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업무에 인공지능(AI) 기술 적용을 두고 직원 간 갈등이 잦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차원에서 AI와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빅데이터 등 기술을 적용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이들과 활용하지 않는 이들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것. AI 기술을 도입한 기업에서는 직원 간 갈등 탓에 투자 대비 수익이 나지 않으면서 과연 AI 도입이 적절한지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I가 경험 많은 직원보다 정확할까? 제조 공장에서 생긴 갈등
국내에서 공구와 나사 등을 생산하는 A사는 공장에 AI 기술을 활용해 예방정비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도입했다. 모터에서 나오는 진동을 토대로 부품 교체주기를 미리 파악해 공장의 다운타임(기계나 시스템 고장으로 운용될 수 없는 시간)을 막고 미리 부품을 교체해 불필요한 비용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곧장 직원과 마찰에 부딪혔다. AI가 제시한 교체주기와 직원이 예상한 교체 시기가 달랐다. 이 차이는 관리자와 직원 간 말다툼까지 발생하게 했다.
직원은 "지금까지 교체 시기를 정확히 파악해 회사 손실을 방지해왔는데 관리자가 사람의 경험보다 AI가 분석해 제시한 결괏값만 신뢰하는 것 같다"며 "AI 솔루션 공급자도 정확도가 100%가 아니라고 했는데 너무 시스템만 신뢰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관리자의 의견은 달랐다. 그는 "지금보다 더 좋은 수익을 위해 비용을 투자해 AI를 도입했는데 이를 직원의 생각과 다르다고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 "공장의 디지털 혁신을 위해 필요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RPA 활용과 PC 메신저 사용에서도 직원 간 갈등 발생
RPA를 도입한 B사도 직원 간 갈등이 생기긴 마찬가지다. 협업이 필요한 업무환경에서 RPA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팀장과 팀원이 모두 해당 시스템을 사용해야 하는데 팀장이 아날로그 업무환경만 고집해서다.
팀원은 "RPA를 사용하면 반복적인 일을 줄일 수 있어 업무 효율이 높아지는데 팀장에서 해당 시스템 사용을 허락하지 않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팀장도 이유가 있었다. 그는 "업무 프로세스를 직원이 모두 이해하고 있어야 자동화 등의 업무를 할 수 있을 텐데 제대로 업무를 숙지하지 않고 편한 것만 고집해 오히려 업무 효율이 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어 "기업 내에 RPA 사용을 알려주는 팀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한두 번 교육만 하고 쓰라고 하는 것도 문제"라며 "제대로 이를 알려줄 수 있는 인프라가 팀에 갖춰져 있어야 기존 업무에 익숙한 직원도 새로운 업무환경에 빨리 익숙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워크 등 메신저를 활용한 업무 프로세스 사용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사에 다니는 한 직원은 "PC 메신저로 다른 팀 직원과 업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부장님이 업무시간에 딴짓하지 말라고 전 직원 앞에서 혼내 억울했던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아날로그 업무에 익숙한 사람은 '꼰대'가 아닌 'AI 선생님'...서로 마음 열어야"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6일 발표한 '기업의 디지털전환 대응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300명 중 61%가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AI·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디지털 전환을 잘하고 있다고 답한 경우는 39%에 불과했다.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회사 내부 문제를 꼽는 이들이 많았다. 기업의 변화 의지가 부족(32%)하다는 의견과 조직문화가 경직(21%)돼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낙후된 제도·사회 인프라(35%)로 변화가 어렵다는 의견도 많았다.
솔루션 공급업체는 기업 내 직원 간 AI 기술 활용을 놓고 갈등이 생기는 건 변화를 위한 몸살이라고 설명한다. 변화를 원하는 직원은 AI 기술 도입에 적극적이지만, 기존 업무에 익숙한 직원은 변화에 대한 의지가 적어 갈등이 생기는 건 당연한 절차라는 것.
한 AI 솔루션 공급업체 대표는 "최근 기업 내에서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고 '꼰대'라는 단어를 사용해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들은 꼰대가 아닌 AI 선생님"이라며 "AI는 데이터 학습을 통해 발전하고 이 데이터는 결국 기존 업무에 익숙한 사람들을 통해 나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에도 업무환경에 디지털 혁신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기존 업무에 익숙한 사람들도 열린 마음으로 AI 기술 적용에 앞서줬으면 좋겠다"며 "결국 이를 위해선 기업 내에서 올바른 교육과 안내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AI타임스 김동원 기자 goodtuna@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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