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 컨퍼런스를 표방하는 'AICON 광주 2021'이 정작 '광주'가 없는 인공지능(AI) 컨퍼런스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 광주의 사정을 잘 모르는 저명한 국내외 연사들의 초청 강연이 컨퍼런스 강연 대다수를 이루고 있고, AI 산업 육성을 위한 실질적 실행 전략 논의보다는 보여주기식 구성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불거져 나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민들의 관심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올해 처음으로 개최된 이번 행사는 세계적인 AI 권위자들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AI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고, 'AI 중심도시'를 표방하는 광주시의 미래 산업 전략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광주시와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은 AI 컨퍼런스를 통해 시민들이 체감하는 AI 중심도시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는 목표로 이 행사를 기획했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AICON 광주 2021' 개막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통해 "오늘 컨퍼런스는 AI 중심도시 광주의 위상을 한층 강화하고 지역의 성장 동력을 새롭게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막식 축사에 나선 연사들도 광주시가 미래 AI 선도 모델을 만들어가길 바란다는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하지만 정작 행사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세상의 AI, 빛나는 이곳에서'라는 행사의 슬로건이 무색하게 '광주'가 빠진 채 기존의 다른 AI 컨퍼런스를 그대로 답습했다. 차별화된 행사라고는 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AICON 광주 2021'의 개막 첫날의 분위기는 어땠을까. 이날 비제이 자나파 레띠(Vijay Janapa Reddi) 하버드대 엣지 컴퓨터연구소 교수는 '미래 AI 기술, 어디로 갈 것인가'를 주제로, 김태원 구글코리아 글로벌비즈니스팀 전무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스마트 워킹'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펼쳤다. 행사의 주제와 방향성을 담은 상징성 있는 기조연설에서조차 광주에 대한 이야기는 쏙 빠져 있다.
전체적인 컨퍼런스 강연 구성만 봐도 'AI 중심도시' 광주에 대한 이해와 행사 개최지의 당위성은 찾아볼 수 없다. 이번 컨퍼런스의 강연 주제들을 살펴보면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서 개최된 수많은 AI 관련 컨퍼런스와 비교해 다른 점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광주시가 한발 더 나아가 'AI 중심도시'로서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기존의 AI 컨퍼런스와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국내외 AI 전문가들의 일부 초청 강연은 흥미로운 주제를 담고 있었다. 가상인간부터 로봇, 자율주행, 메타버스 등 최근 핫한 트렌드들이 총집합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 선을 보인 'AICON 광주 2021'도 여느 행사들과 다름없는 콘텐츠와 구성을 내놔 아쉽다는 목소리다. 일각에서는 '광주시 AI 허브'에 초점을 맞춘 해외 석학들의 견해를 듣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내용의 강연들로 구성됐더라면 좀 더 차별화되고 의미 있는 AI 컨퍼런스가 됐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또 행사 2일차에 위드 코로나 시대 AI 허브시티로서 광주의 역할을 이야기하는 'AI 클러스터 포럼' 세션4를 제외하고는, AI 선도도시로서의 도약을 준비하는 실질적인 실행 전략을 논의하는 시간도 부족해 보인다. 대한민국 AI 핵심 거점으로 입지를 다지기 위한 광주시의 비전도 명확히 제시해 '왜 인공지능하면 광주인가?'에 대한 당위성을 찾는 고민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개막 첫날 코로나19 시국임을 감안할 때 비대면 온라인 행사 참여율도 저조했다. 실시간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첫 번째 기조강연을 듣는 사람은 겨우 15명뿐(오후 3시 20분 기준)이었다. 두 번째 기조강연의 시청 인원도 30명(오후 3시 40분 기준)이 채 되지 않았다. 광주시의 AI 행사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 않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광주 시민들 상당수가 이날 행사가 열린 줄 모르고 있었다.
실제 광주 북구에 거주하고 있는 이 모씨(35)는 "처음 듣는 이야기다. 언제 어디서 열리는 행사냐"고 반문했다. 광주 서구에 사는 김 모씨(27)는 "행사 현수막이 걸린 것은 봤다. 바로 휴대폰으로 검색해봤는데, 내용에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아 방문할 생각은 없다"고 설명했다. 시민들과 함께 하는 행사의 취지가 무색하게 '그들만의 잔치' 혹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AI타임스 윤영주 기자 yyj051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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