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촌공사가 빅데이터를 활용해 농업용수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고 홍보했지만, 실상은 농업인에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용수를 공급하는 '구닥다리' 행정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구시대적 행정 절차로 농업용수를 제때 공급받지 못한 농가들의 가뭄 피해가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땅과 물을 관리하는 100년 역사의 기관이다. 저수지 관리를 통해 농어촌에 물을 공급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공사는 최근 디지털 대전환기를 맞아 농업용수 공급에 있어 자동계측기와 빅데이터 분석, 최신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해왔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기후변화로 인해 내려야할 비는 소식조차 없는 상황에서 농업용수를 제때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접목됐는데 농업용수 하나 제 때 못 주나?"
19일 전남 나주시 문평면의 한 농가. 농번기를 맞아 한참 일을 해야할 시기임에도 농민들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농업용수가 없어 일을 할 수 없다는 것. 적절한 시기에 농업용수가 공급이 되어야 하는데 원활하게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농민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한 농민은 "디지털 기술이 도입됐다는데 무슨 농업용수 하나 제 때 공급을 못 하나"라며 "기본적인 지원이나 제대로 해줬으면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영욱 나주시 농어업회의소 사무국장은 "관계자들이 현장에 와서 눈으로 직접 확인해봐야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농업용수 공급을 해줄텐데 책상에만 앉아서 빅데이터, ICT기술 이런 이야기를 논해봐야 농업인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말 기본적인 것들이다"며 "농업용수 공급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알 길이 없으니 한국농어촌공사 측에서 언제부터 공급할 것인지 현수막 몇개 붙여 놓았더라면 불안해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나주시 문평면의 경우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장성댐을 개방했지만 도달하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정확히 언제, 어느 지역에 도달하는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관계자는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디지털! 디지털!" 외치더니 관련 '기기'도 아직 설치 못 해
한국농어촌공사는 대외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표방하고 있지만, 취재 결과 실제 활용되고 있는 첨단기술은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농어촌공사 홈페이지에 홍보된 주요 사업 가운데 '농어촌용수관리' 항목을 살펴보면 '농업용수관리자동화'라는 항목이 기재돼 있다. 농업용수의 수요·공급 균형을 맞추고 적정한 시기에 적정한 양의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자동계측기와 드론, 빅데이터 분석 등 최신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업용수 공급에 있어 빅데이터는 커녕, 아직도 농업인에게 공급 여부를 묻고 제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적정한 양의 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자동계측기도 설치되지 않은 곳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농업용수 공급은 각 지역 농업인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제어를 하고 있다"며 "자동계측기 등 관련 기술들은 현재 구축중이며 설치가 안된 지역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자동계측기는 농지에서 사용되는 농업용수에 대해 공급량을 확인하는 기기로서 계측기가 있어야 데이터를 얻어낼 수 있다. 따라서 자동계측기 설치가 완료되지 않으면 빅데이터를 통한 분석도 어려운 실정이다.
농민들 "'탁상행정'이 농가들 간 분란만 일으킨다"
이처럼 효과적인 농업용수 공급이 되지 않자,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농업용수가 공급될 때면 농업인들간의 다툼까지 벌어지고 있다. 나주의 한 지역 농업인 A씨는 "한참 가뭄에 앓다가 갑작스럽게 농업용수가 공급되면 그때부터는 그 농업용수를 차지하기 위해 다툼이 벌어진다"며 "제발 허공에 발길질 하지 말고 현실로 돌아와서 농업인들에게 근본적으로 도움이 되는것을 실행에 옮겨줬으면 하는 바램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 17일 본사에서 '수질관리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전문가 초청 국제 워크숍'을 열었다. 해외 학자들이 참여해 여러 내용이 논의됐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정확히 그 디지털 기술이 접목되며 실제 농업인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것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한국농어촌공사는 해마다 평균 3,5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AI타임스 나호정 기자 hojeong998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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