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출시한 업무플랫폼 '카카오워크'가 오는 9월 대규모 업데이트된다. 인공지능(AI) 어시스턴트 기능이 대폭 확대되면서 사용자와 AI간 자연스런 대화가 가능해진다. 다국어 번역 서비스와 전화 기능도 추가된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과 비슷한 플랫폼으로 익숙한 사용자경험(UX)을 제공하는 카카오워크가 대폭 업데이트를 앞두면서 업계에서는 네이버클라우드의 '네이버웍스'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톡의 쌍둥이 '카카오워크', 기업 업무에 익숙한 UX 제공
카카오워크는 지난해 9월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출시한 기업용 메신저다. 카카오톡의 쌍둥이로 많이 표현된다. 모바일 버전과 PC 버전이 있고, 채팅하는 형식이 똑같다. 여기에 더해 기업 업무에 필요한 화상회의, 전자결재, 근태관리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AI 어시스턴트 기능도 탑재됐다.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궁금증이 생기면 AI '캐스퍼'가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도와준다. 채팅창에 "캐스퍼 현재 환율이 어때?" 등의 명령어를 입력하면 된다.
기업용 메신저인 만큼 카카오톡보다 보안이 강하다. 대화 기록 등 데이터를 기기에 저장하는 카카오톡과 달리, 서버에 저장한다. 모든 대화 내용은 종단간 암호화 기능으로 보호된다. 이 기능은 문서 작성 단계부터 최종 조회까지 모든 문서 내용을 암호화 처리하는 기술이다. 사용자가 사용하는 기기를 제외하고는 대화 내용을 볼 수 없다. 수사기관이나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조차 대화 열람이 안 된다.
9월 카카오워크는 어떻게 변할까?
카카오워크는 그동안 기업에서 하는 메신저라는 의미가 강했다. 하지만 9월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해 종합 업무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백상엽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는 지난 9일 열린 'SAP 사파이어 나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카카오워크는 경쟁회사의 솔루션에 부족하고 카카오톡과 비슷하다고 평가되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오는 9월 '새로운 2.0 버전'을 출시하면 많은 사람이 '이래서 카카오가 카카오워크를 출시했구나'를 알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모았다.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은 글로벌 비즈니스 소프트웨어(SW) 기업 SAP와의 협업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SAP 비즈니스테크놀로지플랫폼(BTP)과 카카오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봇(Bot)을 출시할 방침이다. 발주, 입고관리, 품질검사 등을 처리할 수 있는 구매요청·승인 봇, 주문서류·전표작성을 돕는 영업관리 봇 등을 출시할 예정이다.
또 자사의 자연어처리, 비전, 번역 등 다양한 인공지능(AI) 엔진을 SAP BTP에 제공함으로써 한국어에 기반한 대화형 AI를 선보일 계획이다. 사용자는 메신저로 "입고관리 확인해줘"라고 입력하면 봇이 해당 내용을 안내하는 서비스가 구현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이미 지난 2월 SAP BTP를 기반으로 한 '경비처리용 봇'을 개발한 바 있다. 이 봇은 법인카드 사용 등에 경비처리에 쉽게 사용된다. 법인카드를 사용할 경우 메신저에서 봇을 호출해 담당자와 대화를 하듯 내용을 입력하고 결재까지 받을 수 있다.
백 대표는 "업무 프로세스 처리를 일상생활처럼 쉽게 할 수 있다"며 "구매요청, 경비처리 등 기업에서 자주 처리하는 업무 처리 봇을 올해 말까지 50여 개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카카오워크는 다양한 기업용 서비스를 추가한다. 대표 서비스가 메시지 다국어 번역 기능이다. 다양한 언어의 메시지를 자동으로 번역해 해외 바이어와 담당자와도 쉽게 소통할 수 있다. 또 사내 인터넷 전화를 연동해 카카오워크에서 전화를 할 수 있는 기능과 전화번호로 새로운 멤버를 초대할 수 있는 기능, 워크스페이스의 슈퍼관리자 권한은 위임하는 기능 등 기본적으로 필요한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네이버웍스 vs 카카오워크, 업데이트 내용에 따라 시장 양분될 가능성 커
업계에서는 카카오워크가 종합 업무플랫폼으로 거듭나면서 네이버클라우드의 네이버웍스가 차지한 시장점유율을 카카오워크가 양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라이벌 구조가 메신저 기반 업무플랫폼 사용에도 이어지고 있다"며 "네이버클라우드는 출시가 빨랐던 만큼 많은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카카오워크가 네이버웍스와 비슷한 성능을 낸다면 사용자는 사용이 익숙한 카카오 플랫폼으로 갈아탈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웍스는 카카오워크보다 대략 7년 먼저 출시된 메신저 기반 업무용 협업 도구다. 2013년 국내에 처음 출시돼 2016년 10월 유료화됐다. 처음 출시된 이름은 '라인웍스'였다. 작년 10월 네이버클라우드가 재편되면서 네이버웍스로 이름이 바뀌었다.
카카오워크보다 먼저 출시된 만큼 ▲근태관리 ▲화상회의 ▲AI 번역 ▲서면으로 합의하는 서약서 서비스 ▲외국 현지 시간이 표시되는 캘린더 서비스 등 지원하는 기능이 많다. 화상회의의 경우 최대 200명까지 지원하고, AI 번역은 영어,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베트남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스페인어 등 다양한 국가의 언어를 번역할 수 있다.
시장 규모도 크다. 웅진씽크빅, 대웅제약 등 20만 개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카카오워크는 고객사 수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14만 명의 기업 사용자를 포함 38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석근 네이버 클로바 CIC 대표는 25일 기자와 만나 "네이버웍스가 카카오워크보다 먼저 출시된 만큼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의 양과 질의 다르다"고 자신했다.
카카오 의견은 다르다. 카카오워크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과 유사한 UX를 제공하는 만큼, 사용자 편의성에서 앞서 충분히 시장을 뒤집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석영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부사장은 "편리함과 익숙함이 카카오워크가 가진 큰 장점"이라며 "실제로 회사에 새로 채용한 인력 모두 카카오워크에 쉽게 적응했다"고 밝혔다.
정주영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전무는 24일 기자와 만나 "네이버웍스가 기능적으로 앞선 건 사실"이라면서도 "카카오워크는 카카오톡과 유사한 UX 강점이 있고, 하반기 업데이트도 이에 맞춰 상당한 부분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9월 출시될 2.0 버전에 기업 업무에 특화된 다양한 기능을 탑재 올해 말까지 100만 명 이상 고객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워크는 늦게 출시한 감이 있지만, 상당히 빠른 업데이트로 선발주자를 따라가고 있다"며 "이번 하반기에 어떤 기능이 업데이트되느냐에 따라 네이버웍스의 입지가 위태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AI타임스 김동원 기자 goodtuna@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