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공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재에 대응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현장의 변화를 제대로 아는 건 교육 혁신의 첫 단추다.

2016년부터 실시된 소프트웨어 교육은 잘되고 있는지, 인공지능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또한 교육 기업들이 준비하고 있는 AI 도구들은 어떤 것인지 살펴보고 이들을 통해 미래 교육의 모습을 예측해보고자 한다.

 

“엄마, 수학을 왜 배워야 해요?”

수학 문제를 열심히 풀던 초등학생 자녀가 던진 갑작스러운 질문에 엄마는 잠시 생각한 후 “넌 학생이고, 그러니까 학교 공부를 착실하게 해야겠지? 게다가 수학은 나중에 대학 갈 때 제일 중요한 과목이니까 당연히 열심히 해야지.”라고 대답했다. 나름 논리적으로 생각해 한 말이지만 엄마 스스로도 확신이 들지는 않았다. 이제껏 살아보니 본인도 초중고 학창 시절 12년 동안 공식 암기와 문제 풀이에 죽도록 매달렸던 수학 공부가 지금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쓸모 없어진 것에 늘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OECD 국가를 대상으로 3년마다 실시하는 학력평가(PISA)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 실력은 항상 상위권을 차지한다. 하지만 수학에 대한 흥미도는 늘 중하위권에 머물고, 교육 선진국에 비해 약 2배의 시간을 수학 공부에 투자하지만 평가점수는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이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어렵고 하기 싫은 수학임에도 대입 시험을 위해 억지로 하고 있으며, 우리의 수학 교육이 그 효과에 비해 효율은 매우 안 좋다는 이야기. 또한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더 많은 수포자를 양산하며 IT 산업의 인재 기반까지 무너뜨리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중심의 IT가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이 여러 분야에 걸쳐 빠르게 진행 중이다. 여기에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온라인 산업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IT 엔지니어의 몸값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하지만 수학이 바탕이 되는 이공계 대학교수들은 요즘 학생들이 논리, 추론 등 기본적인 사고력이 전공 수업을 따라오지 못할 만큼 부족하다 평가하고, IT 업계 또한 문제 해결 능력이 우수한 IT 엔지니어가 없다는 불만이 쏟아진다. 초중고 12년간 평균 약 1.5만 시간을 수학 공부에 투자한 결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무엇이 잘못된 걸까?

한국의 고등학교 교과서 집필자(김연식, 김흥기)는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로 (1) 고상한 정서 함양 (2) 두뇌의 발달과 지적 도구 (3) 수학 자체의 연구 (4) 과학 연구의 기초 (5) 철학을 감상적 추상론에 빠지지 않고 논리적으로 연구 (6) 이유 없는 부당한 권위에 굴하지 않고 객관적인 판단을 관철시킬 수 있는 능력 함양 (7) 각종 수리 관련 시험 대비 등을 소개하고 있다. 수학의 기원에 기반한 매우 포괄적이고 훌륭한 교육 지침이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수십 년 전과 같은 낡은 방식의 ‘대학입시’ 프레임 속에서 공식 암기와 반복적인 문제 풀이에만 죽어라 매달리고 있다. 또한 수학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초등 수학은 곱셈의 원리를 제대로 꿰뚫어 이해하기 전부터 구구단을 무작정 외우게 하고 기계적인 연산을 반복 훈련시키며, 정답만 잘 맞추면 수학을 잘한다고 평가받는다. 이런 환경에서 수학을 재미있어 할 아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초등학생 때부터 수학을 재미없게 억지로 배우던 아이들이 중·고등학교로 올라간다고 갑자기 잘하게 될까?

(사진 = 깨봉수학 유튜브)
(사진 = 깨봉수학 유튜브)

대부분의 학부모는 자녀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며 주도적으로 학습하길 원하지만, 현실에서는 수학 문제를 푸는 양과 정·오답의 개수로 씨름한다. 수학의 원리를 이해하고 주어진 문제를 상상력, 논리력, 추론 등 ‘생각하는 힘’을 동원해 풀어가는 과정 속에서 재미를 느껴야 하는데,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이 풀어야 하고 틀리면 혼난다’는 현실은 문제 푸는 과정 자체를 즐기지 못하도록 만든다. 아이들 스스로 무언가를 배우길 원한다면 가장 강력한 동기인 ‘흥미’와 ‘재미’부터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조건적인 공식 암기, 비슷한 유형의 연산 문제를 반복해 푸는 것은 과감히 버리자. 많은 양의 연산 문제 대신 생각이 필요한 사고력 문제 위주로 충분한 시간을 들여 고민하며, 정·오답의 결과보다 푸는 과정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고 기다려주자. 또한 이미 배운 개념과 원리를 부모에게 설명하게 함으로써 스스로 아는 것을 다지고, 논리적으로 정리하며 표현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점점 가속화되는 인공지능과 IT의 발전으로 이미 우리의 생활과 산업 전반은 수학적 사고가 매우 중요한 시대로 접어들었다. 미래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이 수학을 재미있게 배움으로써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새로운 교육 방법을 찾고 시도해야 한다.

열심히 하는 사람이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수학이 재미있어지면 아이는 스스로 공부하고 결국 미래의 인재로 거듭날 것이다!

깨봉수학 조봉환 대표

서울대와 미 남가주대(USC)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박사)했다. 미 오라클과 하나은행, 싱가폴 DBS뱅크 등 금융권 CIO로 활동했다. 딸에게 수학을 가르치다 새로운 방식의 수학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주)이얼쿠키를 설립 '깨봉 수학(https://www.quebon.tv/)' 콘텐츠를 제작 중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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