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CEO가 WWDC 기조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애플)
팀 쿡 애플 CEO가 WWDC 기조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애플)

애플의 세계개발자회의(WWDC)가 '스타트업 멸망의 날'이라는 말이 또 나왔다. 이날 기조연설에서 선보인 인공지능(AI) 기능이 기존 스타트업의 사업 분야를 위협할 정도라는 말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12일 애플의 기조연설 이후 SNS에 올라온 개발자들의 의견을 소개하며 많은 스타트업이 이번 업데이트의 희생자로 꼽힌다고 소개했다.

한 틱톡 사용자는 "애플이 기조연설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스타트업을 죽였나"라며 "한번 세어보자"라는 영상을 올렸다.

실제로 애플의 iOS 업데이트로 인해 사라진 스타트업은 이전부터 존재했다. 손전등 앱이나 문서에 주석을 달아주는 앱들이 대표적이다.

반면  파일공유 서비스인 드롭박스는 애플의 매각 제의를 거절한 뒤에도 살아남아 현재는 70억달러 이상의 가치를 가진 회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AI는 좀 다르다. 애플은 기존에 클라우드 방식으로 서비스하던 문서 작성이나 이미지 생성 등을 모두 온디바이스 AI로 내장했기 때문에, 굳이 다른 AI 앱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

이 때문에 희생자 후보로 오른 기업들은 대부분 생성 AI를 서비스 중인 기업이다. 글쓰기 도우미인 그래머리, 이미지 생성 AI인 '달리', AI 챗봇 플랫폼 '포'는 물론 AI 하드웨어 기업인 휴메인과 래빗까지 거론됐다. 또 애플이 패스워드를 한곳에 관리하는 앱을 출시했기 때문에 해당 분야의 기업이 살생부에 이름을 올렸다.

(사진=X, Jason Chan)
(사진=X, Jason Chan)

그러나 그래머리의 대변인은 "애플이 이미 15년 이상 운영된 분야에 진입한 것을 환영한다"라고 말했다. 또 "이제까지 이 분야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경쟁자가 등장했다"라며 "하지만 그때마다 그래머리의 수요가 더 증가하는 현상이 벌어졌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에릭 노이스 밥슨 컬리지 교수는 애플의 새로운 AI 기능이 스타트업 전체로 보면 큰 문제는 아니라고 밝혔다. "유사 서비스 기업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AI 스타트업 전체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이야기는 지난해 11월 오픈AI가 GPT 빌더를 출시할 때도 등장했다. 맞춤형 챗봇을 구축한다는 말에 많은 스타트업은 이날을 '스타트업 멸망의 날'이리고 불렀다.

실제로 '챗GPT'의 등장으로 2022년부터 AI 글쓰기를 서비스해 온 재스퍼 같은 스타트업은 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애플 인텔리전스가 출시되려면 아직 몇개월이나 남았고, 이 제품들은 아이폰 등에서만 사용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많은 스타트업에는 긴장된 순간이었을 것"이라며 "이제는 애플도 강력한 경쟁사가 됐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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