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으로 신약 개발에 필요한 후보 물질 발굴의 정확도·예측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3차 구조 정보로 많은 양의 후보 약물 성분을 빠르고 정확히 분석해 결합 여부를 예측한다. 이를 통해 만든 물질로 새 항암 치료제까지 만들었다.
카이스트(총장 이광형, KAIST)가 AI를 통한 '약물 가상 판별' 방식으로 신규 항암 치료제 개발에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김세윤 KAIST 생명과학과 교수팀이 연구했다. 이 방식으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 혈증(familial hypercholesterolemia) 치료약물로 알려진 '로미타피드'가 '엠토르(mTOR)' 억제성 항암제로 활용될 가능성까지 보였다.
엠토르는 신호전달 단백질이다. 암세포에서 비정상적으로 많이 활동한다. 암을 일으키는 다양한 신호전달 경로가 대부분 엠토르 단백질을 통해 전달된다. 많은 제약사에서 항암 치료제 개발 목적으로 엠토르 저해제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는 이유다.
'자가포식(autophagy, 오토파지)'은 세포 안에 있는 엠토르 단백질에 의해 정교하게 조절되는 현상이다. ‘세포가 자기 살을 먹는다’는 의미로 영양분이 과도하게 부족할 경우, 스스로 내부 구성 물질을 파괴해 세포 내 항상성을 유지하는 일종의 방어기전이다.
예를 들어 암세포 안에 있는 엠토르 단백질 활성도를 낮추면 자가포식이 일어나 암세포가 소멸된다. 암세포가 스스로를 먹어 치워 자멸한다는 의미다. 최근 이런 원리를 바탕으로 자가포식 강화에 기반한 항암제 약물 개발 전략이 제시되는 추세다.
김세윤 교수 연구팀은 FDA 승인 약물이나 임상 시험 중인 약물에 기반한 데이터셋으로 3천391종에 이르는 약물 라이브러리를 활용했다. 이를 모두 실험적으로 검증하기엔 비효율적이라 3D 모델링 방식을 썼다. AI 기반 유효 결합 판별 기술을 적용해 엠토르 활성 저해 능력을 보이는 약물만 AI로 신속하게 스크리닝(판별)했다.
결과적으로 후보 물질 발굴의 정확도와 예측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3차 구조를 타깃으로 약물 결합 분석 모듈을 도입해 가상 스크리닝(판별) 정확도와 예측도도 높였다.
이번 연구가 보인 가장 큰 특징은 타깃 단백질과 약물 간 3차 구조 정보를 이용해 많은 양의 후보 성분을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해 결합 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직접 실험해 보니...
KAIST 생명과학과 이보아 박사와 박승주 박사는 해당 방식으로 효과를 실험했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 혈증 치료제로 활용되는 로미타피드(lomitapide) 약물이 엠토르 활성을 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인다고 예측했다.
결과적으로 생화학적·세포 생물학적 분석으로 로미타피드에 의한 엠토르 효소활성 억제 효능을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 암세포에 있는 엠토르 활성이 억제됐다. 이후 과도한 자기포식이 생겨나 암세포 사멸효과가 발생한다는 결과를 다각적으로 나타내 항암 효능을 보였다.
특히 대장암 환자가 가진 오가노이드(organoid)에 로미타피드를 넣을 경우 기존 화학 항암 치료제 대비 우수한 암세포 소멸 능력을 보였다. 최근 차세대 고형암 치료용 항암 전략으로 주목받는 '면역 관문 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와 로미티피드를 병행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보였다. 이는 동물모델 연구를 통해 검증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세포 사멸과 질병(Cell Death & Disease)’에 지난달 12일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명은 ‘Lomitapide, a cholesterol-lowering drug, is an anticancer agent that induces autophagic cell death via inhibiting mTOR’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을 비롯해 선도연구센터, 창의도전연구사업, KAIX 포스트닥펠로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AI타임스 김미정 기자 kimj75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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