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생 자녀를 둔 A씨. 최근 학교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해 부모와 함께 학습하는 프로그램이 생겨 참여하고 있다. 3차원 가상공간에서 이뤄지는 수업은 공간제약이 없어 학부모도 참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이와 가상의 동물원, 놀이공원, 박물관 심지어 다른 나라까지 가상공간을 함께 돌아다녔다.

실감적인 콘텐츠로 아이들은 한글, 숫자를 배운다. 무엇보다 집중력이 낮은 아이들에게 다양하고 새로운 콘텐츠들을 보여줘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실시간 표현되는 아이들의 집중력과 흥미도를 수치로 볼 수도 있어 아이의 상태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해 비대면 교육의 필요성과 가상과 현실에 경계를 허문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메타버스 활용 교육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현실보다 더 실재감 있는 콘텐츠로 아이들의 집중도를 확 높여줄 메타버스 활용 교육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긍정적인 효과만 부풀려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마치 한때 VR‧AR 기술로 금방이라도 가상세계가 펼쳐질 것처럼 낙관적 전망을 했던 것처럼 말이다.

최근 13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아시아문화원(ACI)에서 개최한 ‘어린이 문화예술교육포럼’에서 박연정 호남대학교 교수는 “AI 활용 교육에 대해 기대되는 부분이 굉장히 부풀려져 있다”며 “부정적인 부분에서는 많이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려되는 문제점들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메타버스 교육 활용 전략과 방향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13일 열린 '어린이 문화예술교육포럼'에서 박연정 호남대학교 교수는 '메타버스의 교육적 효용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사진=ACC 유튜브 채널 캡처).
13일 열린 '어린이 문화예술교육포럼'에서 박연정 호남대학교 교수는 '메타버스의 교육적 효용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사진=ACC 유튜브 채널 캡처).

교육공학 분야 연구자인 박연정 교수는 메타버스에 대한 교육적 활용 연구를 통해 메타버스의 교육 활용의 발전과제와 긍‧부정적인 측면을 도출했다.  박 교수는 "메타버스는 현실과 융합된 가상의 공간에서 사용자들이 아바타 등을 이용해 상호작용하고, 사회·경제적 가치를 생산·소비하며, 자신의 삶을 확장하는 디지털 세상"이라고 말했다.

긍정적인 효과에 따른 기대감도 비췄다. 박 교수는 “직접 관찰이 어렵고 텍스트로 설명하기 어려웠던 학습을 시각적인 요소로 쉽고 재밌게 몰입적인 환경에서 배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긍정적인 요소”라며 “시‧공간 한계를 넘어 경험을 확장하고 동기 유발과 상호작용이 증대되고 학생들 간의 친밀감도 형성할 수 있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13일 열린 '어린이 문화예술교육포럼'에서 박연정 호남대학교 교수는 '메타버스의 교육적 활용 방안'에 대해 발전과제를 제시했다. (사진=ACC 유튜브 채널 캡처).
13일 열린 '어린이 문화예술교육포럼'에서 박연정 호남대학교 교수는 '메타버스의 교육적 활용 방안'에 대해 발전과제를 제시했다. (사진=ACC 유튜브 채널 캡처).

한편으론 메타버스를 놀이와 교육 활용에 적용할 때 기술‧제도‧윤리적 측면을 고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가 메타버스 활용 교육의 문제점을 ▲산만한 분위기 ▲유해 콘텐츠 노출 ▲개인정보 악용 ▲피로감과 어지럼증 개선 ▲과몰입 ▲장비·아이템 차이 ▲관련 인프라 구축 ▲교사 활용 능력 차이 등으로 꼽았다.

박연정 교수는 “굉장히 산만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언어폭력‧유해 콘텐츠 노출 등이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이라며 “개인정보 악용 여지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의 입장에서는 메타버스 교육 환경 조성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업무 부담 우려가 존재하고, 메타버스 활용 역량의 차이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13일 열린 '어린이 문화예술교육포럼'에서 박연정 호남대학교 교수는 '메타버스의 교육적 활용 방안'에 대해 발전과제를 제시했다. (사진=ACC 유튜브 채널 캡처).
13일 열린 '어린이 문화예술교육포럼'에서 박연정 호남대학교 교수는 '메타버스의 교육적 활용 방안'에 대해 발전과제를 제시했다. (사진=ACC 유튜브 채널 캡처).

글로벌 컨설팅 기업 PwC 등에 따르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포함해 2019년 464억 달러였던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은 2030년 1조5429억 달러(약 1742조 원)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메타버스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교육에도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것.

박연정 교수는 “메타버스라는 거대한 물결이 막 치고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라며 “기술의 적용이 아닌 잘 설계된 교육 활동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메타버스는 AI 기술과 함께 사회‧정치‧경제‧문화‧교육 등 실생활 전방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지식을 확장하는 건설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는 촉매제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동신대학교가 광주·전남 최초로 메타버스 활용 수업을 도입했다. 2021년 2학기 메타버스 활용 수업 '의사소통 2' 강의 모습. (사진=동신대학교 메타버스 수업 캡처).
동신대학교가 광주·전남 최초로 메타버스 활용 수업을 도입했다. 2021년 2학기 메타버스 활용 수업 '의사소통 2' 강의 모습. (사진=동신대학교 메타버스 수업 캡처).

광주‧전남 대학 중 메타버스 강의를 처음 도입한 동신대학교의 교수와 학생들도 이러한 문제를 느끼고 있었다. 동신대학교에서 2학기 메타버스 활용 ‘의사소통 2’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박순희 교수는 “메타버스 활용 수업에서 교수가 준비해야 할 사항이 굉장히 많다”며 “메타버스활용법부터 콘텐츠 제작까지 교수가 수업 전에 미리 준비하고 리허설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메타버스 플랫폼 사용 능력이 요구되고 수업 준비량이 전보다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교수의 플랫폼 사용 능력에 따라 수업의 질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메타버스로 진행되는 '의사소통 2’ 강의를 듣는 심규진 동신대 물리치료학과 학생(20)은 “학생들의 기기의 성능이 달라 불편함을 느꼈다”며 “회의를 할 때 마이크가 안 되는 친구가 있어 회의 진행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메타버스 열풍이 불면서 데이터 악용 우려도 커지고 있다. (편집=임채린 기자).
메타버스 열풍이 불면서 데이터 악용 우려도 커지고 있다. (편집=임채린 기자).

또 최근 개인정보 악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대학원 디지털문화정책 전공 교수는 모 언론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열풍이 언제 있었냐는 듯, 이제는 ‘메타버스’란 가상의 플랫폼 세상 논리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며 “업계는 물론이고 교육 현장과 문화예술계에서 이 정체불명의 신생 개념에 크게 들썩인다”고 비판했다.

이광석 교수는 법무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개인정보 동의 절차를 생략하고 외국인 얼굴 사진을 이용해 추진 중인 ‘인공지능 식별추적 시스템’ 구축 사업과 개인의 민감 정보가 뒤섞인 100억 개의 학습용 데이터를 사용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챗봇 이루다 사건’을 언급하며, 정부의 개인정보 불감증을 비판했다.

이 교수는 “2019년부터 우리 정부가 공항을 출입하는 내·외국인의 안면 이미지 정보를 한 AI 시스템 개발 민간업체에 약 1억건이 넘는 학습 데이터 용도로 제공해왔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면서 “챗봇 이루다 사건과 더불어 효능감 좋은 기술이라면 데이터 인권 문제를 부차적으로 보는 인식이나 태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AI타임스 구아현 기자 ahyeon@aitimes.com

[관련기사] "매스 콘텐츠 시대 메타버스 활용 미래 어린이 교육 논하다"

[관련기사] [체험기] 광주‧전남 최초 메타버스 강의 참석해보니

관련기사
저작권자 © AI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