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관련 학과 증원 문제를 두고 교육계 등 각계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반도체학과 증원 정책이 비수도권 대학 붕괴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취업 보장'이 되지 않은 지역대학들은 반도체학과를 신설한다고 하더라도 정원을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반도체 공동연구소를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반도체 관련 학과 증원 문제를 두고 교육계 등 각계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반도체학과 증원 정책이 비수도권 대학 붕괴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취업 보장'이 되지 않은 지역대학들은 반도체학과를 신설한다고 하더라도 정원을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반도체 공동연구소를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인재 양성을 주문한 뒤 교육부가 수도권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 확대를 통한 '반도체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를 놓고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지방대학 시대'와도 배치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전라남도는 지방대 소멸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지방대학 우선 증원'을 정부에 건의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현재도 비수도권 반도체학과들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어 '지방 우선 증원'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겠냐는 의문의 목소리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교육부를 향해 과학기술 인력 양성을 주문했다. 교육부에 "기존 방식으로는 안 된다"며 '발상의 전환'을 요구했다. 이에 교육부는 대통령의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수도권 반도체학과'의 정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지난 8일 교육부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K-반도체' 경쟁력을 견인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수도권 대학 반도체학과 증원을 고려하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장 차관은 "우수한 인재나 인력을 갖추면 결국은 그게 가장 큰 경쟁력이 되며, 반도체 분야에서 더욱 그렇다는 것이 윤 대통령 발언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 발언 이후 교육부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을 풀어 수도권 대학들이 반도체학과 정원을 늘릴 수 있는지 살피고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은 1982년 인구·산업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풀기 위해 제정됐다. 이후 대학 입학정원을 임의로 늘리지 못하는 '학교 총량규제'도 담겼다. 수도권에서는 그동안 대학 신설, 학생 증원 등이 어려웠다. 

수도권 중심 반도체 인재 양성…"지역대학 소멸 가속화시키는 셈"

정부가 분주하게 대책을 마련하고 나서고 있는 가운데 비수도권 대학가와 지자체에서는 '지방대 붕괴'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첨단인재 양성과 지방대 육성을 함께 달성하려면 균형발전을 대원칙을 세우고 그 안에서 고등교육 정책을 짜야 한다”며 “수도권 대학 정원을 늘리는 것은 그 원칙을 흐트러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전라남도는 반도체학과를 지방대학에 우선 증원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한 상황이다. 전남도는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내고 “수도권 대학 위주로 반도체 학과를 증원하면 학령인구의 지속적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의 위기가 가속화되고 더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증원은) 인구감소·낙후지역 대학을 우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교육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직원(좌)과 레이저 설비회사 직원(우)이 양사가 공동 개발한 반도체 레이저 설비를 함께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직원(좌)과 레이저 설비회사 직원(우)이 양사가 공동 개발한 반도체 레이저 설비를 함께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전남도는 “특히 지역대학에는 정원 감축을 조건으로 지원하는 ‘적정 규모화 계획’을 추진하는 반면 수도권 대학은 증원 정책을 추진해 수도권 집중에 힘이 실리면 지방대학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며 수도권 대학 정원 확대 검토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반도체 관련 학과가 신설된 학교의 면면을 보면 고려대·연세대·서강대·한양대·이화여대 등 주로 수도권 대학 중심으로 포진돼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2일 선정한 ‘AI 반도체 융합인력양성’ 대학도 서울대·성균관대·숭실대 세 곳으로 모두 수도권 대학이다. 반면 반도체 학과가 신설되는 지방대학은 4대 과학기술원인 한국과학기술원 KAIST·광주과학기술원(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울산과학기술원(UNIST) 학부와 대학원뿐이다.

작년 지방대 반도체학과 이미 '정시 미달'…"기업 유치 등 취업 보장돼야"

일각에서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정원 미달 문제가 극심한 상황에서 지방대 학부생 증원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겠냐는 의문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지난 2022학년도 입시에서 지방 사립대 8곳(대기업 계약학과인 포항공대 제외) 가운데 3개 대학이 경쟁률 1대1 아래로 미달됐다. 수도권 쏠림 현상이 반도체 입시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3학년도에 반도체학과 신입생을 모집하는 학교는 전국 28곳이다. 서울에서는 고려대·연세대·성균관대·한양대 등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등 대기업과 손을 잡고 반도체 관련 계약학과 학생을 뽑는다. 계약학과의 경우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사실상 취업이 보장된다. 비수도권의 경우 전남대·전북대와 사립대인 포항공대·동아대·상명대·상지대 등이 반도체학과를 두고 있다.

2023학년도 반도체학과 모집규모
2023학년도 반도체학과 모집규모. 수도권대학들의 경우 대기업들과 손을 잡고 계약학과 학생을 뽑는다. 지역대학 학생들이 취업에 뒤쳐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사진=종로학원 제공).

그러나 비수도권 대학들은 지역 내에 취업할만한 기업이 마땅치 않고 계약도 되어 있지 않아 수도권 소재·계약학과 등과 비교해 인기가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반도체 인재 양성 계획이 본격화된 후 나타날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지방대학들의 구조조정, 기업 유치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지방대 교수는 "전라남도의 요구처럼 지방대에 반도체학과를 증원했을 때 지방대 출신 인재들을 흡수할 반도체 기업이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며 “기업을 지방으로 유치할 대책 등 종합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반도체 관련 학과 증원 문제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 정부의 반도체 관련 교육 정책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주목되고 있다. 

AI타임스 유형동 기자 yhd@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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