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반도체 시장은 M&A 돌풍 속에 있었다. 역대 최대 규모 M&A인 엔비디아와 Arm의 합병을 비롯해 그에 못지 않는 규모의 AMD와 자일링스의 합병 등 굵직굵직한 사건이 많았다.
IC인사이츠(IC Insights)는 "2020년 5건의 대규모 인수 발표와 12건 이상의 소규모 거래로 인해 올해 M&A 합의 총액이 사상 최대인 1180억 달러(약 130억원)"라며 "이전 최고치인 2015년 1077억달러를 넘어섰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해 진행된 5개 대규모 M&A는 ▲400억달러 규모 엔비디아의 Arm 인수 ▲350억달러 규모 AMD의 자일링스 인수 ▲210억 달러 규모 아나로그디바이스(ADI)의 맥심 인터그레이티드 인수 ▲100억달러 규모 마벨의 인파이 인수 ▲90억달러 규모 SK하이닉스의 인텔의 낸드 플래시 부문 인수 등이다.
이들만 총 1150억 달러다. 5개의 대규모 협상은 전부 하반기에 이뤄졌다.
◆ ADI, 맥심 210억달러에 인수
시작은 ADI가 맥심을 210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7월부터였다. ADI는 올해 7월까지 모든 인수과정이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인수를 통해 ADI는 자율주행, 전원 관리와 애플리케이션 IC 설계, 아날로그와 혼합신호 IC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IC인사이츠는 "맥심 구매 발표되기 전, 2020년 상반기 반도체 인수 계약은 21억 달러에 불과했다"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졌던 2분기 M&A 총액은 불과 3억 5200만달러"라고 설명했다.
◆ 엔비디아, Arm 400억달러에 인수
이후 9월 역사상 최대의 M&A 계약이 진행됐다. GPU기반 AI 가속기 전문업체인 엔비디아가 소프트뱅크로부터 Arm을 40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젠슨 황 엔비디아 설립자 겸 CEO는 "AI 시대를 위한 컴퓨팅 회사 만들기"라며 소프트뱅크로부터 Arm을 인수한 이유를 설명했다.
젠슨 황은 "지금까지 1800억 대의 컴퓨터가 Arm과 함께 만들어졌는데, 작년 한 해에만 220억 대의 컴퓨터가 만들어졌다"며 "Arm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CPU"라고 언급했다.
Arm은 삼성전자, 퀄컴, 애플 등 스마트폰에 반도체 설계 기술을 제공한다. 전체 모바일 디바이스의 95%가 이 회사 기술을 채택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양사의 합병에 제약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몇몇 국가가 반독점 위반 등의 이유로 거래를 제재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지난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과 CNBC 등 외신은 영국 반독점 정책당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자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 인수가 반도체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나 다른 국가가 이번 인수 건에 대한 조사를 개시할 수 있으며 이 가운데 중국 당국의 조사가 가장 험난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중국 반도체 업계는 엔비디아의 Arm 인수를 불허해야 한다는 의견을 자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는 독과점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다른 IC 공급업체나 시스템 제조업체에 Arm의 설계 자산(IP)을 제공할 때 독립성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인수는 2022년 3월까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 영국, 중국, 유럽연합(EU), 한국, 일본 등으로부터 규제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엔비디아가 역사상 가장 큰 반도체 인수를 발표한 지 4주 후, 10월에 여러 건의 대규모 인수합병(M&A) 계약이 발표됐다.
◆ SK하이닉스, 인텔 낸드 사업부 90억달러에 인수
먼저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낸드 플래시 메모리 사업부를 90억달러에 인수했다. 차세대 메모리 기술 옵테인은 이번 인수에서 제외됐다.
이를 통해 낸드 부문 시장점유율 4위였던 SK하이닉스는 2위까지 올랐다.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에는 못 미치지만, 6위였던 인텔의 점유율을 흡수하며 2위였던 키옥시아(구 도시바메모리)와 웨스턴디지털(WDC)을 뛰어넘은 것.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업체는 인텔과 2021년 말까지 주요 국가의 규제 승인을 얻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규제 승인을 받으면 SK하이닉스는 우선 70억 달러를 지급하고 인텔의 낸드 SSD 사업(SSD 관련 IP와 인력 등)과 중국 다롄팹 자산을 SK하이닉스로 이전한다.
◆ AMD, 자일링스 350억달러에 인수
10월 말 CPU, GPU업계 2위 기업인 AMD도 FPGA(프로그래밍 가능한 반도체) 1위 기업 자일링스를 350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거래는 올해 말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AMD는 기존의 CPU와 GPU에 자일링스의 FPGA, ACAP(적응형 플랫폼) SoCs, 소프트웨어 전문 지식을 결합해 클라우드, 엣지·엔드 디바이스용 컴퓨팅 플랫폼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CPU 1위인 인텔과 GPU 1위인 엔비디아를 위협할 만한 강력한 기업이 하나 더 탄생한 셈.
◆ 마벨, 인파이 100억달러에 인수
마지막으로 10월말 미국 시스템 반도체 제조회사 마벨 테크놀로지(Marvell)는 경쟁업체 인파이(Inphi)를 10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마벨은 데이터 저장과 네트워킹에 사용되는 칩을 주로 생산한다. 이번 인수로 마벨은 인파이의 주력 사업인 네트워크 사업분야로 영역을 확대하게 됐다.
IC인사이츠는 이달 말 반도체 시장 M&A와 지난해 50대 반도체 매출 선두기업 등을 분석한 '2021 McClean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AI타임스 양대규 기자 yangdae@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