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사명을 메타로 변경했을 만큼 메타버스를 미래의 주력사업으로 생각하고 있다. 현재까지 일반 소비자가 인식하는 메타버스의 사례는 VR∙AR기기나 가상 캐릭터, 게임 속의 유닛 등과 연관돼 있다. 하지만 메타의 창립자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가 말하는 메타버스는 다소 관념적이고 철학적이다.
글로벌 IT전문 매체 더버지(TheVerge)는 최근 주커버그가 언급한 “메타와 애플의 메타버스에 관한 철학적 경쟁”에 대해 주목했다. 주커버그는 이달 초 직원들을 상대로 한 발표에서 "인터넷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결정하기 위해 애플과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버지는 이에 “두 기술 거물이 증강 및 가상 현실 용 하드웨어 판매에서 맞붙을 준비가 되어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했다.
이러한 평가는 그러나 주커버그가 말한 ‘깊고 철학적인 문제’를 다소 잘못 이해한 듯하다. 물론 더버지의 평은 주커버그의 발언 중 “메타가 이르면 올해 말 첫 AR 헤드셋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애플에 비해 더 개방적이고 저렴한 대안으로 포지셔닝할 것”이라는 말에 근거하고 있다.
하지만 주커버그는 같은 발표에서 "이것은 모든 것을 스스로 하고 긴밀하게 통합함으로써 더 나은 소비자 경험을 구축한다고 믿는 철학과 아이디어의 경쟁"이라는 말을 했고 "그리고 우리는 여러 회사에 걸쳐 전문화 분야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이 있으며 이를 통해 훨씬 더 큰 생태계가 존재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는 말도 했다.
단지 더 저렴한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소비자가 모호하게 이해하고 있던 메타버스를 어떻게 이해하게 할 것인지, 이것이 미래에 어떤 가치로 다가오게 될 것이며 애플과 경쟁하고 있는 그 철학의 차이를 무엇으로 보여 주려 하는지에 주목했어야 하는 대목이다.
주커버그의 이날 발언을 종합해 보면, 그는 개방형과 폐쇄형,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안드로이드 OS와 iphone OS가 가진 특성을 비교하고 있다. 주커버그는 엄격하게 제어하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는 애플의 접근 방식이 iPhone과 어떻게 잘 작동했는지 설명했지만 메타버스에 대해서는 "개방형과 폐쇄형 생태계 중 어느 쪽이 더 나을지 여부는 실제로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더버지의 평처럼 단순히 저렴한 AR기기의 발매를 시사한 것이 아니라 애플과의 경쟁에 있어서 ‘통합’과 ‘개방’이라는 개념으로 맞설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와 같은 철학적 접근은 곧 출시될 애플과 메타의 AR 헤드셋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더버지에 의하면 애플은 CEO 팀 쿡이 단지 계획만 밝혔던 AR기기의 출시가 임박해 있다. 이 헤드셋의 특징은 기존 VR기기가 가지고 있던 완전한 몰입의 특성을 옅게 하면서 외부와 소통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반면 메타가 출시할 헤드셋인 캄브리아(Cambria)는 애플의 iOS에 안드로이드의 장점을 결합한 OS를 생각하고 있다.
더버지에 따르면, 메타의 기존 VR기기 퀘스트(Quest)는 구글이 안드로이드에서 사이드로딩을 허용하는 방식과 유사하게 메타의 VR 앱 스토어에서 승인하지 않은 앱의 사이드 로딩을 허용한다. 따라서 이미 애플처럼 자사의 폐쇄된 어플 시스템도 가지고 있고, 구글처럼 외부 앱의 사용을 허용하는 개방적 시스템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더비지는 “두 기술 거물이 앞으로 몇 년 동안 싸울 것임을 시사한다”고 말했지만 지금까지의 성적을 보면 일방적인 메타의 낙관이라고 할 수 있다. 메타의 퀘스트는 최근 가격을 100달러 인상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손실, 또는 손익분기점에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애플이라는 경쟁자가 하나 더 붙게 되는 셈이기 때문에 혁신이라는 이미지도 얻기 힘들 가능성이 크다.
더버지는 지난 달 30일, 메타 직원과 주커버그의 질의를 소개하며 주커버그의 생각에 대해 부연했다. 이 인터뷰에서 주커버그는 애플과의 철학적 경쟁요소로 “좀 더 개방적인 생태계 구축”을 들었다. 그러면서 “이것은 모든 것을 스스로 하고 긴밀하게 통합함으로써 더 나은 소비자 경험을 구축한다고 믿는 철학과 아이디어의 경쟁”이라고 말했다.
최근 메타는 페이스북의 가짜뉴스 파문이 후 생긴 사용자 급감과 인스타그램에서의 이탈, 뒤늦은 동영상 플랫폼 구축 등의 문제로 뚜렷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커버그는 개방이라는 테마로 애플과 경쟁함으로써 메타의 미래 가치를 형성하려고 한다. 이러한 노력이 새로운 세상을 여는 도화선이 될 지, 전설처럼 과거의 산물로 잊혀져 가는 메타의 마지막 몸부림이 될 지는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한편 메타가 출시할 헤드셋의 이름 ‘캄브리아’는 지구에 최초로 지능이 있는 생명체가 나타난 지질학적 시기를 뜻한다. 이 명칭에는 자신들의 새 헤드셋이 새로운 세계를 여는 시초가 되기를 바라는 메타의 소망이 담겨져 있다.
AI타임스 이성관 busylife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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