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지에서는 지상파 수신 튜너가 들어가 있지 않은 '튜너 리스 텔레비전'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일본 현지에서는 지상파 수신 튜너가 들어가 있지 않은 '튜너 리스 텔레비전'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지난해말부터 일본 현지에서는 지상파 수신 튜너가 들어가 있지 않은 '튜너 리스 텔레비전'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방송 수신을 못하는 TV가 무슨 쓸모가 있을까? 넷플릭스와 유튜브, 크롬캐스트 등 다양한 OTT플랫폼들의 등장으로 지상파 채널을 보는 사람들이 점차적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이용한다. 

'튜너 리스 텔레비전' 등장의 배경은…NHK TV 수신료 때문

일본에서 튜너 리스 텔레비전이 등장한 배경은 바로 NHK TV 수신료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TV를 보기 위해서는 수신 계약을 맺어야 한다. 지상파 방송만 수신하길 원하면 '지상 계약'을 가지고 있는 TV를 통해, 위성방송까지 수신을 하고 싶다면 '위성 계약'을 해야 한다.

NHK홀 전경. 일본 방송법 제64조에는 '수신계약 및 수신료에 따른 법률에 의거해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설비를 설치한 자는 방송 수신에 관한 계약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TV가 집에 있으면 무조건 수신료를 납부해야한다. (사진=셔터스톡).
NHK홀 전경. 일본 방송법 제64조에는 '수신계약 및 수신료에 따른 법률에 의거해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설비를 설치한 자는 방송 수신에 관한 계약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TV가 집에 있으면 무조건 수신료를 납부해야한다. (사진=셔터스톡).

NHK 수신료의 납부 방식은 보통 2개월 마다 2,550엔(한화 2만 5,000원 수준)씩 납부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6개월 선불, 12개월 선불 계약을 할 경우 소폭 할인해준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납부 방식도 다르고 금액도 상당히 차이가 난다. KBS방송 수신료는 한 달에 2500원 수준이다. 한국전력에서 전기요금 징수에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위 말하는 '스텔스 세금' 정도라고 볼 수 있다. 그에 비해 5배 정도 높은 가격의 NHK 수신료는 조금 부담 되는 금액으로 보일 수 있다.

계약을 안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 방송법 제64조에는 '수신계약 및 수신료에 따른 법률에 의거해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설비를 설치한 자는 방송 수신에 관한 계약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명시돼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집안에 TV가 1대 이상 있을 경우 계약이 의무사항이나 다름 없다. TV가 집에 없어야만 수신료 납부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반쪽짜리 TV '튜너 리스 텔레비전'의 기능

따라서 NHK 수신료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결국 선택한 TV가 바로 튜너 리스 텔레비전이다. 이 TV는 방송 수신 튜너가 없기때문에 합법적으로 수신료 납부 의무를 피할 수 있다. 지난해말부터 오프라인 매장인 돈키호테를 비롯해 온라인 거래 플랫폼 라쿠텐 등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돈키호테가 판매중인 튜너 리스 텔레비전의 모습. (사진=돈키호테 홈페이지).
돈키호테가 판매중인 튜너 리스 텔레비전의 모습. (사진=돈키호테 홈페이지).

튜너 리스 텔레비전은 쉽게 말하자면 '스마트 모니터'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지상파 등의 방송 수신을 위한 케이블 설치가 안되는 기능 이외에는 외부입력 단자를 통해 OTT단말기나 비디오게임기 등을 설치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다양한 플랫폼 등을 즐길 수 있다.

일부 모델에서는 TV자체에 유튜브나 아마존 프라임 등을 시청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돼 있다. 일반 TV와는 달리 리모콘이 복잡하지도 않다. 채널 전환이나 숫자버튼이 없기 때문이다.

"TV 없인 못살아"는 옛말…이제는 애물단지로 전락

TV수신료에 대한 부담도 튜너 리스 텔레비전 흥행에 한몫 했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바로 최근 10년 사이 미디어 생태계가 급격하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휴대폰이나 태블릿PC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 있다. 뉴스도 마찬가지다.

시대가 바뀌면서 이제는 TV가 즐거움을 주는 존재가 아닌 수신료만 축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신세에 이르렀다. (사진=셔터스톡).
시대가 바뀌면서 이제는 TV가 즐거움을 주는 존재가 아닌 수신료만 축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신세에 이르렀다. (사진=셔터스톡).

과거에는 'TV 없이는 못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지만 기존의 TV 방송을 위협하는 신규 플랫폼들이 등장하면서 TV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차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인식들이 변화하고 있다. 일본에 거주하는 A씨는 "나는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3시간 정도밖에 여유가 없다"며 "그 와중에 TV는 거의 보지 않고 태블릿PC로 동영상 몇개 정도 보는 수준인데 수신료를 납부하기에는 너무나 부담이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렇듯 수신료에 대해 곱게 보지 않는 일본 현지인들이 많은 실정이다. 일본 정당중에는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까지 등장했다. 현재는 'NHK와 재판하는 당 변호사법 72조 위반으로'라는 명칭으로 바꿔 활동중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이제는 TV가 즐거움을 주는 존재가 아닌 수신료만 축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신세에 이르렀다. 이달 23일 프랑스에서는 '공영방송 수신료 폐지'에 관한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AI타임스 나호정 기자 hojeong9983@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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