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세에 세계 2위 규모의 암호화폐 거래소(FTX)를 운영하는 샘 뱅크먼프리드(Sam Bankman-Fried)가 뉴욕타임즈와(The New York Times)와의 인터뷰에서 연간 수입의 99%를 기부하고 자신은 1%만 갖겠다고 말했다. 뱅크먼프리드는 올해 10억 달러를 기부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암호화폐는 ‘가상화폐’라는 말로도 많이 불렸고, 지금도 그렇다. 가상화폐라는 말은 매우 철학적이기도 하고 모순적이기도 하다. 비트코인을 처음으로 만들었다고 회자되는 사카시 나카모토는 가상의 인물이다. 따라서 가상의 인물이 가상으로 만든 화폐를 우리는 가상화폐라고 부르며 소비하는 셈이다.
결국 이 화폐의 실체가 없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음에도 거래가 되고 있으며 그것으로 발생한 손익은 실물 달러나 원화가 되어서 우리의 통장을 채우기도, 비우기도 한다. 사카시 나카모토는 달러에 대한 세계적인 신뢰에 실체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비판, 혹은 조롱하기 위해 가상화폐를 생각해냈지만 결국 사람들은 실체가 없어도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꼴이 됐다.
어쩌면 뱅크먼프리드는 당초 사카시 나카모토가 가상화폐를 통해 보여주려던 화폐의 실체를 조금은 엿볼 수 있게 한다. 그는 뱅크먼프리드는 지난 5월 크립토 바하마 컨퍼런스에서 자신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설립하게 된 경험을 공유했다. 당시 그는 비트코인에 대해 잘 몰랐지만 암호화 시장이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이 비효율성을 활용하기 위해 2017년 암호화폐 거래 회사인 알라메다 리서치(Alameda Research)를 설립했다.
그는 2017년 일본의 비트코인 가격이 미국보다 10% 더 높은 것을 보았고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여 일본에서 판매함으로써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이때 송금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간단한 플랫폼을 구축했고, 이 경험을 통해 자체 암호화폐 교환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결정한다.
이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포브스(Forbes)는 뱅크먼프리드의 개인 자산을 212억 달러(한화 27조 5천6백억)로 추산했다. 또 정확한 연간 수입은 알 수 없지만 그는 수입의 99%를 기부하기로 했고 2022년 목표 기부 금액은 10억 달러(1조 3천억)라고 했다.
물론 이것이 연간 수익의 1%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만약 1%라면 현재 보유한 자산보다 5배 가까운 돈을 한해에 벌어들인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그가 현실적으로 자신의 수입의 1% 정도로 말한 것은 10만 달러(한화 약 1억 3천만원)이다. 따라서 뱅크먼프리드는 자신이 1년에 버는 대강 천만달러 중 990만 달러 정도를 기부하고자 한다고 볼 수 있다.
올해 기부 목표로 10억 달러를 산정한 것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산도 상당부분 기부할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의 최종적인 목표가 보유자산의 99%를 기부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2억달러(한화 약 2600억)의 자산과 연간 10만 달러의 수입이 있으니 결코 그가 일반적인 의미로 가난해지진 않는다.
IT전문 매체 슬래시기어는 그의 스토리를 보도하면서 뱅크먼프리드의 철학이 ‘효과적인 이타주의(effective altruism)’라는 말로 가장 잘 설명된다고 말했다. 효과적 이타주의란 근거와 증거를 사용하여 세상을 더 좋게 만들고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하는 철학이자 관련 커뮤니티를 뜻한다.
뱅크먼프리드는 효과적인 이타주의를 실현하며 기부를 해 왔는데, 이는 돈을 지금처럼 많이 벌기 전부터 시작했다. 그는 월스트리트에서 다닌 첫 직장에서부터 급여의 절반을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이후 성공을 거둔 후에는 전염병 관련 원인과 AI 연구에 5천만 달러를 기부하고 기후 변화 및 우주 연구와 같은 다른 원인에도 기부했으며 대선 당시 바이든의 정치 캠페인에 수백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슬래시기어는 뱅크먼프리드가 도요타 콜로라를 운전하며 종종 반바지와 티셔츠를 입는다고 전하면서 다른 억만장자에 비해 검소하다고 표현했다. 이런 표현이 적합하지는 않다. 단순히 검소하다는 표현으로는 그 차이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뱅크먼프리드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돈을 써서 자신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정말 효과적인 방법은 금방 소진하게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는 요트는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사실도 전했다. 그는 초호화 요트를 충분히 살 수 있지만 원하지 않는다. 그것이 자신을 더 행복하게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뱅크먼프리드는 가상의 돈을 가지고 부자가 되었고, 지금은 자신이 충분히 풍족하게 먹고 사는데 필요한 돈 외에는 기부하고자 한다. 그는 이와 같은 행동을 통해 화폐가 실체 없다는 사카모토 나카모토의 생각에 동의하면서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무가치하지 않다는 것을 일깨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AI타임스 이성관 기자 busylife12@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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