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사고로 잃은 아이에게 인공지능(AI) 로봇이 친구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호러 영화 '메간(M3gan)'이 화제다.
국내에는 아직 개봉하지 않았지만 북미 지역에서 개봉 첫주에 300만달러(약 37억원)를 벌어들이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Z세대들이 영화속 메간의 어색하고 기괴한 춤을 따라하는 영상을 SNS에 올리는 등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더 큰 관심을 끄는 것은 이 영화가 로봇 또는 AI의 윤리 문제 조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가 점점 인간을 닮아가는 AI가 폭주하는 모습을 그려내면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rl 때문이다. 영화는 '인공지능 처키'를 연상시킬 정도로 섬뜩하다.
가디언은 16일(현지시간) 이 영화는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육아와 디지털화된 놀이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면서 로봇 상용화가 가까워진 시점에서 인간과 로봇이 어떻게 상호작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하는데 적절한 소재라고 평가했다.
영화에서 메간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AI 안드로이드 로봇으로 갑자기 고아가 된 소녀 케이디를 돌보도록 프로그래밍된다. 처음엔 케이디가 곧 좋아하며 의지하게 돼 모두에게 환영을 받지만, 케이디 보호를 위해 폭주하기 시작하면서 무서운 존재로 돌변한다.
이에 대해 가디언은 "영화 속 메간은 현실 버전과는 거리가 멀다"며 선을 그은 기술 윤리 전문가 케이티 달링 MIT 미디어랩 연구과학자와의 인터뷰 내용을 실었다.
달링은 "메간과 같은 수준의 정교한 AI는 향후 10~20년 안에는 가질 수 없을 것"이라면서 "그런데 사람들이 이런 영화 때문에 벌써부터 왜곡된 인식을 하게된다"고 경계했다.
가디언은 이어 "영화대로라면 로봇은 가족내 역학관계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AI 윤리학자이자 아동권리 변호사 로니 보가니의 논평을 통해 영화가 촉발한 논란을 전했다.
로니는 양육 목적의 로봇 사용은 부적절하다는 견해를 피력하는 동시에 로봇 기술은 놀랍지만 올바른 보호장치가 없으면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영화 메간은 금발에 카키색 드레스를 입고 격자무늬 스커트를 한 AI 로봇 메간을 사악한 살인 인형 처키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인식되도록 했다. 이는 사람들 가슴에 남아 AI 윤리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병일 위원 jbi@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