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알트먼 오픈AI CEO가 인공지능(AI) 칩 대규모 확보를 위해 5조~7조달러(약 6700조~ 9300조원)에 달하는 투자 유치에 나섰다는 말에, 전문가들의 부정적인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워낙 천문학적인 액수라, 비아냥에 가까운 반응이다.
톰스하드웨어는 17일(현지시간) 전설적인 칩 설계자 짐 켈러가 알트먼의 계획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발단이 된 것은 알트먼 CEO가 X(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그는 목표 액수가 보도된 뒤 황당하다는 의견이 이어지자, 지난 16일 X에 "(7조달러를넘어) 8조달러가 안 될 이유가 있나(fk it why not 8)"라는 신경질적인 멘트를 올렸다.
짐 캘러는 이를 리트윗하며 "나는 1조달러 미만으로 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기술적인 설명도 더했다.
그는 "마진 구조부터 걷어내야 한다. 칩 설게부터 제조까지는 2~3단계의 과정이 존재한다. 그리고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하드웨어를 바르게 할 수 있다. 힘들지만,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즉 알트먼 CEO가 많은 액수를 책정한 것은 설계와 제조가 분리된 구조에 따라 각 회사가 책정한 비용이 포함됐기 때문에, 실제로 이를 통합할 경우에는 비용이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또 소프트웨어로 인해 AI 칩이 빨라지면, 많은 칩이 필요하지 않다는 논리다.
실제 알트먼 CEO의 계획대로 반도체 공급이 급격하게 늘어나면, 칩 가격은 공급 과잉으로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AI 칩을 많이 만드는 대신 성능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며, 알트먼 CEO의 계획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켈러 역시 현재 칩 메이커인 텐스토렌트 창립자 겸 CEO로 애플과 인텔, AMD, 테슬라 등을 거치며 굵직한 업적을 남긴 '프로세서 설계의 거장'으로 통한다.
여기에 '알파고'를 개발한 또 다른 레전드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도 한마디 더했다. 그는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최대 7조달러가 필요하다는 알트먼 CEO의 계획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질문받았다.
허사비스 CEO는 "(액수를) 잘 못 말한 것이 아닌가. 누군가는 엔화라고 하던데"라며 코믹한 말투로 말문을 열었다. 9조엔은 600억달러(약 80조원)에 불과하다.
이어 "물론 칩 생산 규모를 늘이는 것이 필요하고, 샘(알트먼)이 액수를 높게 부르는 것도 이해한다"라며 "하지만 AGI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칩 생산이나 컴퓨팅 규모를 늘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 기술로 학습 규모만 늘인다면, 절대로 AGI에 도달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또 "현재 AI 모델 구조상 아무리 매개변수를 늘인디고 해도, 성능 향상의 한계가 오는 시점이 있다"라며 "최적 지점은 현재의 10배 정도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칩 레전드와 Ai 레전드가 전문성을 앞세워 비현실성을 지적한 셈이다. 실제 7조달러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주식을 모두 팔아도 미치지 못하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이에 대해 알트먼 CEO는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