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산업의 패러다임을 급격하게 바꿔놓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 에너지 기업들은 지속 가능성 확보란 당면 과제에 직면해있다. 이 급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가스 오일 기업들은 첨단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해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9년 6월 20일 영국의 모바일 솔루션 기업 와라클(Waracle)은 자사 웹사이트에 “인공지능이 석유와 가스를 교란시키는 5가지 방법”이란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오늘날 석유와 가스 부문의 혁신이 인공지능에 의해 무르익어 간다는 내용이 이글의 골자다. 와라클은 이 글에서 마켓츠 & 마켓츠가 실시한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22년까지 가스 및 오일 산업 내 AI의 가치가 28억 5천만 달러에 이를 수 있으며, 이는 복합 연간 성장률(CAGR) 13%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와라클에 따르면, 현재 가스 및 오일 분야에서 AI의 적용 가능성은 공정 효율성, 설비 관리 및 안전에서 예측, 계획 및 조사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고 다양하다.
그 사례로, 세계 10대 기업 중 하나인 엑손모빌은 최근 첨단 AI 로봇을 설계, 개발, 배치하기 위해 MIT와 제휴를 발표했다. 이 로봇은 해양 탐사의 효율성을 높이고, 자연적인 침투 감지 기능을 최적화하는 데 활용될 것이라고 업체는 설명했다.
아울러, 가스 및 오일 기업들은 모두 석유 저장소를 갖고 있으며, 석유 저장소의 수명 연장이 매우 큰 현안이다. 그동안 지질학, 생산 기술 및 저수지 엔지니어링과 같은 요소들이 이 저장소 관리 운영에 관련돼있지만, 인력과 비용의 막대한 지출 때문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전통적 운영 방식에 AI가 도입되면서, 과거 및 실시간 데이터를 채굴해 투과성 예측과 같은 저장소의 정확한 특성화를 달성하고, 최적의 생산량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이다.
드릴이 아래 구멍에 닿기도 전에 실질적으로, 물을 시험하는 것은 숙련된 석유 기업 수백만 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석유와 가스 생산은 발전소, 석유화학, 정유공장 등의 공정과 매우 다른데, 그 이유는 유량, 우물 및 저장장치 역학을 완전히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동안 석유 저장소가 고갈되거나, 새로운 유정이 드릴로 뚫어지면, 생산관리 시스템이 그것에 맞게 변경됨에 따라 지속적으로 적응하는 방식을 채택해 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과 관련된 데이터는 종종 해석하기 어렵고, 측정의 정확성에 대한 신뢰도가 결여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업체의 주장이다. 일부 데이터 센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고장이 나거나, 위치가 이탈할 수 있어서, 생산 팀은 설정을 지속해서 조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주어진 시나리오상에서, 펌프 속도, 압력, 온도, 가스 리프트 할당 및 초크 설정 등 조정해야 할 설정이 매우 다양할 수 있다. 이는 저장소의 규모에 따라 수십억 개의 서로 다른 생산 설정이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AI 시스템은 고도로 정교한 데이터 수집 알고리즘을 사용해 대량의 현재 원시 데이터를 캡처하고, 이전 데이터 세트와 성능을 비교해 특정 패턴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분류할 수 있으며,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증류해 의미 있는 정보와 통찰력을 제공한다는 것이 업체의 설명이다.
유럽 최대 천연가스 공급처인 러시아 가스프롬(Gazprom)의 경우, 얀덱스(Yandex)와 제휴를 맺었는데 이 파트너십은 AI 및 머신러닝(ML)을 배치해 매우 많은 양의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어 매우 중요한 제휴로 알려졌다.
이 파트너십은 각 분야에 걸친 기술 사용과 새로운 녹색 분야 연구개발 이니셔티브에 대한 모범 사례, 그리고 방대한 기존 프로세스의 지속적인 개선 및 최적화를 위해 AI를 핵심으로 규정하고 있다.
업체에 따르면, AI는 석유와 가스의 고객 대면 역할도 맡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셸(Shell)은 고객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AI 도우미 엠마(Emma)와 에단(Ethan) 이란 두 챗봇을 배치해 셸 제품 구매와 관련해 일주일 내내 24시간의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AI 어시스턴트는 고객의 이전 구매 내역과 개인 특성을 바탕으로 즉각적인 추천이 가능하며, 지능형 챗봇은 일상적인 다양한 업무와 문의 사항을 해결해 직원들이 더욱 긴급한 다른 업무를 할 수 있게 해준다.
또 AI 어시스턴트는 고객 지원을 넘어서 안전 회의에도 출석해 안전 세부 정보를 참조하고, 실행 가능한 통찰력을 제공해준다. 이로 인해 리소스 낭비가 줄어들고, 일부 경우에는 봇을 활용해 중요한 안전 결정을 실시간으로 내릴 수 있다.
탄소 제로에 AI 중요한 역할
석유 및 오일 업계 전문가들도 업계에 인공지능의 도입은 필연적이라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5일 중동지역 산업 및 무역 전문 미디어 ‘트레이드 아라비아’(Tradearabia) 뉴스는 ‘가스 및 오일 업계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AI’란 제하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 칼럼에는 사우디 최대 석유 국영기업 아람코(Aramco)가 지난달 18~19일 양일간 “인공지능 - 탄력적이고 효율적인 에너지 산업을 향하여”란 슬로건 아래 개최한 SPE 심포지엄에 참석한 사우디 에너지부, 사우디아라비아 왕국, 사우디 아람코, C3 AI, 슐럼버거 등의 고위 간부들의 의견이 실렸다.
사우디 석유공학회(SPE) 가상 심포지엄의 부회장이면서, 아람코의 디지털 분야 부사장인 나빌 알 누아임(Nabil Al-Nuaim)은“인공지능(AI)은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석유와 가스 부문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AI는 산업을 재창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 기업들이 환경을 더 깨끗하게 유지하면서, 더 많은 것을 발견하고, 더 많은 것을 회복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앞으로도 막대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심포지엄에 참석한 업계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을 위한 주요 지원 요소 중 하나로 AI의 다양한 기능과 잠재적 애플리케이션에 대해 논의했다.
압둘아지즈 알 수파얀(Abdulaziz Al Supayan) 사우디 아람코 석유 공학개발부 부회장 보좌관은 “우리 산업은 백 년 이상의 인프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여기서 인공지능의 힘은 의사 결정을 주도하며, 개발되지 않은 자원을 드러낼 무한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또 “이번 심포지엄은 우리 업계가 앞서 나가 AI 적용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다.
2022 SPE 사장인 카멜 벤나셰르(Kamel Ben-Naceur)는 “인공지능은 어디에나 있고, 상용화 체인과 생산, 운송, 정제 체인의 모든 사이클에서 볼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디지털 전환에서 AI의 역할에 초점을 맞춘 논제로 진행된 임원 전체 회의에서 사우디 에너지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사무소의 아이만 무프티(Ayman Mufty) 컨설턴트는 “AI는 큰 주제이며, 적절한 파트너와 제대로 초점을 맞추지 못하면, 다른 차원에서 길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C3 AI의 사장 겸 최고기술책임자 에드워드 애보(Edward Abbo)는“우리 앞의 기회는 빅 데이터, 탄력적인 클라우드 컴퓨팅, 비용 절감, 그리고 에너지 가치 사슬 전반에 적용되는 센서 등 수많은 기술 벡터를 활용해 예측 및 에너지 가치 사슬의 효율성 등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반구 디지털 부사장인 린지 로마스(Lyndsey Lomas)는 AI를 통해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는 것에 대해 “도메인 지식과 전문지식은 우리 업계의 과제를 해결하는 열쇠이며, 우리는 AI를 일상 업무에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우리 산업 모두에게 매우 어려운 시기로서, 탄소 순 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필요성은 분명하며, AI가 그 성과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함 미리 발견해 고장 예방
사라 헌트(Sarah Hunt)는 유명 웹사이트에 데이터 개인 정보 보호, 통신, 기업 및 소비자 기술 동향 등에 대한 칼럼을 쓰는 기술 전문 기고가다. 지난달 25일 그녀는 에너지 분야의 인공지능과 관련한 칼럼을 미국의 컴퓨터 전문 매거진 데이터메이션(Datamation)에 썼다.
사라의 칼럼에 따르면, 전 세계 전력망의 환경적 영향이 지속적인 정밀 조사를 받는 시점에서, 에너지 분야의 인공지능(AI)은 세계의 에너지 생성, 판매 및 소비 방식을 개선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기업들은 AI와 머신러닝(ML)을 사용해 더 나은 의사 결정, 비용 이점 및 에너지 재해와 값비싼 다운타임(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는 시간)을 방지할 수 있는 예측을 위해 데이터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AI에 의해 강화된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스마트 툴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데이터를 생산하는 에너지 기업의 데이터를 파헤쳐 잠재적인 정전 및 장비 고장에 대한 예측을 만들고, 에너지 기업을 보다 효율적이고 수익성 있게 만든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이머젠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세계 AI 에너지 시장은 38억 달러의 시장 규모에 도달했으며, 리서치 회사가 시장 가치를 208억 달러로 추산하는 오는 2028년까지 24% 가까이 성장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인공지능이 석유와 가스 분야에 적용되면서, 기업의 운영 효율성 및 수백만 달러의 비용 절감을 누린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AI는 고장으로 이어지기 전에 결함을 발견해내는데 재난에 앞서, 장비를 모니터링하고, 센서는 고장을 감지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기업의 적절한 유지보수 일정을 미리 만든다.
중전기 업체 ABB의 경우, AI의 이미지 분석을 통해 파이프라인의 균열과 같은 결함을 사전에 발견해냈다. 일례로, 세계에서 가장 큰 수력 발전 설비 중 하나를 갖춘 기업은 ABB의 플랫폼을 사용한 후, 정기 유지보수가 10% 감소하고, 생산량이 2% 증가한 효과를 누린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 AI에 의한 자동화는 인간 노동자들이 수행하는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할 뿐만 아니라, AI의 통찰력은 석유 회사들이 정확히 어디를 시추해야 할지 알아내도록 돕는다. 이는 노동 시간과 수백만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가진다.
셋째, 스마트한 전력 소비 툴이 소비자의 사용 및 에너지 절약 방식을 변화시킨다. 미국 에너지 사용자의 절반이 스마트 전기 계량기를 설치하고 있는데 이 계량기는 고객이 에너지 사용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내리게 해준다.
넷째, AI는 소비자들이 가장 적합한 에너지 공급자를 선택하게 해준다. 미국의 소비자들은 루메이터(Lumator)와 같은 스마트 도구를 활용해 좋은 거래를 제공하는 에너지 회사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
다섯째, AI 로봇은 위험한 전력 관련 현장에서 인간을 대신하는 자율 로봇으로 고압 송전선을 측량하거나, 심지어 해저에서 귀중한 자원을 찾는 일을 맡는다.
사라는 “향후, AI가 전 세계 에너지 분야에서 계속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며, “이는 전 세계의 전력 소비와 관련된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AI가 환경 영향을 줄여, 지속 가능성 목표를 달성하는 열쇠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AI타임스 조행만 객원기자 chohang5@kaka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