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위스에서 조력 자살을 돕는 캡슐 '사르코(Sarco)'가 등장해 화제다. 조력 자살에 필요한 약물을 처방하거나 조력 자살 희망자의 정신건강 상태를 판단하는데 인간 의사가 개입하고 있지만 사르코에 탑재된 인공지능(AI) 평가 시스템을 이용하면 의사가 아닌 AI에게 자살을 승인 받을 수 있다는 것. AI가 죽음을 선택하려는 지원자의 정신적 건전성을 평가할 수 있을까.
5분 안에 고통 없는 죽음…안락사 기계 등장
'사르코(Sarco)'는 조력 자살을 돕는 장비다.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전직 의사인 필립 니츠케의 작품이다. '사르코'는 한 사람이 들어가 누울 수 있다. 캡슐 형태로 제작됐다. 밀폐 공간에 질소가 차오르면서 산소 부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방식이다. 한 사람이 캡슐 속으로 들어가 누울 수 있게 만들어졌다. 캡슐 내 버튼을 누르면 내부가 질소로 채워지고, 산소가 1%대로 감소하게 된다.
안락사를 VR로 체험하는 캡슐도 등장
안락사를 허용하는 네덜란드에서 사르코가 전시됐다. 장례식 박람회에서는 'VR 죽음 체험'까지 선보이기도 했다. 사람이 VR 글래스를 착용하고 기계에 들어간다. 그리고 버튼을 누르는 체험까지 가능했다. 니츠케 박사는 "온라인 테스트를 통해 정신이 건강하다는 판정이 나온 사람만 기계에 들어가 합법적으로 삶을 끝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발자는 안락한 죽음을 결정하는 것은 아픈 사람들이 누려야 하는 기본적 권리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현재 호주, 네덜란드, 스위스 등 일부 국가에서는 오랜 기간 고통 받는 환자에 대해 '의사조력자살'이 허용됐다. 이는 정식으로 처방받은 약이나 의료기기로 생을 마감하는 것을 일컫는다. 국내에서는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AI 편향성' 논란 뜨거운데…AI가 정확히 판단할 수 있을까?
재범 가능성을 판단하는 AI 기술도 나왔다. 그러나 몇 가지 논란을 야기했다. 미국에서 공개된 '콤파스(COMPAS)'는 흑인의 재범 가능성이 백인보다 높을 것이라고 예상하했다. AI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는 백인 남성에 대해서는 거의 정확히 인식하지만 흑인 여성에 대한 인식에서는 오류가 많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AI 알고리즘은 주어진 데이터를 학습해 구축되는데, 해당 데이터가 기울어져 있어 결과 또한 편향적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아마존에 지원한 사람들이 대부분 남성이었기 때문에 그간의 자료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직원을 채용을 할 시 남성 위주의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사르코에 도입된다는 AI 시스템이 자살 허용 과정에서 앞선 논란들이 고려돼 제작될 지는 미지수다. 성별·나이·국적·인종·건강상태 등을 다 따져야 할 것이다. '자살 결정을 내리기에 온전한 정신상태'라는 결론을 내기 위해서는 정신과 상담을 받은 전 세계 모든 사람의 데이터를 입력할 수도 있다. 알고리즘 자체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신뢰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알고리즘의 투명성도 논란이 될 것이다. 현재 AI는 '한정적 지능으로 지적 문제 해결'에서 '인간의 정신과 유사한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딥러닝 AI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학습하기 때문에 투명성 확보는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파악해 공개한다 해도 역효과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투명한 알고리즘을 악용할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사르코'의 자살 허용 알고리즘이 투명하게 공개된다고 할 때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이들이 스스로 또는 주변의 부추김에 의해 AI가 원하는 대답을 골라 함으로써 자살을 허가받을 수도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된다.
AI타임스 조형주 기자 ives0815@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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