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SNS를 소유한 세계 최고의 갑부 두 명이 실제 링 위에서 싸우자고 설전을 펼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주인공으로, 이번 일도 각자 소유한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때문에 발생했다.
뉴욕타임스와 BBC 등은 22일(현지시간) 머스크와 저커버그가 SNS를 통해 '케이지 매치'를 벌이는 데 합의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실제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며, 웃음을 유발하는 해프닝에 가깝다고도 전했다.
이에 따르면 이번 문제를 촉발한 것은 머스크가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그는 21일 메타가 트위터를 따라잡을 새로운 SNS 서비스를 준비한다는 기사에 대해 "만약 그가 원한다면 '케이지 매치'에 응할 생각이 있다"는 트윗을 올렸다.
농담을 자주 하는 머스크 스타일을 감안하면 '메타의 도전을 받아 주겠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지만, 저커버그는 한술 더 떴다. 머스크의 트윗을 캡처해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대전 장소를 보내달라"고 받아친 것.
그러자 머스크는 다시 트위터를 통해 "베이거스 옥타곤"이라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옥타곤은 UFC 선수들이 싸우는 8각형의 케이지며, 라스베이거스는 UFC의 본거지다.
이에 따라 SNS는 떠들썩해졌으며, 실제 싸움을 부추기는 분위기까지 생겼다. 세이 테일러라는 비즈니스 컨설턴트가 트위터에 올린 게시물은 몇 시간만에 57만건의 조회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주짓수를 하는 저커버그의 모습과 해변에서 육중한 몸매를 드러낸 머스크의 사진을 비교하며 "누가 이길지 골라 보라"는 멘트가 적혀있다.
39세인 저커버그는 종합격투기 애호가에 꾸준한 운동으로 상당한 실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에는 현역 최강으로 꼽히는 UFC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와의 스파링 장면을 메타버스에 올려 화제가 됐고, 실제 최근 열린 주짓수 대회에서 승리를 거둔 경험이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이달말 52세가 되는 머스크는 "나는 아이들을 들어 올리는 것 말고는 운동을 해본 일이 없다"며 "하지만'해마'라고 하는 필살기를 가지고 있다. 바로 상대 위에 누워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익살스러운 멘트를 남겼다.
이런 농반진반 상황에 대해 메타의 대변인은 "저커버그 CEO의 말 그대로"라는 짧은 논평을 남겼다. 트위터의 홍보부서는 똥 이모티콘으로 자동 응답했다.
이들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또 개인적인 친분도 있다. 저커버그는 지난 2014년 머스크를 집으로 초대해 저녁식사 자리에서 머스크가 인공지능(AI)을 너무 경계한다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인스타그램이 "사람을 우울하게 만든다"고 비꼬기도 했다.
이번 공방에 대한 심리 분석까지 등장했다. '실리콘 밸리의 심리학' 저자인 케이티 쿡은 "다른 분야에 비해 테크 기업 리더들이 남성성 과잉 과시에 대한 보상으로 공개 무대에서는 갈등을 쉽게 풀어내는 편"이라고 말했다. 즉 실제 케이지 매치가 일어날 가능성이 작다는 말이다.
더불어 쿡은 "(빅테크 리더들이)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서 뽐내는 모습을 다른 많은 사람들도 즐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