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대표 최수연)가 미국의 데이터 통제를 우려하는 외국 정부에 인공지능(AI) 모델 맞춤형 버전을 제공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경제 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성낙호 네이버 하이퍼스케일 AI 기술 총괄 이사의 말을 인용, 정치적으로 민감한 아랍권이나 스페인, 멕시코 등 비영어권 국가를 위한 맞춤형 AI 모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거대 언어 모델(LLM) 개발을 담당하는 성 이사는 “데이터 보호를 위한 AI 기술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으며 대규모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 이사는 “이제 미국 정부가 미국 기업의 클라우드 시스템에 저장된 데이터와 정보를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면서 신냉전 같은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며 일부 국가는 보안 문제로 미국의 클라우드나 AI 모델 채택을 주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네이버의 AI 모델을 수출하는 것을 해외에 원자력발전소를 짓고 운영을 돕는 것에 비교했다. 또 아마존 등 외국 경쟁사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수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네옴 시티' 구축 계약을 맺고, 디지털 분야의 핵심 역할을 맡았다. AI 기술은 물론 디지털트윈과 사우디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서비스 앱 '슈퍼 앱'도 개발한다. 이외에도 자율주행이나 로봇 등에 대해서도 기술을 제공한다.
또 전 세계적으로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고 LLM 모델을 보유한 국가는 한국과 이스라엘 정도라, 자연스럽게 국내 LLM 기업은 비영어권 국가의 선호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현재 국내에서 LLM 모델을 보유한 곳은 네이버(하이퍼클로바)를 비롯해 SKT(에이닷), KT(믿음), LG(엑사원), 카카오브레인(코GPT) 등 5곳이다. 물론 AI 모델의 성능과 규모는 오픈AI나 구글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8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 여름 "전 세계 3번째이자 국내 최초로, 최대 규모 한국어 학습량을 보유한 GPT-4 대응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를 내놓고 서비스 전반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검색 엔진의 해외 진출이 실패한 사례를 들며 네이버의 해외 진출 계획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지적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네이버의 AI 알고리즘은 구글과 달리 표준화되지 않고 한국 서비스에 너무 많이 맞춤화돼 있어 이를 바로 다른 나라에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라며 "국가별로 맞춤화하려면 막대한 자금과 인적 자원이 필요한데, 네이버는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 이사는 “기술적으로는 오픈AI의 '챗GPT'보다 8개월 정도 뒤처져 있지만, 한국 서비스 측면에서는 훨씬 낫다”고 말했다. 또 “당분간은 분명히 한국과 일본에 집중하고 있지만, AI 경쟁에서 현지화가 핵심이 될 것이기 때문에 해외 시장도 더 눈여겨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구글의 검색엔진이 지배하지 못한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스태티스타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 검색 시장에서 네이버는 61%, 구글은 29%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오픈AI 및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구글이 '바드'의 첫 외국어 서비스로 한국어와 일본어를 선택하는 등 국내 AI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성 이사는 “분명히 우리는 시장에서 더 큰 위협에 직면해 있디"고 인정했다.
이주영 기자 juyoung09@aitimes.com
- 네이버 검색 새 단장…AI 검색 최적 UI 선보인다
- 네이버, 사진을 웹툰 그림체로 바꿔주는 '툰필터' 인기
- 네이버, 서비스 전반에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 적용한다
- 네이버, 초거대 AI 기술로 '쇼핑라이브' 큐시트 작성 지원
- 태평양도서 5개국, ‘로봇 친화형 빌딩’ 네이버 1784 방문
- 위뉴, 네이버클라우드와 ’하이퍼클로바 X’ 활용한 헬스케어 지식 서비스 개발 MOU
- 네이버 커넥트, AI 교육 프로그램 '소프트웨어야 놀자@세종’ 운영
- 네이버 1784에 UAE 샤르자 왕자 방문…‘테크 컨버전스’ 사례 체험
- 네이버 AI 챗봇 이름은 '큐:'...다음달 베타 테스트 실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