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CON 광주 2021'의 부대행사로 진행된 채용박람회가 홍보 부족 등 운영 미숙으로 '보여주기식' 행사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지역 내 기업들과 충분한 협의 없이 박람회 개최를 3주 앞둔 시점에 부랴부랴 업체를 모집하는 등 졸속 추진된 행사라는 지적이다. 그나마 광주 AI 기업들이 나서면서 구색은 맞췄지만 전반적으로 '급조된 행사'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졸속 추진된 효과 없는 관제 행사"라고 비판했다.
광주광역시와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단장 임차식)은 'AICON 광주 2021' 부대행사로 채용박람회를 진행 중이다. AI 스타트업 38개 기업을 초청해 채용설명회와 현장 면접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400여 명의 인재를 채용하도록 한다는 것이 사업단의 구상이다. 그러나 홍보 부족 등 운영 미숙으로 구직자들의 참여율이 저조해 당초 채용 목표치에 한참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참여기업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광주 유치기업 A 대표는 "이틀 간 부스를 운영하면서 전남대·조선대·호남대 등 지역대학 학생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전시 준비가 엉망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기업은 AI·SW 교육기관, 특성화고등학교, 학사급 전공자, 석·박사급 전공자 등 다양한 인재를 희망하지만, 이번 박람회에 참가한 구직자들은 AI사관학교,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뿐이었다고 한다. A 대표는 "다른 박람회에서는 팸플릿을 500장 이상 뿌렸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고작 10장만 나갈 정도로 구직자가 없었다"고 말했다.
행사가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AI 기업 대표 B씨는 "기업들에게 부스나 채용박람회 참가를 제안하려면 최소 3~4개월 전에 알려줘야 하지 않느냐"며 "3주 전에 참가 여부를 물어오면 기업 입장에서 매우 곤란하다. 준비하기도 벅차고 내키지 않지만 지자체 눈치를 보고 참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참가한 모기업은 16일 하루 동안 단 한 건의 면접도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 에이스페어, 대한민국 에너지대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등 기업들이 주로 참가하는 행사들을 살펴보면 올해 행사가 끝나고 곧바로 내년 행사 준비에 들어간다. 박람회 개최 3주를 앞두고 기업을 선정하고 준비를 요구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간 준비과정을 거치는 행사들과 질적으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B씨는 "가뜩이나 바쁜 연말에다 기업 사정도 좋지 않은 가운데 참가했지만 구직자가 없다"며 "이런 보여주기식 관제(官製) 동원 행사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광주 AI 기업 대표 C씨는 메타버스 전시관에 대해서도 "메타버스 전시 자체가 제대로 구성되기 쉽지 않다.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도 어렵다"며 "그런데도 메타버스를 해보겠다면서 주최·주관측에서 일주일 전에 회사소개서, 프리젠테이션 등을 요구해왔다. 그런 '갑질'이 어디있느냐"고 반발했다.
실제 AI타임스 취재진이 지역 내 AI 기업 5곳을 대상으로 채용박람회에 참가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더니 '신년 사업 계획을 수립하느라 여력이 없다'는 답변이 대다수였다. 채용박람회에 참가한 한 기업 관계자 D씨는 "사실 같은 기간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K-메타버스 엑스포(KMF&KME) 2021에 참가하면 세계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과 비즈니스 미팅을 갖고 성과를 낼 수도 있다"며 "반면 광주에서 기업들이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는지 미지수다"고 했다.
광주광역시와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은 지난달 처음으로 'AICON 광주 2021' 컨퍼런스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 행사 자체를 내실 있게 준비해 왔다는 사실을 아는 광주 AI 기업은 거의 없다. 관람객들에 대한 홍보도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현장에서는 내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해야 하는 상황에 다급하게 행사를 밀어붙였다는 볼멘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AI타임스 유형동 기자 yhd@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