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문화창조원 복합2관에서 12월 22일까지 펼쳐지는 실감 라이브 체험공연 '비비런' 공연 장면. (사진=ACC 제공).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문화창조원 복합2관에서 12월 22일까지 펼쳐지는 실감 라이브 체험공연 '비비런' 공연 장면. (사진=ACC 제공).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문화창조원 복합2관에서 12월 22일까지 펼쳐지는 실감 라이브 체험공연 '비비런' 공연 장면. (사진=ACC 제공).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문화창조원 복합2관에서 12월 22일까지 펼쳐지는 실감 라이브 체험공연 '비비런' 공연 장면. (사진=ACC 제공).

무형 문화 유산인 전통 탈춤도 데이터로 만들 수 있을까. 5G,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기술의 발전 그리고 팩데믹 충격으로 문화유산의 디지털화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의 무대에 오른 ‘비비런’은 이러한 문화유산의 보존‧계승의 가치를 전제로 국내 최초 실감 라이브 공연이라는 장르를 개척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19일 ACC 문화창조원 복합 2관에서 첫 무대가 펼쳐졌다. 기존의 공연 방식이 아닌 가상현실(VR)에서 진행되는 실시간 공연으로 관람객을 맞이했다.  ‘비비런’은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7호 ‘고성오광대’의 인기 캐릭터 ‘비비’를 주인공으로 한다. 가장 큰 특징은 관객과 배우가 다른 공간으로 분리됐다는 점이다. 관객과 배우를 연결하는 공간은 실제 무대가 아닌 가상현실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문화창조원 복합2관에서 12월 22일까지 펼쳐지는 실감 라이브 체험공연 '비비런' 의 관객석 무대. (사진=나호정 기자).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문화창조원 복합2관에서 12월 22일까지 펼쳐지는 실감 라이브 체험공연 '비비런' 의 관객석 무대. (사진=나호정 기자). 

배우들은 관객과 다른 공간에서 연기를 펼치고 관객들은 VR 헤드셋(HMD)을 쓰고 디지털 캐릭터와 실시간 상호작용하면서 게임을 하듯 공연에 참여할 수 있는 관객 참여형 공연이다. '고성오광대'에서 가져온 캐릭터를 통해 다양한 전통 춤사위를 선보인다. 더불어 2080년 버려진 지구라는 배경으로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메시지도 담고 있다.

머지 않은 미래, 2080년. 지구는 재난과 파괴에 휩싸여 쓰레기 행성으로 버려졌다. 변해버린 미래의 지구에는 각종 오염물질과 바이러스를 먹고 사는 비비와 그의 자식 비비런이 남아있다. 이들은 지구를 생명의 별로 다시 살릴 수 있을까

-비비런 줄거리-

'비비런' 줄거리. (자료=손상원 감독 제공).
'비비런' 줄거리. (자료=손상원 감독 제공).

‘비비런’은 2019년 ACC ACT창·제작 프로그램을 통해 연구개발에 돌입, 지난해 사전 공연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쇼케이스 이후 기술‧내용적 수정‧보완의 과정을 거쳐 올해 본 공연의 결실을 맺었다. 3년에 공을 들인 것. ‘비비런’ 제작자들은 최근 ACC 열린 ‘ACT 페스티벌’을 통해 제작 과정을 공개했다.

‘비비런’을 총 연출한 손상원 감독은 “무형유산인 탈춤을 디지털화해 아카이빙한다는 목적에서 시작이 됐다”며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한 문화적 자산을 미래 세대가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며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무형유산을 디지털화해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연’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

'비비런'에 등장하는 '비비'는 고성오광대탈춤 넷째 마당에 나오는 상상의 동물이다.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7호 ‘고성오광대’ 춤사위.  (자료=허창렬 고성오광대탈놀이 전수자).
'비비런'에 등장하는 '비비'는 고성오광대탈춤 넷째 마당에 나오는 상상의 동물이다.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7호 ‘고성오광대’ 춤사위.  (자료=허창렬 고성오광대탈놀이 전수자).

그렇다면 왜 많은 탈춤 중 고성지역의 오광대라고 불리는 탈춤을 꼽았을까? ‘비비’로 출연하는 허창렬 고성오광대탈놀이 전수자는 “고성하면 춤의 고을이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하고 유연한 탈춤으로 유명하다”며 “우리의 몸짓, 전통 춤사위를 디지털화 시키는데 고성 지역의 탈춤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전승되고 보존돼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적극 추천하게 됐다”고 말했다.

‘비비’는 고성오광대탈춤 넷째 마당에 나오는 상상의 동물이다. 무엇이든 잘 잡아먹는다. 비비런은 비비의 아이로 공연을 위해 만든 가상 캐릭터다. ‘비비런’은 이정동 전수자, ‘말뚝이’ 김성현 전수자가 맡아 연기했다. 이들은 국가무형문화재 제7호 봉산탈춤 전수자다.

'비비런' 제작 콘티 작업 과정. (자료=손상원 감독 제공).
'비비런' 제작 콘티 작업 과정. (자료=손상원 감독 제공).

처음 시도되는 장르인 만큼 제작 과정도 특별했다. 손상원 감독은 “360도로 구현되는 공간과 장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3차원 콘티를 제작했다”며 “콘티 전문가들도 이러한 작업이 처음이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콘티를 바탕으로 스토리, 관객과의 상호연결성을 고도화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손 감독은 기술이 돋보이는 공연이 아닌 기술과 예술의 융합으로 결국 관객이 예술 작품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다. 그는 "기술이 돋보이는 게 아닌 예술과 융합되면서 결국은 예술 작품으로 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메타버스 공연이 미래 새로운 공연문화로 자리 잡혀 갈 것"이라며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공연의 형태를 발굴하고, 지속‧발전 시켜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자료=손상원 감독 제공).
'비비런'은 실시간 배우들의 연기와 표정을 모션캡처 기술을 활용해 가상 캐릭터로 구현했다. 모션캡처를 위한 공간에서 배우들이 모션장비를 입고, 머리에 쓰며 촬영을 하고 있다. (자료=손상원 감독 제공).
'비비런' 공연 제작 과정. 배우들의 표정을 캐릭터에 그대로 입히기 위해 스마트폰을 이용해 표정을 캡처하는 페이셜 캡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ACC 제공). 
'비비런' 공연 제작 과정. 배우들의 표정을 캐릭터에 그대로 입히기 위해 스마트폰을 이용해 표정을 캡처하는 페이셜 캡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ACC 제공). 
17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문화정보원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문화유산과 디지털 융합 'ACT 페스티벌'에서 손상원 비비런 연출가(네오프로덕션 객원 연출)가 실감라이브 공연 '비비런'의 제작 과정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나호정 기자).
17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문화정보원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문화유산과 디지털 융합 'ACT 페스티벌'에서 허창렬 고성오광대탈놀이 전수자가 실감라이브 공연 '비비런'의 제작 과정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나호정 기자).
17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문화정보원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문화유산과 디지털 융합 'ACT 페스티벌'에서 김인 기술 감독이 실감라이브 공연 '비비런'의 제작 과정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나호정 기자).
17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문화정보원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문화유산과 디지털 융합 'ACT 페스티벌'에서 김인 기술 감독이 실감라이브 공연 '비비런'의 제작 과정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나호정 기자).

영화에서 많이 쓰는 모션캡처 기술을 통해 배우들의 몸짓과 표정을 그대로 캐릭터에 입혔다. 김인 기술 감독이 기술적으로 접근했던 핵심은 관객, 배우, 스텝의 공간 분리였다. 그리고 상용화를 위해 제작비용을 낮추면서 최신 기술을 활용했다.

김 기술감독은 “영화에서 사용하는 모션캡처 기술을 이용했다”며 “또 하나의 난관인 배우와 캐릭터의 연결성을 위해 언리얼 게임엔진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용화를 위해 제작 비용을 낮추려고 많이 노력했다”며 “스마트폰을 이용해 표정을 캡처하는 페이셜 캡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초 실시간 실감 라이브 공연 '비비런'에 대해 듣는다 - 손상원 비비런 연출가 인터뷰

Q. '비비런' 공연 관람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19일 첫선을 보인 ‘비비런’은 가상현실(VR) 체험 공연이다. 관객은 의자 착석해 머리에 쓰는 헤드셋(HMD)을 착용하고 약 25분 동안 공연을 관람하게 된다. 관객석에서 대형 스크린 3개도 설치돼 있어 어지럼증을 느끼는 관객은 헤드셋을 벗고 스크린을 통해서도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바닥도 가상공간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매핑돼 있다.

무형 문화재 고성오광대 탈춤에서 가져온 캐릭터들이 등장인물이다. 또 2080년 환경오염으로 버려진 지구를 배경으로 관객은 지구가 안전한지 확인하러 가는 지구 재생 프로젝트 위원회의 일원으로 공연에 참여하게 된다. 공연을 통해 지구를 체험하고 환경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워줄 수 있는 작품이다.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VR로 보고 있는 고성오광대에서 가져온 ‘비비’와 가상캐릭터 ‘비비런’ 등 캐릭터들을 실제 다른 공간에서 배우가 실시간 연기를 통해 공연된다는 점이다. 배우의 연기가 실시간으로 캐릭터로 변환돼 보이는 식이다. 흔하지 않은 공연 방식을 사용한 이유는 현실은 다른 공간에 있지만 가상 공간에서 만나는 배우와 관객이 소통하는 것을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첨단 기술과의 융합 그리고 공연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접목하는데 의의를 뒀다.

관람이 끝나면 관람석 맞은편 실연 배우가 연기하는 공간으로 이동한다. 이 공간은 모션 캡처를 위한 광학장비들이 설치돼 있다. 실연 공간에서 전통 공연이 6분 동안 진행되고, 실시간 실감 공연 구현을 위해 사용했던 여러 기술들에 대한 시연이 동시에 진행된다.

비비런 제작 과정상 어려웠던 점…"어떤 작품으로 기었됐으면 하는지?"

Q. 처음 시도되는 실감 라이브 공연 '비비런' 제작 과정 중 겪었던 시행착오는 무엇인가요.

‘비비런’은 2019년 ACT창제작센터 창‧제작 프로그램을 통해 연구‧개발 과정을 통해 2020년 쇼케이스를 진행해 이번 본 공연까지 이르게 됐다. 지난해 쇼케이스를 진행하면서 사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 처음 시도한 실감 라이브 공연이라는 장르라 사소한 것부터 공연이 갖고 있는 요소들을 어떻게 담을 수 있을지 등 많은 난관에 봉착했다.

먼저 VR HMD를 착용하고 어두운 환경에서는 제 기능을 못 한다는 점부터 사운드의 지향성 문제끼자 다양했다. 영상과 소리의 불균형도 경험했다. 실연을 모션캡처로 만들고 중간에 실시간 할 때 기존의 영상과 자연스럽게 연결해야 하는 문제도 있었다. 이에 언니얼 게임 엔진을 활용했다.

실연 배우의 몸짓, 표현을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연결하기 위해서 많은 연구 개발이 필요했다. 가장 큰 난관은 공연 작품이 전달하려는 메시지 즉 저희가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가 디지털화되면서 약간 바뀌거나 강조가 안 되는 경험을 했다. 올해 본 무대를 준비할 때는 이러한 문제를 다 해결했고, 3D 콘티 작업을 통해 제작진 간의 작품의 이해도를 놓였다. 제작진이 강조할 부분을 개선해 진행했다.

ACC 비비런 공연장. (사진=나호정 기자). 
ACC 비비런 공연장. (사진=나호정 기자). 
Q. 아날로그 공연의 생동감과 현장감을 어떻게 가상에 표현하려고 노력했나요.

공연이 가진 생동감은 실제 무대에서 가수나 배우가 객석으로 던져주는 에너지들이다. 디지털 캐릭터가 연기를 하다 보니 그 생동감을 관객한테 직접적으로 주는 것을 방법적으로 선택하기는 조금 어려웠다. 단, 라이브로 진행되는 장면에서는 배우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관객에게 다가가는 등 관객 참여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면서 일반적인 공연이 갖고 있는 생동감을 높이려고 노력했다. 또 가상현실에 장점인 상상을 통해 볼 수 있는 장면들을 극적으로 보여줌으로 관객들이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하려고 준비를 했다.

Q. '비비런' 공연에 대한 기대효과는 무엇인가요.

‘비비런’은 전통 탈춤을 디지털 데이터화해 보존‧계승한다는 점에서 콘텐츠 가치를 더한다. 문화유산을 가상현실(VR)기술, 모션캡션 등 기술을 통해 디지털화하는 과정이 기존의 공연과는 다르기 때문에 기존의 기술들을 바탕으로 많은 상상력으로 만들어냈다. 제작 과정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비비런’을 보고 더 훌륭한 예술가가 더 많은 상상력으로 이다음 단계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면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공연의 형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공연이다. 그런 가능성의 측면에서 봐주시고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

 

한편, '비비런'은 오는 12월 22일까지 녹화 공연과 라이브(Live) 공연으로 나눠져 총 41회 공연을 한다. ACC 유튜브를 통해서도 12월 1일과 8일 오후 5시에 생중계 된다. 만 10세 이상 사전 예약을 통해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손상원 감독은 “내년 1월 일본 해외문화홍보원 도쿄문화원에 ‘비비런’을 공연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광주 공연을 시작으로 앞으로 전국의 문화예술회관 전시공간에 유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I타임스 구아현 기자 ahyeon@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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