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와 애플 출신의 '반도체 레전드' 짐 켈러가 이끄는 인공지능(AI) 칩 스타트업 텐스토렌트가 일본의 반도체 설계를 돕는다. 현재 파운드리 공장 증축에 수십조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일본이 팹리스(반도체 설계) 역량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블룸버그는 27일(현지시간) 일본의 첨단 반도체 기술 센터(LSTC)가 첨단 AI 칩 설계를 위해 미국 스타트업 텐스토렌트와 손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텐스토렌트는 AI 프로세서를 개발하는 팹리스 업체로 RISC-V 중심으로 솔루션 및 IP 라이선스를 제공한다. 2016년 설립된 텐스토렌트는 캐나다 토론토에 본사를 두고 있고 미국, 영국, 일본, 인도, 세르비아, 한국 등에 지사를 운영 중이다.
인텔, AMD, 테슬라에서 핵심 프로세서 개발을 이끈 CPU의 거장 짐 켈러가 CEO로 조직을 이끌어 주목받았으며, 켈러 외에도 반도체 업계의 베테랑 엔지니어들이 다수 합류했다. 텐스토렌트의 수석 칩 설계자 웨이한 리엔은 애플의 자체 칩 설계를 발전시켜 아이폰, 아이패드, 맥과 같은 하드웨어에서 구동시키는 데 일조한 엔지니어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텐스토렌트는 일본의 AI 가속기 일부에 대한 설계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LSTC와 함께 전반적인 칩의 공동 설계를 담당할 계획이다. 또 오픈 소스인 RISC-V를 사용해 반도체 설계 선두 업체인 엔비디아와 ARM을 따라잡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히가시 테츠로 LSTC 회장은 "국제 협력을 통해 제너레이티브 AI를 포함한 에지 추론 처리 애플리케이션에 특화된 AI 기술을 추구하고 홍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텐스토렌트와 공동 설계한 AI 칩을 일본 정부 지원 스타트업인 라피더스에서 2027년까지 2나노 공정으로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츠요시 코이케 라피더스 CEO는 "AI가 전 세계의 모든 전기를 사용한다는 우려에 따라 전력 소비 감축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라며 "텐스토렌트와 최단 시간 내 AI 가속기를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스타트업인 라피더스가 새 칩을 생산할 역량이 갖췄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블룸버그는 라피더스는 2027년까지 2나노 공정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재 일본의 기술력 수준은 40나노급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최근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해 연구부터 첨단 칩 제조까지 반도체 육성을 위한 670억달러(약 90조원) 규모의 투자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먼저 해외 국가로부터 반도체 공급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해외 반도체 기업의 생산공장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 그 결과 TSMC의 일본 구마모토 공장이 지난주 가동을 시작하게 됐으며, 2공장 투자 계획까지 공식화하면서 반도체 생산기지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불어 중장기적으로 대만 기업인 TSMC에 반도체 기술력을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에서 벗어나겠다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출자해 설립한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라피더스는 2027년 2나노 미세공정 상용화를 목표로 정부 지원금을 활용해 홋카이도에 반도체 생산공장을 신설하고 있다.
결국 일본 정부는 당분간 TSMC를 통해 첨단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라피더스를 활용해 이러한 핵심 기술을 내재화한다는 계획인 셈이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