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개막한 '2021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인공지능(AI)관 오프닝 행사에서 소프라노 남하린씨가 안창욱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팀과 함께 AI작곡가 '이봄'의 곡에 자동피아노와 뮤지컬 형식의 스토리를 입혀 '회색 무지개(Gary Rainbow)'란 곡명으로 공연을 펼쳤다. (사진=남하린 제공).
1일 개막한 '2021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인공지능(AI)관 오프닝 행사에서 소프라노 남하린씨가 안창욱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팀과 함께 AI작곡가 '이봄'의 곡에 자동피아노와 뮤지컬 형식의 스토리를 입혀 '회색 무지개(Gary Rainbow)'란 곡명으로 공연을 펼쳤다. (사진=남하린 제공).

1일 저녁 개막한 '2021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인공지능(AI)관에서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퍼졌다. '과학 퍼포머(Performer)'이자 'AI 퍼포머'인 소프라노 남하린씨가 부른 '회색 무지개(Gary Rainbow)'란 곡이다. 그런데 이 곡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바로 AI와 인간의 협업으로 만들어낸 하모니라는 것.

이날 공연에서는 안창욱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팀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AI작곡가 '이봄(EvoM)'의 곡에 자동피아노의 연주를 입히고 소프라노 남하린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얹혀졌다. AI작곡가의 곡과 자동피아노 연주, 퍼포먼스의 융합으로 탄생한 뮤지컬 형식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최초로 시도된 이 작품의 초연이 바로 광주디자인비엔날레 AI관 오프닝 행사에서 펼쳐졌다.

인공지능(AI) 음악 스타트업 크리에이티브마인드가 202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AI관에서 선보인 작품 ‘Peace of Mind’. 관람객이 현장에서 AI 작곡 도움 서비스 '뮤지아(MUSIA)를 통해 AI작곡가 ‘이봄(EvoM)’과 함께 작곡하면, 완성한 곡을 자동피아노가 즉석으로 연주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사진=광주광역시 제공).
인공지능(AI) 음악 스타트업 크리에이티브마인드가 202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AI관에서 선보인 작품 ‘Peace of Mind’. 관람객이 현장에서 AI 작곡 도움 서비스 '뮤지아(MUSIA)를 통해 AI작곡가 ‘이봄(EvoM)’과 함께 작곡하면, 완성된 곡을 자동피아노가 즉석 연주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사진=광주광역시 제공).

작품 제목인 '회색 무지개'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남씨는 AI작곡가인 이봄이 만든 곡을 듣고 영화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를 떠올렸다고 한다. 이에 영감을 받은 그는 영화 속에서 인종 차별을 받는 세 명의 흑인 여성 과학자의 아픔을 고스란히 가사로 옮겼다.

흑인과 백인, 즉 흑과 백의 조화인 '회색'은 인종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을 의미한다. 인종 차별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로하는 동시에 여전히 만연해 있는 인종 차별에서 벗어나 자신의 실력을 평등하게 존중받을 수 있는 온전한 세상이 오길 희망하면서 이 곡에 '회색 무지개'라는 제목을 붙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AI와 예술 간 협업을 통해 계속 새로운 작품을 시도, 

우리나라 과학 발전과 예술을 홍보하는 데 이바지하고파

남하린씨와 '회색 무지개' 작품의 만남은 3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내가 먼저 AI작곡가 '이봄'의 개발자인 안창욱 교수님께 이봄의 곡으로 퍼포먼스를 해보고 싶다는 제안을 드렸다"며 "이때 '회색 무지개' 작품과의 운명적 만남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곡에 대한 연출을 고민하던 중에 영화 ‘히든 피겨스'를 생각해냈고, 영화 속의 세 캐릭터를 작품 속에 넣고 싶었다"고 전했다.

남씨는 안창욱 지스트 교수팀과 함께 '회색 무지개' 곡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그가 직접 작사와 안무‧무용, 노래‧코러스를 기획하고 연출했다. 편곡은 김희정 피아니스트의 도움을 받았다. 작품 안에서 남하린씨는 1인 3역을 맡아 가요‧뮤지컬‧성악 등 세 가지 버전의 노래 스타일을 선보여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남하린씨는 AI작곡가 '이봄'이 만든 곡에 맞춰 (사진=남하린 제공).
남하린씨는 AI작곡가 '이봄'이 만든 곡에 맞춰 가요‧뮤지컬‧성악 등 세 가지 버전의 노래 스타일을 선보여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남하린 제공).

Q. '회색 무지개' 공연을 위한 준비과정이 궁금하다.

 

A. 우선 이봄이 만든 곡에 가사를 쓰면서 인종 차별이 얼마나 아픈 것인지를 담아내고자 서정적인 표현에 특히 신경을 썼다. 또 한 화면 속에서 어떻게 나 혼자 동시에 세 가지 캐릭터를 표현해 연기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 이 부분에 대해 안창욱 교수님께 여쭤보자, 교수님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말씀과 함께 자동피아노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제안하셨다.

 

준비한 포트폴리오 영상에서 상징적인 회색 의상을 입되 각 캐릭터에 따라 다른 스타일을 연출해 각기 다른 사람처럼 보이도록 했다. 보이스 코리아에 출연했던 가수 서혁신 오빠의 도움을 받아 내가 만든 코러스와 노래 음원도 따로 녹음 작업을 했다. 전주에서는 날아가는 새, 하지만 날개가 꺾여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새의 모양을 안무로 구성해 애절함을 더했다.

 

특히 안창욱 교수님 팀의 송우석 GIST 박사과정생이 영상의 촬영과 편집을, 조규민 GIST 학부생이 현장 지원을 해준 덕분에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또 이봄이 만든 곡을 더 자연스럽게 들릴 수 있도록 김희정 피아니스트께서 편곡을 도와주셨다. 이 같은 협업을 통해 '회색 무지개' 포트폴리오 영상이 완성됐다. 

 

모든 것이 일주일 만에 이루어져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교수님이 이봄의 곡에 자동피아노와 퍼포먼스를 접목한 시도는 국내 최초라고 격려해 주셨고, 개인적으로도 정말 보람 있는 작업이었다. 아울러 한국과학창의재단의 과학 퍼포머로도 선발됐다. 이후 교수님과의 미팅을 통해 자동피아노가 전시돼 있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 AI관의 부스 공연을 하게 된 것이다.

(영상=남하린 제공).
소프라노 남하린의 '회색 무지개(Gray Rainbow)' 포트폴리오 제작 영상. (영상=Musia 공식 유튜브 채널).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남하린씨는 "부스에서 큰 소리를 내면 안 되는 상황이라 공연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없을지 고민하면서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리허설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마땅치 않아 고심하던 중에 전고필 감독님과 정순영 본부장님의 도움으로 리허설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공간 아티스트이자 캘리그래퍼인 손주영 작가님이 꾸며준 예쁜 부스에서 공연을 하게 돼 기뻤다"고 밝혔다. 

성악을 전공한 남하린씨는 이날 공연에서 드레스 대신 한복을 입어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는 "안창욱 교수님의 제안으로 한복을 입고 한국무용에 랩을 하는 이색적인 장면을 기획하게 됐다"며 "이것도 국내 최초일지 모르겠다"고 미소지었다.

보통 성악가들은 높은 굽을 신고 한 자리에 서서 노래부르는 모습이 연상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남하린씨는 신발도 신지 않고 무대에 섰다. 그는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나로서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그는 "무용을 하고 쉬는 텀 없이 바로 노래를 불러야 했기 때문에 숨이 차 조금 힘든 부분도 있었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남하린씨가 '회색 무지개(Gray Rainbow)' 공연을 위해 연습하고 있는 모습. (사진=남하린 제공).

 

Q. 이번 공연이 갖는 의미에 대해.

소프라노 남하린.
소프라노 남하린.

A. AI작곡가인 이봄의 곡과 자동피아노 그리고 퍼포먼스의 융합 작품을 국내 최초로 시도했고 선보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공연을 계기로 앞으로 많은 예술가들이 AI와의 협업을 통한 예술 공연을 직접 기획하고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일반인들도 AI작곡가를 통해 원하는 자신만의 곡을 단시간에 만들어 즐길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데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다.

남하린씨는 국회의사당 로텐더 홀에서 '제61주년 제헌절 경축식'을 위해 애국가를 불러 화제가 된 바 있다. 또 지난 2019년 순천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기념식에 참여해 애국가를 부르기도 했다. 이제 그는 과학 퍼포머이자 AI 퍼포머로서 앞으로 AI와의 협업을 통해 더 많은 작품을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다. 

그는 "회색 무지개를 비롯해 더욱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 전국 투어를 하고 싶다"며 "AI를 이용한 다른 과학기술과 예술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면서 우리나라 과학 발전과 예술을 홍보하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2021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막 올랐다

올해로 9회째를 맞는 '2021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9월 1일 개막했다. 오는 10월 31일까지 광주비엔날레전시관을 비롯해 광주디자인진흥원 등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속에서 디자인을 통해 기술과 감성의 의미 있는 콜라보를 이룬다.

행사 주제인 '디-레볼루션'은 디자인(Design)과 레볼루션(Revolution)의 합성어로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이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4차 산업혁명 시대 등 변화의 물결 속에 미래 디자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행사 기간 동안 5개 본 전시(주제관‧국제관‧AI관‧체험관‧지역산업관)를 비롯해 특별전(1개), 기념전(2개), 국제학술행사, 온‧오프라인 마켓, 디자인 체험 및 이벤트 등 다채로운 볼거리가 펼쳐진다. 폴란드와 이탈리아 등 세계 50여 개 국가 421명의 작가와 국내외 기업이 참여해 총 1,039종의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AI관은 인공지능의 패턴과 유사한 DNA 염기서열의 무한히 확장되는 비하이브(Be-Hive) 구조로 구성된 DNA X를 콘셉트로 기획, 광주의 정신을 AI의 비전 위에 알린다.

 

AI타임스 윤영주 기자 yyj051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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