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제46차 다보스 포럼(WEF, 세계경제포럼)은 AI(인공지능) 등 '4차 산업 혁명'으로 710만개 일자리가 사라지는 대신 혁신형 직업 200만개가 새로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도 세계적 흐름과 다르지 않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월25일 '한국판 뉴딜, 대한민국 인공지능(AI)을 만나다’ 행사에서 "AI기술의 선두주자로 나서기 위한 AI 인재 10만 양병설"을 내세웠다.
기술 과학의 발전을 가로막으려는 러다이트(luddite) 운동이 결국 산업화와 자동화에 밀려났듯, AI를 배우고 써먹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이같은 흐름속에 현재 한국의 수학 교육은 "힘을 잃은 쓸모 없는 인재만 배출할 뿐"이라는 날선 비판을 쏟아내며 2018년11월 '인공지능 세상을 살아갈 사람들의 수학'을 내세운 교육 사이트가 있다.
특히, 이 서비스는 유튜브 무료 강좌와 온라인 유료 강좌, 그리고 '사교육 1번지'에 문을 연 학원이 초등생용으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AI 입문자는 물론, 대학(원) 전공자들로부터도 "기본 개념(Numeracy)을 잘 배울 수 있는 서비스"로 추천받는다.
취재진은 커뮤니티 추천을 받은 강의를 직접 들어본 뒤 '수준 있는 강의'라고 판단, 깨봉수학 조봉환 대표를 인터뷰했다. 그가 말하는 "AI를 직접 설계하며 해결할 능력이 있는 인재를 만드는 수학 교육"이 궁금했다.
그는 서울대와 미 남가주대(USC)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박사)하고 미 오라클과 하나은행 CIO를 거쳐 현재 싱가폴 DBS뱅크 이사로 재직중이다.
“기계가 잘 하는 영역에서 인간은 더이상 경쟁력이 없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떤 수학을 해야하는지 명확하다.”
◆ 인공지능 세상을 살아갈 사람들의 수학, 수리력(Numeracy)이란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한다는 사실은 이제 널리 알려졌는데, 이 시대를 맞이하는 다음 세대는 무얼 준비해야 할까요?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은 '기계가 잘 하는 영역에서 인간은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는 겁니다. 인공지능 시대는 노동력을 넘어 지능이 필요한 산업 현장에서도 기계와 로봇, IT 프로그램이 인간을 대체한다는 것이죠.
기존 교육 시스템은 산업혁명 이후 대형화, 대량화된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표준화 인재를 대규모로 공급하기 위해 설계됐습니다. 인공지능 시대는 이러한 인재가 하는 일 대부분을 기계(인공지능 포함)가 대신합니다. 따라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능력을 키워야 하죠.
무시-변화-관계의 힘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능력입니다. ‘무시’는 ‘디테일을 무시하여 핵심을 빠르게 파악하는 힘’, ‘변화’는 ‘변화를 파악하고 패턴화해 미래를 예측하는 힘’, ‘관계’는 ‘사실이나 현상을 관계로 보고 연결해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힘’입니다.
‘수학’을 배운다는 것은 바로 미래 인재의 핵심 역량인 이 세 가지 능력을 키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깨봉수학 유튜브)
한국의 대표적인 AI연구자인 네이버 하정우 연구소장은 '실전형 AI 인재가 필요하다'고 적시한 바 있습니다. 실전형 AI 인재 양성에 필요한건 수리력일까요? 코딩이나 개발 능력일까요?
소장님이 말씀하신 ‘실전형 AI 인재’란 문제해결 능력이 있는 인재를 의미한다고 봅니다. 사실 구글에서 제공하는 AI 라이브러리인 ‘텐서플로우’만 잘 활용해도 기본적인 AI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시대입니다. 이를 두고 AI 전문가라 자칭하기도 하죠.
하지만 진정한 AI는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핵심입니다. 즉, 문제의 핵심을 빠르게 파악해 해결 방법을 찾고 여기에 필요한 논리 구조를 수립해 본인만의 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죠. 위에서 언급한 ‘무시-변화-관계’ 힘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런 능력을 키우는데 수학이라는 학문이 매우 적합하다는 것입니다.
단, 지금의 수학 교육처럼 수능을 목적으로 정형화, 패턴화된 문제들을 풀기 위한 요령과 공식을 무조건 암기시키는 방식으로는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린 쓸모없는 인재만을 배출할 뿐이죠.
코로나 이후 IT 엔지니어 수요가 급증하지만 산업 현장에서 쓸 만한 인재가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바로 현재의 수학 교육이 가진 문제 때문입니다. 즉, 산업 현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문제들에 대해 필요한 AI를 직접 설계하며 해결할 능력이 있는 인재가 없다는 것이죠.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시대에 수학으로 기를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된 사람은 문맹과 같은 불편을 느낄지도 모른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하면 수학으로 기를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을까요?
수학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합니다. 기존 교육을 받으신 분들은 거의 대부분 ‘수학’을 공식과 요령을 외우는 ‘암기과목’으로 인식합니다. 구구단을 암기할 때부터 이미 그렇게 프레임이 형성됐으니까요. 하지만 근본적으로 ‘수학’은 그런 ‘암기’하는 학문이 아닙니다. 고도로 추상화된 수학의 ‘수’와 ‘기호’는 모두 저마다의 특성과 의미를 가지고 있고 이를 하나씩 깊이 있게 꿰뚫으며 배우면 매우 쉽고 재미있어지는 학문이죠.
이러한 점을 잘 이해하고 기존의 공식과 요령을 과감히 탈피해 하나씩 배워나가겠다는 마음가짐만 있다면 미래 인재에 필요한 능력을 충분히 기를 수 있습니다.
깨봉수학은 '어렸을 때부터 저마다의 상상력과 창의력, 그리고 컴퓨팅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을 기르는 것'이라고 하는데 사고방식이 고착화된 성인은 인공지능 수학을 익히기에 너무 늦었나요?
누구나 오래된 습관이나 사고방식을 고치는 것은 어렵죠. 하지만 이러한 능력이 정말로 필요하고 절실하다면 못 할 것도 없다 봅니다. 저희 깨봉수학을 배우는 학생 대부분이 초등 2~5학년이지만,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성인분들까지도 학습하고 계십니다. 그 이유는 기존에 배운 암기와 요령의 수학이 이미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거나 잘 못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새로운 대안을 만났기 때문이죠.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눈앞의 성적이나 시간에 급급하지만 않는다면 상상력과 창의력, 그리고 컴퓨팅 사고력을 얼마든지 키울 수 있습니다.
◆ 교육의 메카 강남8학군에서의 깨봉수학
왜 깨봉수학을 만들게 되었나요?
미국에서 근무하다가 국내 금융회사에 스카우트되어 한국으로 돌아왔을 당시 딸이 초등 3학년이었는데요. 저를 닮아 당연히 수학을 잘 할 거라 생각했는데 ‘수포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충격이었죠. 해서 원인을 살펴보니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방식에 잘못이 있었습니다. 공식과 요령의 암기!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외우는 것을 싫어합니다. 재미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수학을 다시 좋아하도록 가르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수도 없이 고민하며 다양한 시도하는 과정에서 원리와 개념을 쉽게 이해시키고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는 시각화가 핵심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딸에게도 키노트로 직접 만든 시각자료를 활용해 가르쳤더니 효과가 금세 나더군요.
그 덕분인지 지금은 미국 필립스 아카데미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만. 아무튼 새로운 수학 교육 방법에 확신이 들었고 우리 아이들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수학 교육부터 바꿔야겠다는 사명감에 깨봉수학을 만들었습니다.
깨봉수학은 강남8학군의 중심지인 압구정에 위치하는데 왜 압구정에 오프라인 학원을 개원했나요? 사교육의 중심 속 깨봉수학의 생존 전략이 있나요?
잘 아시다시피 한국 사교육의 메카는 대치동이죠. 물론 압구정동도 사교육의 핵심 경쟁지는 맞습니다. 하지만 대치동과는 분위기가 좀 다른데요. 새로운 교육법에 대해 보다 열려 있고 미래를 바라보는 학부모님들의 생각이 깨어 있달까요?
또한 깨봉수학의 브랜딩 전략 측면에서 대한민국 사교육의 핵심지역 중 하나인 압구정동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상징성과 선망성을 함께 고려한 결정이었습니다. 코로나로 힘든 시기를 겪고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 전략은 현재까지 매우 주효하고 있습니다.
깨봉수학 커리큘럼은 AI를 활용했다는데 기존 교육 과정과 어떤면이 그렇게 다른건가요?
깨봉수학의 학습과정과 커리큘럼은 약 3,000개의 수학 개념을 관계 기반으로 재구성한 깨넷(QUENET)을 기반으로 합니다.
깨넷은 수학의 가장 기본 개념인 숫자 0, 1과 ‘더하기’로부터 반복, 반대, 시각화, 언어화 등의 관계를 통해 고차원의 개념까지 연결한 개념 네트워크(Semantic Network)로 깨봉의 핵심 노하우인데요. 깨봉수학의 AI는 이 깨넷을 기반으로 학생들의 학습 상태와 성과에 따라 다음에 배워야 할 과정이나 복습이 필요한 과정을 연결해 주고, 문제의 수와 난이도 조절, 학습 습관의 코칭, 전체적인 학습 시간의 조절 등 개인별 자기주도학습 역량과 깨봉수학의 학습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개발된 알고리즘입니다.
여려 개념을 한번에 섞어 여러번 공부한다...'순환학습', 헷갈리진 않을까요?
수학의 각 개념과 원리들은 쉬운 단계부터 어려운 고차원의 단계까지 거의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깨봉수학은 수학의 이러한 특징을 감안해 가장 쉽고 기초적인 핵심(Core) 개념과 원리를 중심으로 연관된 개념들을 순환해 배우면서 더 어려운 개념을 이해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네트워크 전문 용어로 ‘Hub and Scope’라 불리는 구조와 매우 유사한데요. 어떤 학생이 분수 영역에서 비율(Ratio)과 관련된 상위 개념을 배우는 단계에 들어갔더라도 이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위해 나누기의 기본 개념을 다시 한번 듣도록 유도하는 원리입니다.
기존 교육과정은 연관 없는 개념들을 각기 배우다 보니 오랜 시간 배워도 남는 것이 별로 없게 됩니다. 깨봉수학이나 기존 교육이나 결국 배우는 수학의 원리와 개념은 같습니다. 관점과 접근 방식 그리고 가르치는 방법이 다를 뿐이죠. 따라서 헷갈릴 일은 없습니다.
AI 국가전략, 초등생 AI 교육 의무화, AI 인재 10만 양병설, 전국민 AI 교육 시대…등에 깨봉수학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인공지능이 모두 수학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은 단순히 인공지능에 사용된 수학 개념들이나 원리뿐만 아니라 수학적 상상력, 창의력, 사고력을 포함한다는 뜻입니다. 즉, 지금의 수학교육부터 바로잡으면 될 일을 엉뚱한 곳에서 원인과 해결책을 찾으려 하는 거죠. 여러 사람과 단체의 이익과 권리가 얽혀 있는 공교육의 시스템과 교과 과정을 우리 같은 사교육이 싸워 이길수는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글로벌은 다릅니다. 이미 많은 교육 선진국들이 수학교육의 변혁을 시도하고 있죠. 해서 깨봉수학도 해외 진출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깨봉의 교육 철학과 방법이 글로벌에서 입증 된다면 우리나라도 뭔가 바뀌는 것이 있지 않을까요?
미래에는 깨봉수학도 인공지능 선생님이 대체할까요?
현재 개발 중인 깨봉수학 AI의 완성형이 QUEBON AI Tutor입니다. 자기주도학습이 잘 되고 타고난 능력이 뛰어난 소수의 학생들은 문제가 없지만 상대적으로 수학적 센스나 이해도가 낮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분명 선생님의 역할이 필요할 테니까요. 그동안은 방문 교사, 전화 수업, 화상 수업 등으로 개인화를 시도했지만 균일화된 교재만으로는 교사의 능력과 자질의 편차로 인해 개인별 맞춤 학습에 한계가 있었죠. 게다가 포스트 코로나는 언택트(Untact) 시대입니다. 이에 가장 적합한 방식이 AI Tutor라 생각하고 차근차근 개발해 나가고 있습니다.
◆ 인공지능 시대가 두려운 이들에게 한마디
바야흐로 100세 시대라고 합니다. 살면서 기본적으로 직업 2~3개는 가져야 한다고도 하죠. 이미 성인이 되신 분들도 인공지능 시대를 현명하게 살기 위해서는 수학을 다시 공부하길 권하고 싶습니다. 우리 대부분이 수학을 암기과목으로 알고 입시 이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잖아요?
생업에 치여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배움에 목마를 때가 생깁니다. 저는 바로 그때가 다시 공부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특히 수학은 인문학, 철학과도 연결되는 고차원의 학문이기도 하지만 실생활 어디든 활용할 수 있는 유희적 학문이기도 합니다.
요즘 수학 관련 교양서가 잘 팔린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변화가 대한민국의 미래에 큰 희망이 되리라고 봅니다.
AI타임스 장준하 기자 juny6287@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