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기술로 공예의 가치를 높이다
#1 주말에 공예트렌드페어를 찾은 A씨는 여러 전시물을 구경하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툴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머릿속에 떠오른 공예품의 모습을 그리자, AI는 A씨가 스케치한 외형의 특징을 잡아 유사한 공예품을 찾아준다. 전문적인 용어로 검색할 필요 없이 간단한 스케치만으로 알고 싶은 공예품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2 "이 두 가지 공예품이 합쳐지면 어떤 작품이 나올까?" 공예가 B씨는 AI 기반 툴을 활용해 공예품 이미지 2개를 선택해 섞어서 새로운 공예품 디자인을 만들어봤다. B씨는 AI가 생성한 독특하고 창의적인 디자인을 기반으로 원하는 요소들을 수정해 보면서 다음 작품 활동을 위한 영감을 얻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지스트) 연구진은 최근 국내 최대 규모 공예 축제인 '2021 공예트렌드페어'에서 인공지능(AI)을 입힌 스마트 공예 기술들을 관람객들에게 선보였다. 지스트 이지현‧홍진혁 교수 연구진은 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 주관의 2020년 문화기술연구개발 지원사업으로 수행하고 있는 '공예품 원본인증·유통 기반 창작지원 기술 개발' 과제의 2차년도 결과물을 이번 전시에서 소개했다. 지정과제 기간은 지난해부터 오는 2022년까지다.
이번 기술 개발에는 주관연구기관인 지스트 융합기술원의 이지현‧홍진혁 교수 연구진을 비롯해 공동연구기관인 한양여대 도예과 이현수 교수팀, 한동대 콘텐츠융합디자인학부 이은종 교수팀, 광주디자인진흥원의 정윤주 팀장과 연구진, 블록체인 기반 백신 관리시스템을 개발한 ㈜엠투클라우드 등 예술‧디자인 문화와 AI‧블록체인 기술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성과의 일부가 공예트렌드페어에서 공개된 것이다.
연구진은 과제 수행을 위해 공예 빅데이터를 구축했다. 이를 토대로 이미지‧키워드 기반 관계 분석 기술과 AI 기술을 활용해 ▲한국 공예품의 조형적 특징 요소 ▲공예가의 창작과정 요소 ▲소비자의 감성과 공예 트렌드 분석을 할 수 있는 '스마트 공예 창작지원 시스템'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공예가들의 창작활동에 도움을 주겠다는 구상이다.
◆ 예술‧문화‧4차산업 기술 융합의 청사진 그려가는 지스트
지스트 연구진은 다른 연구팀과의 협업을 통해 우선 공예품 빅데이터를 구축하고자 공예가(Creator)‧공예품(Product)‧사용자(User)의 관점에서 수집한 방대한 공예 자료들을 바탕으로 분류체계를 정립했다. 통상 재질별로만 구분됐던 기존의 공예 분류를 다양한 관점으로 수집해 체계화한 셈이다.
특히 AI 기술 적용에 필요한 공예품 이미지의 수집을 위해 전문 촬영 장비로 전국의 공예가들을 방문해 공예품들을 직접 촬영하고, 공예가들과의 인터뷰와 사용자 경험 조사를 함께 진행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또 연구진은 공예가‧공예품‧사용자 관점의 분류체계를 적용하는 어노테이션 작업을 진행해 공예 메타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 공예품에 관한 정보를 라벨링하는 어노테이션 작업은 보통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전문가들이 수없는 반복 작업을 거쳐 이뤄지는 매우 고된 작업이다. 이에 연구진은 비전문가도 어노테이션 작업을 쉽게 할 수 있는 툴을 개발했다고 한다.
이 같은 공예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구진은 이미지‧키워드‧관계 분석을 통한 데이터 검색‧시각화 기술과 AI 기술을 활용해 공예품의 조형요소를 자동으로 분석하거나, 다양한 공예품을 합성해 새로운 공예품을 창작해보는 스마트 공예 창작지원 시스템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 스마트 기술 입힌 공예 분야의 변신 살펴볼까
이번 공예트렌드페어를 찾은 관람객들은 공예 제작과정과 제작방법을 인터렉티브하게 검색하거나, 거미줄 형태로 공예품들끼리의 관계성을 나타내는 데이터 시각화 툴을 체험할 수 있었다. '공예 정보 탐색기'는 총 8가지 재료와 4개의 단계, 20개 세부 제작기법으로 분류돼 있다. 손으로 터치하면 공예 분야별 모든 제작과정을 체계화해 해당 정보를 알려준다.
'공예 데이터 비쥬얼라이저'는 공예 분야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도자기에 관한 툴이다. 도자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보를 시각화해 도자기 관련 전체 통계 분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작가별‧용도별‧형태별 카테고리 메뉴 선택 시 카테고리별로 상관관계에 따라 새롭게 거미줄처럼 연결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울러 팝업창을 통해 작가와 작품명, 용도, 재료 등 자신이 선택한 도자기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AI 기술을 활용한 공예 창작지원 시스템이 눈길을 끈다. 공예품의 이미지를 스케치해 검색하면 유사한 공예품들이 나타나는 스케치 툴을 비롯해, 두 가지의 공예품 합성을 통해 새로운 공예품을 창작하는 툴과 도자기의 조형요소 분석 툴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보통 어떤 공예품을 알고자 할 때 검색어를 입력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연구진이 제시한 툴인 'Craft Thinker's Note'는 사용자가 검색하고 싶은 공예품의 외형적 특징을 그리면, AI가 스케치를 인식해 그와 유사한 공예품들을 검색해준다. 연구진은 "앞으로 지속적인 데이터 확장을 통해 세부적인 디테일이 검색될 수 있도록 더욱 확장‧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AI를 이용해 새로운 공예품을 만들어보는 툴인 'Craft AI Imaginator'도 눈에 띈다. 마음에 드는 공예품 이미지를 2개 선택하면, 공예품 메타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선택된 이미지 2개를 자연스럽게 섞어서 독특하고 새로운 공예품 디자인을 자동 생성한다.
'스마트문화렌즈(Smart Culture Lens)' 앱은 전통 도자기의 조형요소를 자동으로 분석해주는 AI 분석기다. 도자기 사진을 찍으면 해당 도자기의 색상‧형태‧재질‧문양 등을 분석해준다. 각 요소별 유사한 속성을 지닌 도자기도 검색 가능하다.
연구진은 전국의 국립 박물관 유물 데이터는 물론, 19여 개 기관의 전시장과 사립박물관 등의 도자기를 직접 촬영해 총 7,300개 이상의 도자기 데이터를 수집했다. 전통 도자기의 조형요소 분류체계를 정립하고, 어노테이션을 진행해 전통도자기 메타데이터를 구축, 이를 기반으로 기계학습을 통해 조형요소 자동분석기를 개발했다.
이 밖에도 연구진은 다양한 공예품을 거래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 공예 원본인증 및 유통 시스템'도 이번 전시에서 공개했다. 블록체인 기술과 공예품의 접목을 통해, 구매자가 구입한 공예품의 진위 여부와 이력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앱과 공예가와 일반 소비자 간의 투명하고 신뢰성 높은 공예품 온라인 거래를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원본 인증 기술을 활용해 공예품에 대한 가치와 공예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 공예품 시장을 새롭게 개척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게 지스트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책임자인 이지현 지스트 교수는 "이번 전시회에서 소개된 연구결과물들은 예술‧문화‧4차산업 기술 융합의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국내 공예품 카피 문제의 해결안이 될 공예품 디지털 지문 기술과 블록체인 기반의 유통시스템은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타임스 윤영주 기자 yyj051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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