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완 보성농협 조합장에게 영농형 태양광 실증 단지 조성 이유에 대해 물었다.
최근 전남 지역 염해농지를 중심으로 농촌형 태양광이 확산되면서 발전사업자인 대기업과 주민들, 지자체, 관련 단체들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도시자본들이 태양광 발전사업을 위해 농촌에 진출하면서 농업활동이 가능한 광활한 농지들이 태양광 발전을 위한 땅으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주들에게 농지를 임대를 해주고 농촌을 떠나는 농민들도 늘어나고 있어 경기침체는 물론 ‘농촌 슬럼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각종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농지를 보전하면서 농가 수익도 높이는 ‘영농형 태양광’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농지의 보전과 이용에 관한 법률(농지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생산된 전기를 송전하는 선로의 보급률이 낮고, 현행법의 한계도 발목을 잡아 확산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 가운데 농민의 실질 소득을 높이고, 청년들이 찾아오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 사비를 털어 직접 영농형 태양광 실증사업을 하는 농업인이 있어 눈길을 끈다.
문병완 보성농협 조합장(62)이 그 주인공이다. 문 조합장은 지난 2001년 조합장에 당선된 뒤 경영을 맡아 오면서 오로지 ‘농민이 살기 좋은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했다. 휴일도 없이 억척스럽게 일했다. 문 조합장은 농가의 실질소득을 높이고 고령화‧빈곤 문제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영농형 태양광을 적극 확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농형 태양광 사업의 전도사로 불리는 문 조합장을 만나 농업의 중흥을 위한 방향과 실증사업을 하게 된 배경, 확산을 위한 과제,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다.
“영농형 태양광, 농촌의 토지·경제·정주여건 살리는 길”
- 영농형 태양광에 대해 소개한다면.
“먼저 농촌형 태양광을 설명해야 될 것 같다. 농촌형 태양광은 농지를 전용해 태양광 발전을 위한 땅으로 용도를 변경해 발전 사업을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발전 수익을 얻고 농업을 포기하는 방식이다. 그에 반해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 훼손 없이도 농지에서 작물재배와 전기 생산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방식이다. 농민들이 농업을 유지하면서 태양광 발전 수익도 얻을 수 있어, 친환경적인 미래 먹거리 수단이라고 본다.”
- 자체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농업인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에 대해.
“지난 2019년 8월 전남 보성읍 옥암리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영농형 태양광발전 실증단지를 건립했다. 단지는 2,150㎡(650평)에 이른다. 농촌형 태양광과 영농형 태양광의 경제성을 비교·입증하기 위해 단지 바로 옆에 비슷한 규모의 일반 태양광발전소를 지었다.”
- 사비까지 들였다던데. 꼭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나.
“코로나19로 모든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농촌만 정체돼 있다. 오히려 점차 어려워져 이 지경까지 이르렀다. 앞으로 환경적 변화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농촌이 그린뉴딜 사업에 열쇠를 쥐고 있는 반면 마을 주민들이 참여를 하지 않는다. 지도자들이 현장에서 주민을 설득해줘야 하는데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고, 직접 보여주고 설득해보자는 취지에서 시범적으로 추진하게 됐다.”
- 사업을 진행하며 염두에 둔 점은.
“실증사업을 진행하면서 발전 수익과 농업 이익 부분을 중점적으로 분석했다. 농가 소득이 올라야 마을이 붕괴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정부가 귀농, 귀촌 정책을 펼치고 청년농을 육성하더라도 실질소득이 오르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실제 몇몇 사업의 경우 보조금 3억을 준다. 그런데 본인이 소득이 없는데 보조금만 가지고 운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귀농을 한 농민들의 경우 보조금을 받고 실질적 농업에 종사하지 않고, 더불어 발생한 수익은 도시에서 살고 있는 부인과 자식들에게 고스란히 보내는 사례도 있다고 들었다. 이러한 것들을 보면서 본인이 직접 생활을 하면서 소득이 오를 수 있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사업이 필요하다고 다시금 느꼈다. 경제성 입증이 가장 중요하겠다고 생각했다”
- 농촌형과 영농형을 비교해보니 실제 가장 큰 차이는.
“수익 증대와 농지 보전,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발전사업과 농업을 병행하니 당연히 수익은 높아진다. 정부 부처나 농민들께서 주목해야 할 점은 농지 보전 문제다. 농촌형 태양광은 농지 복원이 어렵다. 정부에서도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 중인데, 현재 농촌형설비가 대부분이다. 역행하는 방향이다.”
“이에 반해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가 갖고 있는 공익적 기능을 담보하고 있다. 안정적인 쌀 생산이 가능하므로 식량 안보 기능을 한다. 논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기능 가운데 하나인 담수 효과로 비가 올 때 홍수 조절 기능을 해준다. 논에서 담수를 함으로써 온난화에 대한 기후 조절 등도 수행을 하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점도 큰 차이점 중 하나다.”
“보성군 옥암리 실증단지, 전국 시범단지 됐으면”
- 수익은 어느 정도인지.
“현재 옥암리 실증단지 영농형 태양광 시설의 경우 650평 기준 99kW로 설비돼 있다. 월평균 100만 원 정도의 수익을 거뒀다. 연간 1,200만원의 발전 소득이 발생했다. 추가로 100만원이 넘는 수준의 하부 작물 재배 소득이 나왔다. 소득이 많다.”
“농가소득 5천만 원 달성하자는 슬로건은 자주 들어봤을 것이다. 현재 4천만 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각종 보조금을 제외한 순수 농업 소득은 1천만 원을 겨우 넘는다. 나머지 3천만 원은 각종 직불금 들을 포함한 이전소득과 농외소득이 대부분이다. 태양광 발전을 병행할 경우 연간 수 백만 원이 추가로 생기게 되는 셈이다.”
- 옥암리 실증단지를 전국 시범단지로 만들자는 의견도 있다. 주민들의 반응은 어떤지.
“환영이다. 선로가 해결된다면 주민수용성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조합장이 먼저 나서서 실증을 하니까, 대다수 주민들이 함께 해보고 싶다는 반응이다. 영농형 태양광 시범단지로서 적합할 것이라 판단한다. 시범단지가 된다면 후발 지역과 국가들이 배워갈 수 있는 선도 사례로 만들고 싶다.”
“이를 위해 정책 결정권자들이 실증단지에 직접 찾아와서 보고 판단해줬으면 좋겠다. 국가의 식량 안보와 농촌의 생존이 결정되는 중차대한 문제다. 반대하는 분들은 현장에 와서 직접 보고 판단했으면 한다. 저처럼 직접 해보지 않고서는 주민들에게 권할 수 없다. 막상 했다가 피해보면 안 되지 않느냐 그 때 책임은 누가 지겠나. 영농형 태양광을 도입해서 낮은 소득으로 인한 농촌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 지역 소멸 위기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대기업에 농지 빌려주고 도시로 떠나는 노인들”…‘염해농지’ 농촌형 태양광, 경제 몰락‧농촌 슬럼화 유발
- 농촌형 태양광을 놓고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태양광 사업 자체에 대한 인식도 나빠진다. 이에 대해 한 말씀.
“어떠한 경우에서도 국토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상식적으로 농지를 잠식시키고 타 사업을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러나 현재 염해농지 등 대규모 자본가들이 농촌에서 농촌형 태양광 사업을 전개해 부작용들이 많다. 이 때문에 파생되는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농촌 고령화, 경제 몰락, 역귀농, 슬럼화 등이다. 농지 복원이 어려운 농촌형 태양광은 더욱 신중하게 검토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농지에는 설비를 안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대기업의 농촌형 태양광이 설치된 전남의 한 시군을 갔더니 경제가 완전히 죽어버렸다. 대기업에게 농지를 임대해주고 일정 수준 금액을 매달 받는 농업인들이 많아졌단다. 땅만 빌려주고 도시로 떠나는 농민들도 많다고 들었다. 이게 무슨 꼴이냐. 경제는 순환이다. 농촌 공동체 내에서 돈이 돌아야 하는데, 역외로 유출되니 태양광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농촌이 텅텅 비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태양광을 늘리는 것은 좋으나 잘못된 정책을 무작정 시행하다보니 산업 자체 이미지만 나쁘게 된 꼴이다.”
농촌형 태양광 설치한 전남의 한 마을.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요.
“주민 중심 영농형 태양광 협동조합 만들어야”
- 전남 지역의 농촌 고령화·빈곤 문제가 심각하다. 영농형 태양광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려면 인구가 유입되고 빠져나가지 않아야 한다. 결국 소득 보장이 핵심이다. 예컨대 아버지가 생전에 농사를 짓다 돌아가시면 후계인력이 돼 농지를 보유하게 된다. 그러면 농지를 보전하기 위해 농사를 지어야 한다. 도시에서 직장생활, 사업하다가 농촌으로 내려오게 된다. 그러나 농촌에 살려고 해도 소득이 받쳐주지 않아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 결국 정착을 못 하고 역귀농한다. 최근 4년간 귀농·귀촌 인구가 11.6%나 감소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절반 이상이 소득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마을 주민들을 중심으로 영농형 태양광 관련 협동조합을 결성해야 한다고 본다. 조합원으로 가입시켜 수익을 공유하고 과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구조가 형성돼야 한다. 초기 관리가 어려울 수도 있다. 주민들이 직접 안전 관리, 금융 대출 등을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무리 영농형 태양광이 좋다고는 하지만 농사짓는 게 미약하게나마 다르긴 하다. 시행착오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 태양광 시설 등을 공동 관리할 수 있는 협동조합을 만들어야 한다. 조합원으로 가입을 시켜. 함께 더불어 사는 구조를 만들어주면 마을이 활기를 찾지 않겠나.”
- 전남 지역에 수요가 높다는데, 여러 걸림돌들로 인해 확산이 더딘 상황이라던데.
“관련 법 개정 문제도 있겠지만, 선로 문제가 크다. 이제야 체질 개선을 꿈꾸는 전남에 선로가 부족해 확산이 안 되고 있다. 이는 전남의 산업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남은 농도였고 현재도 농지가 광활하다. 쌀을 생산해서 국민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하는 요충지였다. 과거 한국전력이 선로, 변전소를 확보한 건 소비를 예측‧파악해 변전소를 늘려 놨다. 당연히 공업이 주요 산업이었던 곳들은 변전소가 늘어났을 것이다. 그러나 1차 산업인 농업 위주의 전남 지역은 선로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최근 김승남 국회의원이 농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앞으로 과제는.
“이제 첫 발이다. 개인적으로 농지법, 선로 개통 문제 등 현안들이 대통령 말씀대로만 됐으면 좋겠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그린 뉴딜은 농촌으로부터’, ‘농업소득 증대’ 등 말씀을 10번 이상 하시더라. 진작 안정적인 농가 소득이 보장되는 정책이 있었다면 농촌이 이렇게 힘들겠나.”
“농지법 개정에 이어 여러 가지 현안에 있어서 농림부, 산자부, 농림부, 한전 등이 이러한 문제들을 묶어서 다 같이 조속하게 해결해야 한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각 부처들이 서로 자기 주장만 관철시키려고 하지 말고 함께 어우러져 묶여야 된다. 참 안타까운 게 한전은 한전대로 주장하고 있고 농림부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누가 다느냐’는 식의 태도로 농지법은 손대지 않겠다는 입장만 고수한다.”
“김영삼 대통령 당시 ‘죽어도 쌀 수입 안한다’면서 42조원의 막대한 재원을 농촌에 투입했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이 42조 8천억, 노무현 대통령이 119조원을 농촌에 지원했다. 현재 투입했는데 이 지경이다. 각 부처 모두가 나서야 한다. 국가 균형발전 측면에서 국가가 자본을 투입해 변전소를 확보해 전남의 농지를 활용해야 한다. 그린뉴딜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해결 해줘야 하지 않나.”
- 영농형 태양광 사업이 지향하는 목표.
“영농형 태양광발전소가 현재 5% 수준의 재생에너지 비율을 2030년 20%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부의 ‘재생에너지3020 계획’ 실현을 도울 것이다. 농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 살기 좋은 농촌, 따뜻한 농촌을 만드는데 영농형 태양광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완전 개방된 농산물 시장에서 우리 농업인들에게 생산 경쟁력만 갖추자는 것은 억지 논리다. 그렇다고 농업을 포기할 수는 없다. 국민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결국 소득의 문제다. 농업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AI타임스 유형동 기자 yhd@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