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부터 11월 12일까지 13일간 영국의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 회의(COP26)는 100명 이상의 국가 정상들과 수천 명의 외교관이 모인 매머드급 국제회의다.
이들은 세계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수준에 비해 섭씨 1.5도 또는 화씨 2.7도 이상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기 위한 협상 테이블을 펼쳤다.
이렇게 세계 지도자들이 기후 변화란 단일 주제로 모였다는 사실은 기후 변화의 위협이 얼마나 가까운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반인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
지난 2018년 12월 기후 변화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예일 프로그램과 조지 메이슨대학 기후 변화 커뮤니케이션 센터가 공동으로 벌인 여론 조사에서 미국인 73%의 응답자가 “지구 온난화가 진행 중인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현재 전 세계의 각종 매스컴과 웹사이트는 기후 변화와 그 피해에 대한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이런 뉴스들의 충격적인 장면들은 멀게만 느꼈던 기후 변화의 위협을 일반인들에게 일깨워주기에 충분했다.
이런 이미지들은 진짜로 찍은 것도 있지만, 진짜와 거의 비슷한 합성 이미지들도 있다. 캐나다 퀘벡의 인공지능 연구소인 몬트리올 학습 알고리즘 연구소(MILA)는‘생성적 적대 신경망(GANs)이라고 불리는 딥 러닝 기법을 이용한 합성 이미지로 큰 계몽 효과를 거두고 있다.
AI에 관한 글로벌 보고서 발표
지난 11일 캐나다 뉴스와이어(Canada News Wire)는 ‘기후 변화에 맞서 싸우는 인공지능: COP26에 제시된 새로운 보고서’란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다.
제26차 유엔 기후 변화 당사국 회의에서는 '기후 변화와 AI: 정부에 대한 권고'라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AI & 기후변화센터가 작성한 이 새로운 보고서는 18개국과 유럽연합(EU)의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AI 연구와 응용을 지원함으로써 기후 행동과 전략에 관해 힘을 실어줄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저자들은 보고서 전체에 걸쳐 강조된 광범위한 사용 사례를 통해 정부에 대해 실행 가능한 48가지 권고안을 제시하며, 기후 변화 완화 및 적응에 있어 AI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기 위한 요구 사항을 피력하고 있다.
아울러, 에너지 부문과 같이 기후 변화에 중요한 부문의 데이터 생태계 개선 및 목표 자금 지원, 인프라 및 시장 설계 개선을 통한 연구, 혁신 및 배치에 대한 지원 강화 등을 권고하고 있다.
전 세계 15명의 주요 AI 연구원들이 공동 집필한 이 보고서에는 특히, 퀘벡 인공지능 연구소인 몬트리올 학습 알고리즘 연구소(MILA)의 두 명의 연구원이 기후 문제 완화에 대한 AI 활용의 구체적인 권고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은 밀라(MILA)의 핵심 학회원이자, 맥길 대학의 조교수인 데이비드 롤닉(David Rolnik)과 밀라 연구원인 사샤 루치오니(Sasha Luccioni)다.
캐나다 CIFAR AI의 회장이자, 기후 변화 AI의 공동 설립자인 롤닉은 머신러닝과 기후 변화의 교차점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AI가 기후 변화에 대한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는 많은 방법이 있다.”라며, “그것들은 위성 사진을 이용한 탄소 재고 모니터링에서부터 건물의 냉난방 최적화, 농작물 수확량 예측, 차세대 배터리 설계 등 매우 다양하다”라고 롤닉은 설명했다.
사샤 루치오니는 기후 변화에서 AI의 책임 있는 개발, 배치 및 거버넌스에 연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편, 이들이 몸담고 있는 몬트리올 학습 알고리즘 연구소(MILA)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1993년 요슈아 벤지오(Yoshua Bengio) 몬트리올대학 교수가 설립한 밀라는 머신러닝 전문 연구원 700여 명이 모인 인공지능 연구소다. 몬트리올에 본부를 둔 밀라의 임무는 전 세계를 위한 혁신과 인공지능의 개발에 있다.
근래에 이 밀라 연구소는“기후는 존재하지 않는다”란 웹사이트를 만들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폭풍과 해수면 상승의 피해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보여주는 이 사이트는 기후 변화의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한 도구로 인정받고 있다.
이미지로 위기감 갖게 만든다
지난 10일 프랑스의 경제 전문 온라인 미디어 마켓스크리너(Market Screener)는 밀라 연구소가 만든 “이 기후는 존재하지 않는다”란 웹사이트를 다뤘다.
이 미디어에 따르면, 이 웹사이트는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모든 사람이 조치를 취하도록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웹사이트를 통한 경험은 기후 변화에 대한 전 세계인의 인식을 높여준다는 평가다.
“이 기후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웹사이트와 그 기술은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이미지를 사용함으로써 심리적 거리를 줄이고, 만약 그들이 극단적인 기후 현상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면 어떻게 될지 보여준다.
기후 변화가 몰고 올 가공할 미래의 위협을 상상하기 위해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s)이라고 불리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사용됐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은 자동으로 생성된 이미지를 볼 수 있는데 세계 어느 주소에서나 홍수, 대기 오염, 산불 연기 등과 같은 극한 기상의 영향을 시각화하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인공지능에 의해 만들어졌고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그들이 묘사하는 환경 재앙은 매우 현실적이다”고 밀라의 박사후 연구원이자 이 프로젝트의 리더 중 한 명인 사샤 루치오니는 밝혔다.
그녀는 “우리는 이 행성이 공동의 위기를 겪고 있는 공동 주택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는 더 많은 사람이 행동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그 위기를 가까이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치오니에 따르면, 평소에 일반인들에겐 녹고 있는 만년설의 모습이 멀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또 대부분의 사람은 최후의 날 메시지에 잘 반응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루치오니는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누구나 자신만의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능력이다”고 강조했다. 즉, 다른 기후 프로젝트처럼 주요 랜드마크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이 기후는 존재하지 않는다” 웹사이트는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애착이 있는 장소에 초점을 맞춰서 기후 변화의 위기를 보게 하는 것이다.
“그 곳은 유명한 랜드마크가 될 수도 있지만, 부모님 집, 학교, 또는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가 될 수도 있다”라고 루치오니는 말했다.
진짜 같은 가짜 이미지 생성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이미 존재하는 데이터에서 패턴을 인식하고, 통찰력을 생성해 데이터를 분류하거나, 여러 가지 입력값을 토대로 주어진 상황에 대한 예측 작업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이 머신러닝 컴퓨터는 새로운 데이터를 생성하는 작업은 잘 하지 못한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바로 ‘생성적 적대 신경망(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s, GAN)’이다.
GAN은 두 개의 서로 다른 신경망을 사용해 탁월한 합성 이미지를 만든 것이다. 이 새로이 생성된 이미지들은 진짜와 거의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이었다.
자율학습의 일종인 GAN은 하나의 신경망이 가짜 사진에서 무엇이 실제와 다른지 판별하고, 또 하나의 신경망은 계속해서 진짜 이미지로 속이기 위해 학습해나간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생성된 이미지는 점점 더 사실적인 이미지로 변하게 된다.
이렇듯, GAN의 가장 주목할만한 능력은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생성해내는 능력이다. “이 기후는 변하지 않는다” 웹사이트는 GAN 덕분에 탄생했다고 유비소프트 라 포지(La Forge)의 이브 재키어(Eve jackier) 전무이사는 말했다.
그는 “AI 훈련을 위해 침수 전후의 수많은 지역 이미지를 보여줘야 헀다”고 말했다.
재키어에 따르면, 이런 반복 과정을 통해 AI 시스템이 실제 이미지와 가짜 이미지를 구별하는 가운데 판별기는 더이상 두 가지를 구분할 수 없게 되고, 사람들은 이렇게 생성된 이미지가 충분히 실제처럼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사람들이 홍수가 나는 지역에 머물지 않는다는 탓에 홍수 이전과 후의 좋은 이미지가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이를 위해 재키어 팀은 워치도그스(Watch Dogs) 2의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버전을 개발하기 위해 사용되는 엔진을 수정했다. 물의 수위를 올리기 전과 후에 그 게임 장소들의 데이터 세트를 만든 것이다.
이로써, GAN은 실제 이미지와 게임 이미지의 조합을 통해 스스로 학습할 수 있을 때, 훨씬 더 사실적이 됐다.
“진짜 이미지만을 사용해 홍수 지역의 상황을 보여주기는 어렵다”라고 재키어는 말했다. “하지만 게임 엔진을 사용하면, 동일한 물체 배치, 장면, 조명을 사용할 수 있어 사람들은 홍수가 유일한 차이점이라고 확신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사실, 홍수의 이미지는 특히 더 복잡했는데 깊이에 따라 조절된 필터로 나타낼 수 있는 대기 오염의 표현과는 달리, 홍수는 더 맥락적이고 반사의 복잡성이 더해져 이미지 일부에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우리는 두 단계 접근법을 만들어야 했다”라고 루치오니는 설명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GAN은 모든 요소가 포함된 이미지 지도를 만든 다음에 평평한 평면을 투영해 물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보일지 결정한다. 이후 나머지 요소들로부터 솟아오르는 물을 분리했다.
“이런 식으로, 그 웹사이트의 인공지능은 우체통이나 자동차와 같은 물체 주변의 물을 끌어 올릴 수 있고, 더 사실적인 표현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그녀는 설명했다.
시각화로 대중 인식 일깨워
지난해 2월 24일 IT 전문매체 싱크드(Synced)는 벤지오 교수와 밀라 연구진이 기후 변화의 영향을 설명하기 위해 GAN 이미지를 사용했다고 전했다.
밀라의 설립자인 요슈아 벤지오(Yoshua Bengio) 교수는 그의 블로그에 “기후 변화는 우리 세대와 다음 세대가 대처해야 할 인류와 지구에 대한 가장 심각한 위협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 연구팀은 기후 변화로 인한 위협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홍수에 특히 초점을 맞추고,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GAN을 사용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기후 변화의 결과를 좀 더 구체적으로 만드는 것이 개인과 집단행동을 모두 동원하는 것을 도울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도시 환경의 홍수와 같은 기후 영향의 실제 데이터는 드물고, 이용 가능한 경우 주요 정보가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고 그들은 고백했다.
이에 밀라 연구팀은 시뮬레이션 된 3D 환경의 영상과 도메인 적응 작업의 가능성을 탐구했다. 이 팀은 구글 스트리트 뷰를 사용해 사용자가 입력한 주소를 불러올 수 있는 대화형 웹사이트를 개발했고, 기후 모델의 예측에 기초해 미래 상태를 표시하기 위해 위치 보기를 변경할 수 있게 했다.
그들은 “이 도구가 대중이 기후 변화와 관련된 위험을 더 쉽게 시각화하고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생성된 밀라 모델은 지난 2018년 연구에 도입된 MUNIT 프레임워크를 채택했으며, 시뮬레이션 된 이미지와 실제 이미지를 모두 활용해 신뢰할 수 있는 홍수 장면을 생성했다.
연구원들은 감독되지 않은 이미지 대 이미지 변환 기술을 사용해 이미지를 변경함으로써 가장 발생할 가능성이 큰 곳에 홍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향후 연구팀은 “산불이나 가뭄 등과 같은 추가적인 기후 사건에 대한 표현을 통합하면서, 실제 데이터와 시뮬레이션 데이터 모두를 계속 활용할 계획”이란 견해를 밝혔다.
AI타임스 조행만 객원기자 chohang5@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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