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와 태양광 발전을 병행하는 '영농형 태양광' 패널 하부 작물들은 통상적으로 일조량이 감소해 노지보다 품질이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양배추, 마늘, 배추 등 작물들이 영농형 태양광 하부에서 재배하더라도 주요한 품질의 변화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히려 브로콜리의 경우 작물의 품질이 향상될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강모 전남대학교 원예생명공학과 교수를 필두로 김윤형 농경제학과 교수와 함께 꾸려진 연구팀은 영농형 태양광 하부 작물의 생산량과 작물의 기능성 물질 및 식미에 대해 분석했다. 연구팀은 먼저 영농형 태양광 하부에서 재배된 양배추의 생산량과 식미(食味), 이와 관련된 대사체(세포에 있는 대사산물 전체)를 측정했다.
영농형 태양광 하부에서 자란 양배추와 노지에서 성장한 양배추를 이용해 만든 고온착즙양배추즙에 대해 관능 평가(여러 사람 감각으로 제품의 질을 판단하고 결론을 얻어내는 평가)를 실시했다. 분석 결과 실험에 참여한 70명의 일반 소비자들은 두 종류의 양배추즙에 대해 같은 수준의 선호도를 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영농형 태양광 하부에서 재배된 작물과 노지에서 재배된 작물로 즙을 만들었을 때 특별한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연구 과정에서 영농형 태양광 하부에서 자란 양배추의 경우 노지에서 재배된 양배추와 비교해 9.7%의 수확량 감소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줄어든 일조량에 맞춰 지연수확을 하게 될 경우 수확량 감소는 이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 결과를 내놓았다.
브로콜리의 경우 괄목할만한 연구 성과를 냈다. 브로콜리는 암예방 성분인 설포라판을 함유하고 있어 기능성 채소로 주목받고 있다. 브로콜리의 신선함은 채소의 색으로 구분하는데, 대부분 품종은 강한 햇빛에서 오래 노출되면 검붉은색(안토시아닌 색소)가 녹색을 가리게 된다. 즉, 상품성이 떨어지게 된다.
연구팀이 영농형 태양광 하부에서 브로콜리를 재배해본 결과 건강기능성 물질인 글루코시놀레이트,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가 감소하거나 증가하는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고, 오히려 일조량이 다소 적어지다보니 녹색빛이 더욱 부각되는 좋은 품질이 재배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강모 교수는 "브로콜리의 경우 영농형태양광에서 작물의 품질이 향상이 될 수도 있다는 최초의 연구 사례"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영농형 태양광 구조물을 이용해 손쉽게 수확기에 추가 차광을 해, 작물의 재배생리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영농형 태양광을 위한 재배농법이 연구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영농형태양광 하부에서의 추가적인 차광이 브로콜리의 겉보기 품질을 유의하게 증가시킬 수 있음을 밝혀냈다. “이러한 영농형 태양광 농법은 브로콜리 이외에도 콜리플라워 및 수확기 과도한 태양광을 피해야하는 작물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재배법”이라고 구강모 교수는 말했다.
이 외 구강모 교수 연구팀은 최근 배추와 마늘의 생산량 및 품질에 대한 연구 결과를 한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배추의 경우 영농형 태양광 하부에서 재배하더라도 항암·식미와 관련된 글루코시놀레이트 성분의 변화는 없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그러면서 연구팀은 "수확시기가 늦은 가을배추는 수확량 감소가 크게 확인됐지만, 영농형태양광 하부에서 재배되는 배추의 경우 정식일이 일반노지 보다 빨라야 충분한 적산온도를 확보해 수확량감소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과 2021년 봄에 수확된 마늘의 평균 수확량 감소율은 15%였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 결과는 노지와 영농형 태양광 하부의 재배일수가 동일할 때의 실험결과다. 이에 연구팀은 실제 농가에서 생육이 부진한 마늘을 지연수확하는 방법으로 영농법을 적용하게 된다면 수확량 감소는 줄어들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구강모 교수는 "조미채소로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인 알리신과 황화합물의 함량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영농형태양광 하부에서 재배된 마늘 또한 노지에서 재배된 마늘과 동일한 식감을 제공하는 조미채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는 오픈 액세스 과학 저널이며 국제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엠디피아이(MDPI, Multidisciplinary Digital Publishing Institute)'의 Foods (영향력지수 4.092)와 Agronomy (영향력지수 3.417)에 2, 6월호에 각각 게재됐다. 위 연구는 GS 건설의 연구비로 수행되었다.
※ 논문명: (Chae et al., Agrivoltaic Systems Enhance Farmers’ Profits through Broccoli Visual Quality and Electricity Production without Dramatic Changes in Yield, Antioxidant Capacity, and Glucosinolates, Agronomy, 2022;12:6;
Moon and Ku, Impact of an Agriphotovoltaic System on Metabolites and the Sensorial Quality of Cabbage (Brassica oleracea var. capitata) and Its High-Temperature-Extracted Juice, Foods, 2022;11:4)
AI타임스 유형동 기자 yhd@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