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반도체. 이 중 인공지능(AI) 반도체는 가까운 미래에 백미(白米) 역할을 할 기술로 손꼽힌다. 정부와 기업은 풍년을 위해 AI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SK텔레콤과 네이버 등 국내 기업은 AI 반도체 확보를 위해 투자·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정부는 AI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해 지원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AI 반도체 시장, 2030년까지 연평균 26.5% 성장
AI 반도체는 인공지능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대규모 학습·추론·연산 등을 실행하는 시스템반도체다. AI가 발생시키는 무수한 연산을 처리해야 해 높은 성능과 전력 효율이 필요하다.
AI 반도체 시장은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규모가 지난해 184억달러(약 20조 5000억원)에서 2030년 1179억달러(약 131조 4000억원)로 성장한다고 전망했다. 또 AI 반도체가 전체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8%에서 2030년 31.3%까지 증가한다고 보았다.
한국수출은행 해외경제연구소도 AI 반도체 시장 규모가 2018년 70억달러(약 7조 8000억원)에서 2030년 1179억달러(약 131조 4000억원)로 연평균 26.5% 성장률을 기록한다고 전망한 바 있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와 인텔 등 글로벌 팹립스와 종합반도체(IDM) 기업이 높은 점유율을 지니고 있다. 경쟁력 확보도 치열하다. 엔비디아가 ARM을, AMD가 자일링스를 인수한다고 밝힌 이유 중 하나는 AI 반도체 역량 강화 때문이었다.
AI 반도체 역량 강화에 나선 국내 기업들...SKT는 사피온 실증 착수
한국도 AI 반도체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업들이 선봉에 나섰다. 국내에서 서버용 AI 반도체를 개발한 기업은 SK텔레콤과 퓨리오사AI, 리벨리온 등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자체개발한 AI 반도체 '사피온(SAPEON)'을 출시했다. 사피온은 AI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대규모 연산을 초고속·저전력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전력 사용량도 적다. 딥러닝 연산 속도도 1.5배 빠르다. 이 덕분에 AI 가속기라고도 불린다.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기업인 NHN은 올해부터 사피온의 실증 작업을 수행하기로 했다. 김동훈 NHN 클라우드사업그룹 전무는 "자사가 보유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AI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국산 AI 가속기가 '제2의 D램'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국내 제조사들과 협업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네이버, 퓨리오사AI에 800억원 투자 단행...수요 확보를 위한 선제적 대응으로 분석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기업) 스타트업인 퓨리오사AI는 AI 반도체 '워보이(Warboy)'를 개발 중이다. 데이터센터와 기업용 서버에서 AI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오는 8월 시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네이버는 퓨리오사AI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 800억원 규모의 공동 투자를 단행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투자유치금액은 국내 반도체 스타트업 중 최대 규모다.
업계에서는 네이버 투자에 대해 AI 반도체 수요 확보를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네이버는 데이터센터 등에 AI 반도체를 사용한다. 최근 야심차게 공개한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HyperCLOVA)'의 안정적 구동에도 AI 반도체의 최첨단 연산 능력이 필요하다.
퓨리오사AI는 스타트업지만, 기술력에서는 글로벌 기업에 밀리지 않는다는 평을 받는다. 2019년 11월에는 글로벌 AI칩 벤치마크 테스트 ‘MLPerf(엠엘퍼프)’에서 성능 지표를 인정받았다. 엠엘퍼프에 아시아권 스타트업이 등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부 항목에서는 엔비디아와 인텔을 앞섰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SKT와 퓨리오사AI 외에도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팹리스 업체와 기관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리벨리온은 AI 반도체 '리벨1.0(REBELL1.0)'의 시제품을 오는 10월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해 4월 'AB9'이란 AI 반도체를 선보인 바 있다.
정부, AI 반도체 강화 위해 자금·세금·인력 등 지원 강화
정부는 AI 반도체 선봉에 선 기업들에 보급품 전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반도체 개발에 필요한 자금 지원과 세금 감면, 규제 완화 등을 적극 시행 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2030년 AI 반도체 선도국가 도약을 목표로 'AI 반도체 산업 발전전략' 세부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AI 반도체 시장 점유율 20%를 달성하고, 혁신기업 20개와 인재 3000여 명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이 3~4%인 점을 보았을 때 높은 수준의 목표치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AI 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 등에 7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AI 반도체를 포함한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1조 5000억원 규모의 신규 R&D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반도체 개발에 필요한 인력 양성도 지원한다. 반도체 관련학과 정원을 150명 늘리기로 했다. 이를 통해 향후 10년간 반도체 산업인력 3만 6000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세금 감면도 시행한다. 기존 '일반'과 '신성장·원천기술' 등 2가지로 구분했던 세액공제 기준에 '핵심전략기술' 기준을 추가했다. 반도체 관련 R&D 비용 가운데 핵심전략기술과 관련된 부분의 경우 대기업과 중견기업엔 30~40%, 중소기업엔 40~50%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는 국가 경쟁력이 될 큰 인프라 기술"이라며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기술에 AI 반도체 사용 급증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시장 경쟁력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국내에서 약하다고 평가받는 팹리스 강화와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에 정부와 기업이 '원팀(One Team)'이 돼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AI타임스 김동원 기자 goodtuna@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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