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택시 '스마트호출' 탄력 요금제의 요금 범위를 최대 5000원에서 최대 2000원으로 재조정한다고 공지했다. (사진=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택시 '스마트호출' 탄력 요금제의 요금 범위를 최대 5000원에서 최대 2000원으로 재조정한다고 공지했다. (사진=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 요금인상 정책을 철회했다. 일방적인 요금인상에 대한 소비자와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에 백기를 들었다. 

13일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 T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카카오T택시 '스마트호출' 탄력 요금제의 요금 범위를 최대 5000원에서 최대 2000원으로 재조정한다고 공지했다. 바이크 요금도 사용자 의견을 수용해 재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카카오T 택시 스마트호출 요금 정책을 기존 1000원(야간 2000원) 정액제에서 '최소 0원~최대 5000원'인 탄력요금제로 변경한 바 있다.

◆ AI로 수요·공급 판단해 탄력 요금 운영한다는 카카오T, 결국 백기투항

스마트호출은 카카오T로 택시를 부를 때 배차 성공률을 높여주는 인공지능(AI) 배차 시스템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일부터 시행한 카카오T 택시 '스마트호출' 탄력 요금제의 요금 범위를 최대 5000원에서 최대 2000원으로 재조정한다고 밝혔다. 택시 수요가 많은 시간과 적은 시간을 AI가 판단해 승객이 적을 때는 호출 비용을 무료로, 승객이 많을 때는 최대 5000원의 요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사용자는 택시가 잘 잡히지 않는 수요가 높은 시간에는 기본요금 3800원에 더해 최대 5000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

카카오T의 스마트호출 탄력 요금제는 출시와 함께 거센 비난을 받았다. 택시기사와 이용자는 동의 없는 일방적인 요금 인상이라고 비판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 4개 단체는 11일 성명서를 내고 "승객 입장에서 (탄력 요금제는) 택시 요금 인상과 다르지 않다"며 "택시업계와 협의 없는 일방적 호출요금 인상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탄력요금제를 적용해 택시기사의 동기부여를 높여 배차 수략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이라고 항변했다. 회사 측은 "요금이 탄력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공급이 많으면 오히려 호출비가 기존보다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수요가 집중되면 최대 금액에 가까워지지만, 반대로 공급이 많으면 호출비가 0원에 가까워져 득을 보는 이용자도 많다는 것.

하지만 택시업계는 이 주장이 옳지 않다고 대응했다. 서울시에서 택시를 운행하는 이모씨는 "택시기사가 어느 시간과 장소에 수요가 많고 공급이 적은지를 AI보다 더 잘 안다"면서 "AI를 핑계 삼아 일방적으로 요금 인상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말처럼, 노동은 택시 기사가 하는데 돈은 카카오가 벌어가는 구조가 되는 것을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카카오모빌리티가 한 발 물러섰다. 회사 측은 사용자의 의견을 수렴해 탄력 요금제를 이전 상한선인 2000원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용료 개편으로 서비스 이용에 혼란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당사 서비스가 미치는 사회적 영향을 보다 더 무겁게 받아들이고, 이를 계기로 출퇴근, 심야시간에 집중되는 택시 수요공급 불균형 문제와 요금의 적정성을 모두 신중하게 고려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 택시업계, 카카오T 시장독점화에 타 택시 플랫폼과 제휴 확대

카카오모빌리티의 사과에도 택시업계는 시장독점화에 대한 우려를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T는 국내 택시 호출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2015년 카카오택시로 출발한 카카오T는 전국 택시 운전사 회원 23만 명, 애플리케이션 가입자 2800만 명을 가진 거대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택시업계는 카카오T가 '프로멤버스'와 '블루' 등 유료플랫폼을 이용해 시장 독과점에 의한 갑질을 하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프로멤버스는 택시기사에게 고객 호출을 우선적으로 알려주고 실시간 호출이 많은 장소를 알려주는 서비스다. 택시기사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카카오T에 월 9만 9000원을 납부해야 한다. 블루택시는 카카오와 가맹 계약을 맺은 택시에만 손님 콜을 배차해주는 독점 서비스다. 택시기사는 카카오T 블루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카카오에 매출의 20%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카카오T 이용이 많아지면서 택시회사든 개인택시든 살아남기 위해서는 해당 서비스 가입이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택시업계는 카카오T가 가진 택시 호출앱 시장점유율을 양분하기 위해 타 택시 플랫폼과의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과 서울특별시택시운송사업조합은 지난달 티머니와 업무협약을 맺고 티머니온다(onda)에서 오는 호출을 우선 수락하고 해당 서비스 활성화와 전국 확대에 협력하기로 했다. 

티머니는 7월 2일 서울 택시 양대 산맥인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서울특별시택시운송사업조합과 '서울택시 혁신과 서비스 개선을 위한 티머니온다 서비스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티머니)
티머니는 7월 2일 서울 택시 양대 산맥인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서울특별시택시운송사업조합과 '서울택시 혁신과 서비스 개선을 위한 티머니온다 서비스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티머니)

티머니온다는 티머니가 출시한 택시앱으로 카카오T 유료서비스에 대항할 수 있는 배차 시스템을 제공한다. AI 기술을 탑재해 승객의 탑승 위치와 차량의 방향, 거리, 속도 등을 고려해 최적의 배차를 해준다. 

차순선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 이사장은 6월 조합회보를 통해 "(카카오의 시장독점에 의한 불합리함에 대해) 얘기를 해도 카카오는 현재 아쉬울 게 없는 상태이기에 우리의 말을 듣지 않았다"며 "카카오를 움직이기 위해 청와대 1인 시위, 차량 스티커 부착을 했으며 이제 티머니온다와 업무협정을 통해 경쟁체제를 구축하려 한다"고 전했다.

출퇴근길에 자주 택시를 이용하는 정모씨는 "시장 독점화는 많은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며 "사용이 편리하고 가격이 저렴하다면 굳이 카카오T 말고 다른 앱을 이용할 마음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AI타임스 김동원 기자 goodtuna@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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