSMC와 삼성에 맡겼으며, 앞으로 데이터센터와 로봇 시스템에도 이를 적용할 계획이다. 머스크 CEO는 “AI5는 기존 칩보다 전력 효율성과 비용 효율을 높인 차세대 설계”라고 자랑했다.
또 이날에는 로보택시 ‘사이버캡(Cybercab)’의 생산을 내년 4월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 차량은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형태로,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그는 “자율주행에 최적화된 첫번째 순수 전기차로, 연간 200만~300만대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규제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등 규제 기관은 테슬라의 자율주행 보조기능인 FSD(Full Self-Driving)의 안전 문제를 조사 중이며, 사이버캡은 아직 실제 도로에 등장한 바 없다.
하지만 FSD가 내년 2~3월에는 중국 정부의 전면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부분 승인 상태로, 차량이 완전 자율주행을 수행할 수 없는 단계다.
또 그는 2세대 '로드스터(Roadster)'를 2026년 4월1일 공개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만우절을 공개일로 택한 이유는 혹시 지연되더라도 농담이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에둘렀다. 이 차량은 샘 알트먼 오픈AI CEO가 8년간의 기다림 끝에 주문 예약을 취소했다고 밝힌 모델이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최대 1조달러(약 1400조원) 규모의 스톡옵션을 받을 수 있는 사상 최대 CEO 보상 패키지도 승인됐다. 이는 앞으로 10년간 테슬라 주가와 실적 목표를 달성할 경우 지급되는 성과 기반 보상이다.
머스크 CEO는 “AI와 로봇 기술은 전 세계 경제를 10배, 어쩌면 100배까지 성장시킬 잠재력을 가진다”라며 “테슬라를 전기차 기업이 아닌 AI·로봇 중심의 종합 기술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보상안과 그의 발언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1조달러 보상안은 지나치지만, 머스크가 이를 달성할 만큼의 가치를 창출한다면 투자자들에게도 엄청난 이익이 돌아올 것”이라며, ‘머스크 리스크’보다 ‘머스크 프리미엄’이 더 크다는 평가를 내놨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