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뉴포트 웨이퍼 팹 전경(사진=Nexperia)
영국 뉴포트 웨이퍼 팹 전경(사진=Nexperia)

영국 정부가 중국계 기업의 반도체칩 생산공장 인수에 대해 국가안보상 문제가 없는지 살피는 조사에 착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이 27일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조사결과 1년 전에 이뤄진 이 거래를 무산시킬 수도 있다고 WSJ는 전했다.

영국정부의 이런 조치는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난 속에서 각국이 자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보호에 더욱 나서고 있는 경향을 반증한다. 영국의 크와시 크와텡(Kwasi Kwarteng) 기업·산업부 장관은 지난 25일 트위터글에서 이번 조사를 알리면서 “우리는 외국인 투자를 환영한다. 그러나 그것이 영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해서는 안된다”고 썼다.

조사는 ‘넥스페리아(Nexperia)'라는 회사가 영국 웨일스에 있는 반도체칩 제조공장인 ‘뉴포트 웨이퍼 팹(Newport Wafer Fab)’을 2021년 6300만 파운드(우리돈 약 1천억원)에 매입한 거래에 초점을 맞춘다. 크와텡 장관은 이 거래의 허가 여부를 75일안에 결정하게 된다. 네덜란드에 있는 넥스페리아는 중국 윙테크 테크놀로지(Wingtech Technology)의 계열사다.

넥스페리아의 대변인은 영국정부의 조사에 대해 회사측이 영국에서의 활동과 투자 계획에 관해 토론할 수 있는 기회라며 환영한다고 밝혔다. 뉴포트 웨이퍼 팹은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집적할 수 있는 대형 웨이퍼를 생산한다.

넥스페리아측은 이 공장이 헤어드라이기와 진공청소기 같은 일상 용품에 들어가는 칩만 생산하기 때문에 국가안보상의 위기를 조장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에 해당 거래를 막으라고 로비를 하고 있는 일부 영국 국회의원들은 이 공장이 자국 반도체 산업에 통합돼 있고 결국 틈새 칩 시장에서 기술적 주도권을 가져다 줄 것으로 믿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반도체공급난 관련 이미지(사진=셔터스톡)
반도체공급난 관련 이미지(사진=셔터스톡)

이 거래는 영국의 ‘국가안보 및 투자법(National Security and Investment Act)'의 중요한 시험대다. 이 법은 미국의 외국인투자위원회를 참조해 만들어졌다. 미국에선 이 위원회가 통신반도체 생산업체인 브로드컴이 퀄컴을 1.17억 달러에 인수하려던 거래에 대해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자국 반도체 산업이 취약해 질 수 있다는 이유로 불허하는 등 주요 거래를 막고 있다.

영국은 한때 잘나가는 반도체 산업을 보유했으나 최고의 칩 회사들이 외국기업에 넘어갔다. 2016년에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영국의 반도체칩 설계업체인 암 홀딩스(Arm Holdings)를 320억 달러에 사들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소프트뱅크는 2020년에 미국의 엔비디아(Nvidia)에 암 홀딩스를 400억 달러에 팔려다 영국정부의 국가안보 및 투자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를 받게 됐다. 소프트뱅크는 올해 영국 규제기관에서 독점 문제를 제기하자 이 거래를 포기했다.

AI타임스 정병일 위원 jbi@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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