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왓슨 ‘닥터앤서’, 2월 시작한 ‘마이 헬스웨이’ 사업 최종 목표
기존 임상·의료정보 이외 유전정보, 생활습관, 환경정보 등 통합 분석
빠르고 정확한 진단·개인 맞춤형 처방 실현, 불필요한 의료 비용 감소 기대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정밀의료는 한마디로 의료 AI의 꽃입니다.

의료 AI가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술로 전문가들은 단연 정밀의료를 꼽는다. 정부가 약 800억 예산을 들여 구축 중인 대규모 의료 AI 플랫폼이자 ‘한국형 왓슨’이라 불리는 닥터앤서도 정밀의료를 최종 목표로 한다.

지난달에는 개인이 자신의 다양한 의료 정보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조회할 수 있는 ‘마이 헬스웨이’ 사업을 시작했다. 정밀의료 실현에 필수적인 통합 데이터 인프라 마련에 본격 뛰어든 것이다.

정밀의료는 한 사람의 건강에 대해 각기 다른 관점을 지닌 데이터를 한데 모아 AI로 분석, 개인의 건강을 진단·예측하는 기술이다. 각 의료기관이 보유한 진단·치료정보 이외에 유전정보, 생활습관, 환경정보 등까지 광범위한 데이터를 활용해 연관관계를 찾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의료계에서의 AI 활용이 엑스레이, CT, MRI 등 영상 자료를 기반으로 질병을 진단하는 일에 치중된 점을 감안한다면 비교불가한 규모다.

이 기술이 현실화될 시 의료 패러다임은 다수에서 개인으로, 치료에서 예방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다수를 대상으로 한 임상을 기반으로 치료에만 집중하는 방식에서, 하나뿐인 개인에 대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사용해 예방부터 진단, 치료까지 의료와 헬스케어 전 과정을 다루는 식으로 변화한다. 약물 부작용과 같은 위험 부담과 의료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치료 효과는 늘리고 의료 접근성에 대한 불평등도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기정통부는 1년에 한 번 진행하는 기술영향평가 대상으로 최근 정밀의료를 선정했다. 기술영향평가는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예측, 대응하기 위해 각국에서 진행하는 제도다. 70년대 미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 제정한 과학기술기본법에 따라 2003년부터 매년 진행하고 있다. 정밀의료에 대한 전문가와 일반시민 의견을 함께 정리한 2020년 기술영향평가 '정밀의료 기술의 미래' 책자는 올해 2월 공개됐다.

기술영향평가에 따르면 정밀의료 일종인 개인 유전체 분석 기술은 향후 5년 내 본격 상용화돼 의료 서비스에 적용될 예정이다. 나아가 10년 후에는 일상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잡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글로벌 정밀의료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약 474억7000만달러(한화 약 53조5000억원)이다. 향후 연평균 13.3% 성장해 2023년에는 1003달러(한화 약 112.9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연도별 정밀의료 시장 규모(표='정밀의료 기술의 미래' 기술영향평가 책자)
연도별 정밀의료 시장 규모(표='정밀의료 기술의 미래' 기술영향평가 책자)

AI타임스는 2020년 기술영향평가 보고서인 ‘정밀의료 기술의 미래’를 분석해 의료 AI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정밀의료를 전격 해부한다. 1편에서는 정밀의료 기술 소개와 관련 현황을 전한다. 2편에서는 기술을 현실화하기 위한 개선점을 데이터 인프라 중심으로 살펴본다.


◆정밀의료란 무엇인가

정밀의료는 개인의 선천적·후천적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의료·헬스데이터로 건강 상태를 판단, 예측하는 기술이다. 다수를 대상으로 한 임상·의료정보 이외에 개개인의 유전정보, 생활습관, 환경정보 등 건강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함께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유전정보로 개인의 선천적 특징을, 생활습관과 환경 관련 정보로 후천적 특징을 파악해 한 사람에게 꼭 맞는 치료법과 건강 관리법을 제안한다. 유전정보에 대해서도 유전체 정보뿐만 아니라 단백질체, 전사체, 대사체 등 각종 생물학적 정보(omics)를 활용한다.

예방에서 진단, 치료까지 건강 관련 전과정에 대한 서비스를 개인에 맞춰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미래 의료에 가장 근접한다고 볼 수 있다.

정밀의료에 활용 가능한 다양한 데이터 종류(표='정밀의료 기술의 미래' 기술영향평가 책자)
정밀의료에 활용 가능한 다양한 데이터 종류(표='정밀의료 기술의 미래' 기술영향평가 책자)

 

◆정밀의료가 가져올 혁신은 어떤 모습?

①약물 부작용·효과 개선...최적의 처방

약물 효력은 환자 개개인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의료 현장에서는 개인별 특성을 거의 고려하지 않는 상황이다. 환자 개인 특성에 따라 치료 효과가 적게 나타나거나 부작용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사전 대처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문제가 발생한 후 치료제를 바꿔 적절한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처방 한계는 전세계에서 고민하는 문제다. 미국에서는 한 해 약 270만건 의약품 유해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 중 10만명 이상이 사망한다. 영국에서는 매년 1만명, 일본의 경우 1000명 정도가 약물부작용으로 사망하고 있다.

특히 화학 항암제, 면역세포 항암제, 대사질환 치료제와 같이 환자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영역에서 개인 간 치료효과 차이가 크다.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처방할 때 암은 25%, 알츠하이머는 30% 환자에게만 효과를 보일 수 있다. 보편적인 사람들에게 분명한 효과를 보이는 약이 없는 만큼 계속해서 신약이 개발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밀의료 기술에서는 민족적·인종적 특성을 포함해 기타 개인의 유전 특징을 반영해서 약물을 처방한다. 치료제 효과, 부작용 등에 따라 개인을 분류한 후 유의미한 효과가 예상되는 환자들에게만 선별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다. 통계적 유의성에 따라 처방하는 기존 방식보다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어떤 치료약이 잘 맞을지 환자가 일일이 위험을 감수하며 시행착오를 겪지 않아도 된다.
 

②빠르고 정확한 진단 실현

각종 질병에 걸릴 확률 또한 개인별로 차이가 있다. 특히 각종 암과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 심장질환 등이 발병하는 데에는 유전적인 요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정밀의료에서는 개인이 특정 질병에 걸릴 확률을 예측한다. 각 개인을 질병 민감도에 따라 세부 그룹으로 분류해 질병 예방, 조기 진단, 치료를 위한 최적 방법을 수립 가능하다. 발병할 확률이 높은 질병을 조기에 파악해 이를 예방하기 위한 생활습관, 식습관, 운동법 등을 제안할 수도 있다.

의사 개인 역량이나 숙련도에 대한 의존과 오진을 줄일 수도 있다. 특히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에 대한 진단 정확도를 높인다. 소비자원 발표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질병 오진의 58%는 암에 대한 것이다. 더불어 폐암 진단 19%, 유방암 진단 14.7%는 오진인 것으로 전해졌다.
 

③불필요한 의료 비용 감소

환자 개개인의 특성을 다각적으로 고려한 치료법으로 정확도를 높이는 만큼 불필요한 의료 행위를 줄일 수 있다. 잘못된 처방과 진단으로 인한 개인의 고통을 줄이는 것은 물론, 의료비용 부담과 건강보험 재정도 개선한다. 특히 전 국민 의료보험 체계가 갖춰진 우리나라에서 불필요한 의료비는 건강보험 재정 악화로 이어지는 만큼 활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밀의료가 불필요한 의료 비용을 줄인다는 사실을 증명한 연구도 있다. 스위스 베른대와 제네바대 연구팀은 2019년 정밀의료 관련 논문들을 대거 분석해 비용 효과성을 확인했다. 논문 83개를 분석한 결과 69%에서 비용효과성을 보였다.
 

④의료 불평등 해소

향후 정밀의료 서비스는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접할 수 있는 방식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자신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분석 결과를 받을 수 있는 수단만 있다면 온라인 쇼핑으로 물건을 주문하고 배송받는 것처럼 쉽게 이용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와 같은 편리성으로 정밀의료는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정밀의료를 통해 예방중심 의료 문화를 정착시켜 의료 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다. 원격 모니터링과 디지털 치료제 보급에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밀의료 데이터 소스들. 임상 데이터 비중이 15%로 가장 적다.(그림='정밀의료 기술의 미래' 기술영향평가 책자)
정밀의료 데이터 소스들. 임상 데이터 비중이 15%로 가장 적다.(그림='정밀의료 기술의 미래' 기술영향평가 책자)

 

◆정밀의료를 활용할 주요 학술 분야는?

정밀의료를 활용할 주요 학술 분야 4가지는 동반진단, 표적치료, 질병위험도 예측, 약물유전체 맞춤 치료다. 이외 마이크로바이옴, 액체생검, 후성유전학, 영양유전체학에 정밀의료 기술을 접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동반진단은 특정 약물로 치료할 시 환자 반응을 예측하는 분자진단 기법 중 하나다. 개인적 유전 특성과 변이를 진단해 의약품을 선택하고 치료하는데 필요한 근거를 검출한다.

표적치료는 질환 유발에 관여하는 생물학적 중요 프로세스를 조정하는 치료법으로, 항암 치료에 주로 사용한다. 암세포에만 많이 나타나는 특정 단백질이나 유전자 변화를 표적으로 삼아 암 성장과 발생에 관여하는 신호 차단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정상 세포에 해를 입히지 않으면서 암세포만 공격할 수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 몸 곳곳에 터를 잡고 사는 미생물 집단인 상재미생물총의 유전정보 전체를 뜻한다. 입, 코, 귀, 전신 피부, 생식기, 겨드랑이, 장 등에 사는 미생물과 질병의 연관성을 밝히는 식으로 응용할 수 있다.

액체생검은 혈액, 소변, 침과 같은 액체에서 특정 장기에서 떨어져 나온 DNA, RNA, 단백질 등을 얻어 병을 진단하는 방법이다. 현재 암 진단 분야에 적극 활용 중이다. 조직생검보다 위험성이 낮으며, 암 이질성이나 다양성으로 인한 진단 한계를 개선할 수 있다.

후성유전학은 살아가면서 겪는 다양한 환경변화가 유전자 발현을 바꿔 후세에까지 전달한다는 내용이다. 화학적 오염물질, 섭취하는 영양성분, 심한 스트레스 등이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유전적으로 특정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도 적절한 음식, 운동, 스트레스 완화로 질병 발생을 늦출 수 있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정밀의료 관련 국내 정책 동향

정부는 2029년까지 10년간 100만명 유전체 정보를 모으는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사업을 진행한다. 2019년 5월 해당 내용을 발표했으며, 2020년부터 2021년까지 1단계 사업으로 2만명 규모 데이터를 우선 구축한다.

2022년에는 개인이 의료기관 방문 없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각종 건강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마이 헬스웨이 플랫폼을 완성한다. 기존에는 각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해 정보를 일일이 모아야 했다. 여러 곳에 흩어진 건강정보를 한 곳에 수집·조회하는 것을 넘어 원하는 대상에게 제공하고, 스스로 건강관리에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데이터 통합 수집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관리청 등 공공건강데이터에서 시작해 병원의료데이터, 라이프로그, 유전정보 등 개인건강데이터로 확대할 예정이다.

마이 헬스웨이 플랫폼 구축 계획(그림=과기정통부)
마이 헬스웨이 플랫폼 구축 계획(그림=과기정통부)

우리나라는 약 20년 전부터 정밀의료에 활용 가능한 의료·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작업을 시작했다. 국내에서 처음 유전체 코호트 구축을 시작한 때는 2001년이다. 해당 조사에서는 1만명이 넘는 안성과 안산지역 주민들을 2년마다 추적 조사했다. 2005년에는 농촌 지역 거주민 2만8000명, 도시 지역 거주민 17만3000명에 대해 코호트를 구축했다. 이외 쌍둥이 및 가족 코호트, 일본과 중국 거주 한국인 코호트, 결혼이주 외국인 코호트를 구축 중이다.

2011년부터 2012년 질병관리청 학술연구용역사업에서는 한국인 수백명 염기서열 정보를 생산했다. 2016년에는 복지부가 총 5063억 사업비를 들여 정밀의료 기술개발을 본격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다음 해인 2017년에는 정밀의료기반 암 진단 치료법 개발 사업단이 출범했다. 국내 암환자 유전자 변이를 분석하고 표적치료제를 매칭한 임상시험을 수행해 환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암 진단·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2020년 5000명이 넘는 암환자 데이터를 분석 완료했으며, 총 1만명 암환자 유전체 분석이 목표다.

 

AI타임스 박성은 기자 sage@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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