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4일 창원에서 경남 지역 공약 발표하는 윤석열 당시 후보(사진=유튜브 캡처)
지난 1월 14일 창원에서 경남 지역 공약 발표하는 윤석열 당시 후보(사진=유튜브 캡처)

윤석열 정부가 항공우주청을 경남 사천에 설립하겠다고 발표한 후 대전 지역 과학기술계를 비롯한 전문가 집단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전임 정부의 원전정책에 대해 "정치가 과학을 침범한 것"이라고 비난했지만 새 정부도 항공우주청 설립을 "정치적으로 결정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과 탈원전 정책에 대해 “정치가 과학을 침범한 것”이라며 비판했다. 지난 2월 8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의장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과학기술 정책 토론회’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 당시 윤 후보는 정부가 2030년까지 탄소배출 감축량을 2018년 배출량의 40%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공표한 데 대해 날을 세웠다. 

그는 이 자리에서 “2030년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는 과학계, 산업계와 논의해 결정해야 한다”면서 “정치가 아니라 과학이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또 “정치와 과학은 철저히 분리돼야 한다”며 “현 정권은 정치를 과학기술 영역까지 끌어들여 정치적 판단으로 탈원전 정책을 졸속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치가 과학기술을 흔들어서는 안된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후보시절인 지난 1월 14일 경남 창원에서 경남 지역 공약을 발표하면서 항공우주청을 이 지역에 설립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대전 지역 과학기술계 등의 '정치적 결정'이라는 반발에 부딪쳤다. 윤 후보의 당시 항공우주청 경남 설립 공약은 지난달 28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가 이어 받아 지역균형발전 관련 공약의 하나로 발표했고 설립 입지도 사천으로 특정됐다. 경남 사천이 지목된 데는 “윤 당선인이 공약한 사항”이기 때문이라는 김병준 특위 위원장의 설명이 있었다. 

이에 대해 이날 대전 지역의  공공과학기술혁신협의회, 따뜻한 과학마을 벽돌한장, 대전뉴스페이스발전협의회 등 과학기술계 15개 단체와 우주산업전문가 80명은  대전컨벤션센터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항공우주청 경남 설치를 결사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회견에서 "인수위가 깊은 논의 없이 `우주청`이 아닌 `항공우주청` 방식과 이를 경남에 설립하는 것을 발표한 것은 모두 국가적, 산업적, 전략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비과학적인 정치적 결정"이라면서 "국가 미래를 생각했을 때 매우 우려되는 결론임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비난했다.

대전시와 대전지역 더불어민주당 지구당, 대전지역 경제단체 등 지역 정관계와 경제계의 반발도 이어졌다. 하지만 인수위는 지난 3일 110개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항공우주청은 경남 사천에 신설하겠다고 못박았다. 이와 관련해 우주사업은 국가의 장기 전략과 관계되는 만큼 새정부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사진=연구원 제공)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사진=연구원 제공)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은 “이미 발표한 정부의 항공우주청 설립 계획은 취소하고 우선 우주로 우리가 왜 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이나 입장을 정리하는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Ai타임스와의 통화에서 강조했다. 문 박사는 우주 사업과 관련해 “공공 우주, 국방 우주, 상업 우주의 세 영역을 고려해야 하며 이들 세 영역이 균형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미국과 중국이 우주사업에서 경쟁하는 배후엔 어떤 동기가 있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주사업에 대한 고민은 결국 “국가전략의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이 부분부터 정리하고 이에 따라 전담 부서의 형태나 위상, 입지 등이 결정돼야 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가 항공우주청 설립을 ‘지역 균형’과 관련한 이슈로 접근한 것은  “정치적”이었다고 비판했다.

문홍규 박사는 앞으로 이 문제는 중립적인 논의 기구를 구성해 우주 사업이라는 국가적 아젠다를 깊고 넓게 다루면서 구체적인 설립계획과 입지 등을 결정해 나가야한다는 데 동의했다. 그는 우주 사업이 “공론의 장에서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결정되지 않으면 반발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AI타임스 정병일 위원 jbi@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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