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한 여성이 시리아 국군 반군의 전투로 파괴된 홈스 시 주택가 근처를 걷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지난 2013년 한 여성이 시리아 국군 반군의 전투로 파괴된 홈스 시 주택가 근처를 걷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유엔을 비롯한 유럽, 세계 인권단체가 시리아 내전 전범조사를 위해 AI를 도입한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들 기관은 AI와 머신러닝 기술로 지난 2011년부터 계속되는 시리아 내전 전범 수사에 속도를 가할 계획이다. 전범자들의 잘잘못을 정확히 가려내 국제사법재판소(ICC)에 신속히 세우는 것은 물론 향후 타 분쟁지역에서도 활용하는 좋은 예로 구축될 전망이다.

시리아 내전은 현대 분쟁임에도 불구하고 실상을 파악하는 자료가 불충분하다. 2017년 유튜브는 현지인이나 인권단체가 촬영해 업로드한 방대한 양의 영상을 새로운 정책에 따라 삭제조치했다. 당시 유튜브는 폭력적인 콘텐츠를 제한하고 무통보 삭제할 수 있는 권한을 정립해 시행하기 시작했다. 내전의 참혹한 실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중요자료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던 기록물이 일시에 사라진 것이다.

이에 하디 알 카티브 시리아 아카이브 대표는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컴퓨터비전 소프트웨어 업체와 손을 맞잡았다. V프레임이라는 이름의 이 업체는 전쟁에서 인권침해, 고문 등 잔학행위가 담긴 영상을 대규모 데이터세트로 분류하는 동명의 오픈소스를 제공한다.

알 카티브 대표는 애덤 하비 V프레임 책임자와 시리아 환경을 복제하기 위한 2D 이미지를 포함한 합성 데이터를 만들고, 독일 전역 다양한 장소에서 3D 모델을 사용해 폭발 직후 시리아 모습을 재현했다.

V프레임 엔지니어는 실제 탄약을 찍은 사진이 부족할 경우 3D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가상환경에서 디지털 이미지를 생성했다. 이들은 디지털 이미지 속 탄약으로 3D 프린터를 사용해 샘플도 제작했다. 

V프레임 엔지니어가 3D SW를 활용해 디지털 탄약을 생성했다. (사진=Marzena Skubatz for The Wall Street Journal).
V프레임 엔지니어가 3D SW를 활용해 디지털 탄약을 생성했다. (사진=Marzena Skubatz for The Wall Street Journal).
디지털 탄약은 3D 프린터로 실제 탄약과 같은 모양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사진=Marzena Skubatz for The Wall Street Journal).  
디지털 탄약은 3D 프린터로 실제 탄약과 같은 모양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사진=Marzena Skubatz for The Wall Street Journal).  

또 엔지니어팀은 시리아에서 직접 가져온 실제 탄약사진을 활용해 알고리즘이 이를 정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주석을 달았다.

V프레임 엔지니어들은 실제 시리아 내전에서 사용된 탄약사진을 활용해 알고리즘이 정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주석을 달았다. (사진=Marzena Skubatz for The Wall Street Journal). 
V프레임 엔지니어들은 실제 시리아 내전에서 사용된 탄약사진을 활용해 알고리즘이 정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주석을 달았다. (사진=Marzena Skubatz for The Wall Street Journal). 

시리아 분쟁을 담은 수백만 개 동영상 속에는 전쟁범죄 실상이 잘 드러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인권 문제를 전담하는 엔지니어들은 이를 이용해 ‘스펙트럼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동영상 속 폭탄, 사람들의 목소리 등의 각기 다른 주파수에 색깔을 입혀 표시한다. 말 그대로 오디오 녹음을 시각적 표현하는 기법이다. 이후 스펙트럼 프로그램을 사용해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구축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엔지니어들이 ‘스펙트럼 프로그램’을 통해 동영상 속 다양한 소리 주파수를 색깔을 입혀 표시한 모습. (사진=Marzena Skubatz for The Wall Street Journal).
마이크로소프트 엔지니어들이 ‘스펙트럼 프로그램’을 통해 동영상 속 다양한 소리 주파수를 색깔을 입혀 표시한 모습. (사진=Marzena Skubatz for The Wall Street Journal).
MS 엔지니어들이 표시한대로 주파수별로 사람들 말소리, 항공기 폭격 소리, 폭발음이 분류된 모습. (사진=Marzena Skubatz for The Wall Street Journal). 
MS 엔지니어들이 표시한대로 주파수별로 사람들 말소리, 항공기 폭격 소리, 폭발음이 분류된 모습. (사진=Marzena Skubatz for The Wall Street Journal). 

AI 알고리즘은 동일한 사건이 담긴 영상들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중복되거나 관련 없는 영상은 자동으로 삭제한다. 유엔에서 시리아 전범증거물을 수집하고 사건을 공론화 하는 캐서린 우헬 씨는 “AI와 머신러닝 기술을 도입해 전쟁사건을 정확히 파악하고 알리는 것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형태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시리아 아카이브의 알 카티브 대표는 “이렇게 구축된 데이터베이스가 시리아 정권과 군사후원국인 러시아까지 불법 무기를 사용한 정황을 포착해 그에 맞는 죄를 물을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중립독립기구(IIIM)의 생각은 다르다. 물론 신기술을 도입해 전례 없는 속도로 전쟁범죄를 파악한다는 데에는 적극 찬성한다. 하지만 이 절차가 곧바로 전범자들을 가려내 ICC에 세우기까지는 까다로운 과정이 남아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키스 하이아트 IIIM 정보시스템 총관리자는 “아무리 동영상이 고퀄리티라 해도 전쟁범죄 유·무죄를 다루는 법정에서 승소·패소에 큰 영향을 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편적인 부분만 찍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공격이 얼마만큼 광범위하고 체계적이었냐에 관한 증거물로는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유엔기구들은 시리아 인권문제 외에도 난민, 재해, 빈곤 등 지구촌 곳곳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를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프리카 빈곤지역 내 가뭄이나 내전이 생길 시 이재민들의 이동경로를 머신러닝으로 예측해 도움을 주는 유엔난민기구(UNHCR), 유엔 재해경감 국제전략기구(UNISDR), 유엔세계식량계획(WFP) 등이 있다.

 

AI타임스 박혜섭 기자 phs@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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