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학부모님으로부터 아이의 수학공부 지도에 관한 사연을 접했다. 초등학교 5학년인 자녀의 수학 공부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너무 막막하고 고민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작년부터 코로나로 학원을 보내지 못하는 학부모님들이 자녀의 수학 공부를 강제로 돌봐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아이에게 수학 공부를 가르치다 분통을 터뜨린 후 ‘그래도 내 자식이니까 화를 낸다’며, 소위 ‘친자 인증’으로 위안을 삼는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의 수학 공부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학부모님의 사연은 이랬다.
코로나 장기화로 2년 후 중학교에 올라가야 하는 아이의 수학이 걱정된 엄마는 학부모 커뮤니티를 참고해 문제집을 매일 풀도록 시켰다. 수학에 자신은 없었지만 아이의 풀이 결과를 꼼꼼히 채점하고 틀린 문제는 해설을 보며 설명해 주는 등 정성을 들여 지도했다.
하지만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거졌다. 문제의 유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들었던 엄마는 이미 풀었던 문제 중 난이도가 높은 문항을 따로 출력해 풀도록 시켰는데, 이미 풀어보고 정답도 맞혔던 문제를 아이가 계속 틀리는 것이다.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은 엄마는 아이에게 크게 화를 냈고 아이는 기가 눌리거나 반성하는 모습 대신 ‘원래 아는 문제인데 실수를 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사연을 보며 아마 많은 가정에서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으리라 짐작됐다.
우리는 부모와 자녀가 이토록 고통받는 일을 왜 멈추지 못하는 것일까?
‘수학’은 ‘수’와 ‘기호’로 추상화된 논리 학문이다. 추상화되었기 때문에 형상화를 통해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고, 논리적이기 때문에 약속과 추론을 활용해 사고력을 높일 수 있는 학문이라는 뜻이다.
이런 학문을 우리는 어떻게 가르치고 있나?
기계처럼 연산과 암산을 빨리해 정답을 잘 맞히는 아이. 공식과 요령을 달달 외우고 시험에 잘 나오는 유형을 보자마자 기계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풀어내 정답을 맞히는 아이. 대한민국은 이런 아이들이 수학을 잘 하는 것이라 추켜세우고 다른 아이들도 이렇게 되도록 훈련시키고 있다. 이 틈바구니에서 ‘수학’은 그저 높은 점수를 받아 향후 대입으로 가기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만다. 평생 수학을 가까이하며 인공지능 분야에서 나름의 일가를 이룬 나로서는 개탄을 금치 못할 일이다.
사연 속의 아이는 분명 이전에 정답을 맞히면서도 본인이 어떻게 정답을 맞혔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는 달달 외운 공식과 요령으로 정답만 맞히는 훈련을 반복할 때 나오는 대표적 폐해다. 문제가 전달하는 의미를 파악하고 이를 수학적 언어인 ‘수’와 ‘기호’로 바꾸기 위한 상상과 사고를 해야 하는데, 이런 기회를 박탈당한 채 ‘기계적 연산’으로 훈련받아온 아이들에게는 ‘생각하는 힘’이 없기 때문이다.
사연을 보낸 학부모님에게는 ‘수학’을 바라보는 관점과 문제집을 활용하는 방식을 조금씩 바꿔보도록 권유했다. 우선 자녀가 이미 배워 알고 있다 생각하는 수학 개념이나 원리를 부모님에게 설명하도록 유도하기. 무언가를 타인이 이해하도록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뜻이며,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훈련과 함께 발표능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
다음은 문제를 푸는 양, 특히 단순히 계산해서 풀 수 있는 문제는 줄이고 생각이 필요한 문제를 더 많이 풀도록 유도하기. 문제의 핵심을 이해하고 상상하며 스스로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아이는 생각하는 재미와 희열을 느낄 수 있다. 이때 ‘기계적 연산’에 이미 길들여진 아이들은 문제를 풀기 위해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를 의심하거나 지겨워할 수 있지만 이 시기를 지나면 아이들은 생각하는 즐거움에 빠져들며 난이도가 높은 문제를 스스로 찾아 푸는 등 상상력과 사고력을 키우는 바탕을 마련할 수 있다.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더 이상 과거의 교육 방식을 고집하지 말자. 특히 수학은 우리가 쉽다고 생각하는 기본 개념과 원리들을 단단히 꿰뚫어 이해할수록 이후의 어렵고 고차원적인 수학 개념과 원리를 쉽게 깨우치고 활용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코로나로 시간이 많아진 지금, 이 시간을 우리 아이들이 충분히 상상하고 생각할 시간으로 바꿔준다면 수학의 위기는 오히려 기회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AI타임스 조봉한 info@quebon.com
- AI 개발자도 추천하는 수학 교육, 깨봉 조봉한 대표
- [연재 기고] 우리아이 AI수학 교육 ① "겨울방학은 수학과 친해질 절호의 찬스"
- 우리아이 AI수학 교육 ③ 수학, 재미있어야 스스로 한다
- 수학 공식 가설 생성하는 '천재 AI' 나왔다...증명은 아직 사람이 해야
- [광주와 AI교육] ③ “기계와 공존하는 시대에 맞는 시민의식 가르쳐야”
- [스페셜리포트] ④AI기술로 혁신하는 교육, 커리큘럼부터 시험까지 개인 맞춤형
- 광주 지역 대학에서 국내 첫 AI 조교 탄생할까?
- 서울시 초중고교 1300곳, 6월 AI 맞춤형 영어 교육 도입 완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